음쓰냉 최고
자취생이라면 다들 겪어봤을 것 같은데. 냉동고는 시간을 멈춰주는 곳이다. 세상 모든 걸 넣어도 그대로 얼어 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작은 원룸의 냉동고는 그닥 크지 않지만, 뭐든 밀어 넣으면 다 들어가는 걸 점점 깨닫는다.
본가에서 주시는 반찬들. 먹다 남은 치킨. 케이크는 물론 아이스크림, 각종 냉동음식들이 이곳저곳 박혀있다.
냉동고에 음식을 넣으면 잊어먹기 다반사고, 상하거나 벌레가 생긴다는 위기조차 없기 때문에 방치하게 된다. 냉동고에 넣은 음식이 더이상 먹으면 안될 시간이 지났어도, 귀찮아서 안버리게 된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성실하고 청결한 분들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그렇다. 가끔 머릿속에 떠올라 아.. 치워야 되는데.. 를 반복한다. 종종 당근에 원룸 냉장고 청소해주실 분 공고글이 올라오는데, 하나 올려 볼까 고민한다. 경제관념 박살..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냉동고에 넣어두는 자취생이 많은 것 같은데. 진지하게 말하자면 음식물 쓰레기 냉장고는 내 가전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겨울에도 삶의 질을 수직상승 시켜주지만, 진가는 여름에 발휘된다. 일명 '음쓰냉'의 위력을 경험하고 이제 없었던 때로 돌아갈 수 없어졌다. 냄새가 나지도, 벌레가 꼬이지도 않고, 처리할 때 차갑게 굳어 있어 비위가 약해도 편리하다. 당근에서 구해 버스 두정거장 거리를 이고 왔지만 2024년 나의 잘한 일에 꼽힌다.
그래도 자취의 최고 장점 중 하나가 냉동고의 존재다. 배달음식을 시키면 소분하여 다음 날도 먹을 수 있고, 냉동음식과 과일도 보관할 수 있으니 있고 없고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냉동 음식의 추천이라면 냉동새우와 치킨, 냉동 블루베리, 아 고기도 냉동보관 해둘 수 있다. 냉동 우삼겸, 냉동 대패삼겹살 등 요즘 세상에 냉동으로 만들지 못하는 음식이 거의 없다고 느낀다.
냉동고에 얼리는 용기로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용기를 선택해 구매했었다. 햇반 하나를 다 못먹어 반씩 얼려두고 먹는데, 용기 채로 얼려서 그대로 돌려 먹으면 되잖아! 최고다! 하며 반 년정도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어느 날 성인 뇌에 베스킨라이브 스푼만큼의 미세 플라스틱이 쌓여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문뜩 나의 생활이 떠올랐다. 나는..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가. 게다가 플라스틱 용기는 얼렸다가 전자레인지에 녹일 때 틈이 생겨서 미세 플라스틱이 엄청나게 나온다나 뭐라나. 곧장 다이소에 가서 전자레인지용 내열유리 용기를 샀다. 그리고 플라스틱 용기에 보관한 음식은 다시 그릇에 두고 돌려 먹기 시작했다. 고작 한 두살 어렸을 때 까지만 해도, 집에서 몇 번이나 돌려먹는다고. 이런 작은 행동과 생각의 변화들이 무엇도 크게 바꾸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계속 반복했는데. 이제는 작은 변화는 시작이 중요하고 언젠가는 나중에 돌이켜볼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져서, 생각하면 실행하고 있다. 맥락이 멀리 왔지만 글쓰기도 같은 취지에서 하고 있다.
아직 자취 1년차라 냉장고 청소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언젠가는 냉장고 청소를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