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생각보다 나약하다.
세상에 자동으로 깨끗해지는건 없더라. 내가 숨쉬었던 모든 공간에 엄마의 손길이 닿아있었다.
이삿 날, 엄마가 유일하게 해준 청소가 세탁조 청소이다. 세탁기도 때가 끼는구나.
세탁기만큼은 꼭 한 달에 한 번씩 청소하라며 신신당부를 하곤 금방 차를 타고 사라졌다.
기숙사에 살며 세탁기는 꾸준히 써왔지만 딱히 내가 청소를 하진 않고, 버튼들은 전부 X표시가 된 채 표준과 울코스만 남았으므로.
휑한 방에 놓여진 세탁조 클리너는 유독 눈에 띄었다. 분명 물을 채우고 캡슐 한 개를 빠뜨려 통세척을 누르면 된다는데.. 세탁기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물만 채우는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걸 몰라서.
캡슐 한 개를 바닥에 둔 후 통세척 버튼을 눌렀다.
이제는 안다.
통세척 코스를 누르고 물이 가득 차면, 잠시 세탁기를 멈춘 뒤 클리너 캡슐을 한 두개 퐁당.
1~2시간 불렸다가 마저 돌린다는 사실을. 개인적으로는 후에 표준으로 한 번 더 돌려주고 있다.
사실 세탁기가 깨끗해지나? 잘모르겠다.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계약 끝나고 이사가려고 흐린 눈으로 살고 있다.
바로 이전 화에 이불에 먼지가 묻어나오는 느낌이라 적었는데 맞다.
이 글을 쓰는 바로 어제 이불에서 먼지덩이를 발견했다. 이것들이 내 폐로 들어온다니. 절망적이다!
몸에 근래 뾰루지가 자주 나던데 이유를 여기서 찾고 싶어질 심정이었다.
요즘 비가 잦아 날이 수분을 머금다 못해 축 늘어지고 있는데, 날이 조금 풀리면 세탁방에 이불을 싸들고 가야겠다. 아직 많이 서툰 자취 1년차이다.
또, 세탁기 내부 측면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먼지 망이란 것이 존재했다. 이 망에 먼지가 가득 쌓이면 빨래에 먼지가 묻어 나온다.
한 번 검은 반팔을 몰아 세탁한 적이 있는데, 세탁기 문을 열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온갖 옷에 먼지 뭉텅이가 묻은 것은 물론 옷 섬유 사이사이에 먼지가 박힌, 자취 후로 처음 겪는 사고였다.
원인이 빨래 망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후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그 옷들은 다시 빨래를 돌려도 쉽게 돌아오지 않아서, 손상이 적어 살릴 수 있는 옷들은 살리고 몇 개는 쓰레기통행이라 아깝기도 하고 아주 조금, 그니까 정말 아주 조금 눈물이 낫다. 그나마 반팔이라 다행이었던 일이다. 겨울 옷은 반팔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비싼데, 겨울이 아닌 여름에 겪어서 다행이라며 위안했다.
나의 피부에 닿고 숨을 들이쉴 때 가장 가까운. 옷과 이불들. 모두 세탁기에 들어간다.
그만큼 깨끗하고 싶은데, 나의 세탁기도 아니고 함부로 인터넷에서 뒤적인 청소법을 따라했다가 고장낼까 겁이 난다.
누구나 세탁기를 잘못돌려 아차- 한 사건들을 지나오는 걸까?
이걸 제목으로 선정한 이유는 자취를 시작 이후 가장 인상깊은 깨달음이었기 때문이다.
얼른 나의 세탁기를 구매하고, 집에서 더 많은 것들을 가꿀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