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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틴 Jul 19. 2024

마당에 핀 수국

나 그리고 엄마 우리 아이의 이야기

나의 어린 시절 기억 한 조각 엄마의 식물 사랑

 

 우리 엄마는 식물을 참 좋아한다. 두 팔 뻗어 가득 안을 수 있는 높고 큰 나무부터 색색의 예쁜 꽃들 들판에 핀 이름 모를 들풀들까지 땅에 뿌리내리고 자라는 식물은 다 좋아한다.


나의 유년 시절 내 방에는 늘 안시리움이라는 연두색 빛깔 식물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엄마가 가져다 둔 안시리움 화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밝아지는 기분
이 들었다. 엄마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스스로 안시리움에게 물을 주며 안시리움을 정성껏 가꾸고 있었다. 그 식물의 이름이 안시리움이라는 건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어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되었다. 엄마의 식물 사랑은 자연스럽게 나에게도 스며들었다. 말도 표정도
읽을 수 없는 식물이지만 식물에게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 주고 분갈이를 해줄 때면 왠지 식물이 내게 고맙다고 방긋 웃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부모님 댁 마당에 핀 예쁜 수국은 10년 전쯤 꽃시장에 갔다가 엄마 생각에 사 온 수국 한 송이 화분이었다. 그 화분을 엄마는 사랑과 정성으로 가꾸셨다. 한 송이가 두 송이가 되고 두 송이가 네 송이가 되어 점점 수국 꽃송이가 많아지더니 수국군락지를 만들어 갔다. 몽글몽글 큰 꽃송이의 야리야리한 예쁜 수국, 수국은 물을 많이 마시고 자라서 수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그래서 여름에
피는 꽃인가 보다 여름 장마를 기다리듯 물을 많이 마시고 싶어서 비를 기다리는 물먹는 하마 같은 수국, 나는 그런 수국이 참 좋다. 내가 좋아하는 수국 이젠 우리 아이도 함께 좋아한다. 엄마가 심고 가꾼 예쁜 수국을 지금 우리 아이가 만지고 냄새 맡고 물주며 함께 자라 가고 있다. 내가 유년 시절 안시리움과 함께 자라 온 것처럼 우리 아이도 수국과 함께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수국꽃 앞에 서서 코를 킁킁거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우리 아이가 내게 말한다.

 “엄마 이게 무슨 향이야? 냄새 참 좋다.” 아이의 말에 나도 수국꽃 앞에 코를 킁킁 거리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아이에게 대답해 준다. “참 좋은 향기가 난다. 이게 무슨 향이지? 우리 같이 한 번 더 맡아볼까?” 우리는 똑같이 수국꽃 가까이 코를 대고 또
다시 킁킁거린다. 내가 좋아하는 식물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와 함께 공유하며 느껴보는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하다. 엄마의 식물 사랑이 내게 스며들었고 나의 식물 사랑이 우리 아이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엄마의 삶을 어깨너머로 보며 그렇게 나도 엄마를 닮아간다. 내가 엄마를 닮아가는 것처럼 우리 아이도 나의 삶을 보고 배우며 나의 삶을 닮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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