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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지CEO 조정원 Feb 06. 2016

내가 왜 ‘책 내기’를 출간했을까?

니키의 행복한 글쓰기 (16)

나는 국문학과도 아니고, 대학생이 될 때까지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을 쓰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진열된 책을 보면 아직도 눈물이 맺힌다. 내가 어떻게 '책 내기'라는 주제로 책을 출간했을까?


지난 10년 동안 IT 보안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주제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들을 쓰게 된 이유도 '외국에서는 많은 주제로, 또 빠른 속도로 출간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번역 책에 의존하고 있을까?", "이제는 IT 보안 쪽에서도 많은 사람이 노하우를 마음껏 공개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미 전달력이 떨어지는 몇 번역본을 보면서 국내 환경에 맞는 책을 너무 원했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업무에서 느낀 경험과 기술을 하나씩 공개했고, 공개된 글을 모으니 책이 한 권씩, 한 권씩 완성이 되었다. 혼자 하면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모여 결과물을 또 책으로 냈다.


이렇게 활동을 하니 주위의 많은 지인이 묻기 시작했다. "1년에 1권의 책을 내기도 힘들다 하는데, 어떻게 1년에 5권씩 책을 내느냐?" 나도 책을 쓰기 전에는 이런 질문을 했는데, 이제는 "책 내는 방법을 알면 된다."라고 주장한다. 글쓰기만을 배우려고 한다면 책을 낼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데,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 경험을 바탕으로 책 내기 방법을 하나씩 정리했다. 어떤 IT기술 책보다 쓰기 힘든 책이었지만, 지인들에게 책 쓰기로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야 나도 그들의 지식을 책으로 만나고 배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내기를 하는데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 책을 내보면 처음에는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만, 자신의 책 내기 방법이 생기면 글쓰기만큼 쉬운 것은 없다. 나는 '글쓰기'와 '책 내기(집필)'은 분리해서 생각한다. 글쓰기를 잘해야 하는 사람은 글쓰기로 직업을 선택한 사람이다. 소설/문학 전문작가, 시인, 기자, 방송작가 등이다. 국문학과 출신들이 많은데 적어도 4년 동안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다. 같은 조건에서 절대 출발할 수 없다. 책은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도 모두 출판의 기회가 있다. 글쓰기는 책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부족함이 계속 느껴지면 책을 쓰면서 글쓰기 책을 참고해서 하나씩 고쳐나가는 습관을 지니면 된다. 


우리가 책을 쓸 때는 글쓰기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고 편하게 써야 한다. 처음 책을 쓸 때 "글쓰기" 문법이나 정석과 관련된 책을 너무 읽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글쓰기의 정석대로 글을 쓰려면 많은 글을 써봐야 하는데, 글을 한 줄 쓰며 신경 쓰다 보니 A4용지 한 장 완성하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이때는 "책 내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참고해야 한다. 혹은, 책을 쓰며 발생한 에피소드가 가득한 책을 보길 추천한다. 그래야 자신 있게 글을 쓸 수 있다. 최근에는 독서와 책 쓰기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선배들이 알려주는 최고의 가이드들이다. 


주위에 책을 썼던 선배가 있다면 꼭 조언을 받아보라고 한다. 적은 원고라도 들고 가서 어떤 점을 고쳐야 할지 미리 의견을 듣는 것도 좋다. 나는 책을 쓸 때 주위에 그런 선배를 찾을 생각을 못 했다. 어떻게든 이겨내서 책을 냈지만, 그 시간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그 경험이 글 쓰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그 시행착오를 다시 겪으라고 한다면 책 쓰기는 포기할 것이다. 출판사에 계약까지 하고 끝내 마지막 원고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내가 경험했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너무 힘들었다.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나는 주위에 책을 얼마큼 썼다는 것을 알리고 다닌다. 사람들과 만나면 자연스레 '책 내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랑도 섞여 있지만, 그 사람들이 언젠가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때 나한테 와서 도움을 꼭 받으라는 의도가 있다. 그 사람한테는 '글쓰기'하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책 내는 시간을 빠르게 단축할 수 있는지 콕콕 짚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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