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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지CEO 조정원 Feb 23. 2016

희생과 배려심이 따르지 않으면 집필을 마칠 수 없다

니키의 행복한 글쓰기

"IT엔지니어의 투잡, 책내기-니키의 행복한 글쓰기"의 일부 내용입니다.


"책은 잘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면서 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책을 쓰기 위해서는 관련 책과 정보를 많이 수집하고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를 많이 한 만큼 책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계속 지식 보탬의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필자가 이제까지 집필한 대부분의 책은 입문자를 위한 IT 기술서입니다. 입문자를 대상으로 하려면 책을 보며 실습하기 위한 환경 구축에 대한 설명 및 관련 도구들에 대한 활용 방법을 최대한 자세히 기재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은 책의 첫 장을 편 후 마지막 장까지 막힘없이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중간에 실습이 안되면 가차없이 항의를 합니다. 


집필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뭐 다 알고 책을 보겠지?”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건 집필자만의 생각입니다. 출판은 나의 글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행위입니다. 그 분야에 관심이 없다면 읽어볼 가능성은 없지만, 대상 독자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기본적인 부분을 입문자를 위해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이것은 책에서 만만치 않은 분량을 차지합니다. 잘 되던 실습도 막상 다시 하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몇 번이나 시도할 때도 많습니다. 책이 출판하고 난 뒤에도 버전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책 대로 실습이 안되기 때문에 또 정리를 해서 공개해야 합니다.


필자가 수없이 고민했던 것을 다른 사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내용을 잘 풀어야 합니다. 수준에 따라 얼마나 더 쉽게 풀것인지, 용어를 얼마나 더 비유를 하여 다룰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처음 새운 기조를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그만큼 집필은 내용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위한 배려심까지 가득해야 합니다. 필자가 주로 집필하는 IT 기술 분야 책에서는 이런 배려심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T 기술서에는 실습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실습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독자가 지루함을 느낄수 있습니다. (필자가 쓴 책 중에 <모의해킹이란 무엇인가?>는 에세이 형식이지만 시연했던 화면들을 중간중간에 삽입해서 지루함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키려고 했습니다.) 


실습은 누가 봐도 따라할 수 있을정도로 단계별로 진행되야 합니다. 책을 쓰는 사람은 아는 내용이겠지만 독자는 어떤지 모릅니다. 모른다는 가정하에 내용을 부연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을 배려라고 한 이유는 이것이 상당히 힘든 작업이고 반복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중간에 작업을 내려놓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것을 이겨내는 것은 얼마나 배려심을 많이 가지고 있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책으로 수입을 내거나, 자신의 이름이 책에 새겨지는 것도 큰 목표지만, 독자들에게 지식을 쉽게 전달하겠다는 배려심도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독자를 생각하여 글을 쉽게 표현했는지, 이 정도면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좋은 방법은 강의를 해보는 것입니다. 집필하고 있는 모든 내용을 강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약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해보기 바랍니다. 강의 자료를 만들다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실제로 강의를 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중들의 강의 태도를 보면서 이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면 중간 과정들을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용어들도 많이 풀어 기록해야 합니다. 필자가 출간하기 전에 공개 강의했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는데, 출간 후 두 책에 대한 반응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일부러 강의의 나쁜 점을 의견으로 받아도 좋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강의에 대해 나쁜 평을 들으면 실망할 수 있지만, 집필의 방향과 책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많이 투자하다 보면 무엇을 배운다기 보다는 내 시간만 많이 빼앗긴다는 기분도 듭니다. 다른 예로, 필자가 한 출판사의 편집 스타일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안을 집필한 후, 출판사의 요구사항들에 다시 맞추기 위해 다섯 달 이상을 쓴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기간동안에 대부분의 실습 내용을 다시 캡쳐 및 편집하고, 그림과 표을 캡션을 일일이 다시 삽입하고, 문장을 다듬는 일만 계속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런 과정들로 인해서 집필에 대한 기술이 엄청나게 향상되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몇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내 주위를 보아도 컨텐츠가 부족하기보다는 입문자에 맞춰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집필을 포기한 사례가 많습니다. 


집필한 것이 책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적인 희생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런 희생 시간에 대한 보상은 후에 점점 쌓여가는 전문가라는 명성과 인세로 보상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분좋게 집필합니다. 이런 희생을 감내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볼 기회는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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