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루틴이 있나요

퇴근하고 2시간 30분

by 삼인칭시점

오전 7시 52분

‘곧 오겠다.’


9호선 급행이 도착한다. 오늘도 사람들을 한가득 안고 왔다.

매일 낑겨타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이젠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일단 들어가면 최대한 구석 자리로 조금씩 이동한다. 그리고 쿠팡플레이를 통해 '프렌즈'를 한편 본다.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하여 보기 시작한게 어느덧 시즌5가 됐다. 시즌이 많다보니 배우들의 주름이 하나둘 생기는 것이 보인다. 재밌는 에피소드와는 반대로 마음 한켠에 왠지모를 씁쓸함이 생긴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 포스터


편한 출근길이 있을까 싶지만 고속터미널역에 위치한 회사를 다니는것이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심지어 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번 더 가야 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커피를 한잔 내린다. 업무용 프로그램들을 실행시키고 사내 VPN에 연결하면 오전 업무 시작이다.

11시 40분, 점심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12시 20분쯤 되려나. 팀 동료들과 커피를 한잔한다. 그리고 13시 다시 오후 업무시작, 양치하는 동료들로 화장실이 붐빈다. 그래서 보통 13시 30분쯤 양치를 하러간다.


이것저것 하다보면 18시다. 퇴근해야지.

퇴근 길에는 종종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을 공유한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다보니 서로 무엇을 얘기하는지 설명이 필요없다.

그렇게 통화를 하며 걷다보면 역에 도착한다.

출근할 때는 버스를 타고 들어오지만 퇴근할 때는 걸어서 근처의 다른 역으로 가는데, 이유는 별거 없다. 버스타는 회사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편하게 걸어다닌다 ^^...


퇴근 시간에도 전철은 여전하다. 통화끝에는 항상 '지옥 다녀올게'라며 인사를 한다.

이때 타는 전철은 급행이 아니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린다. 세상 돌아가는 뉴스도 좀 보고 유튜브 쇼츠를 보며 머리를 비운다. 집에 도착하고 나면 19시 10~20분쯤 된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에 간다.

하루종일 모니터를 보고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주3회는 운동하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려 한다.

운동은 주로 가슴, 등, 하체로 나누어 한다. 웨이트로 땀을 내고, 유산소는 좋아하지 않아서 10분정도만 해준다.


집에 돌아오면 20시 10분쯤 된다. 씻고 밥을 먹고 나면 21시 30분. 출근 시간을 생각하면 잠을 늦게 잘 수가 없다. 그러면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2시간 30분 주어진다. 그마저도 집안일을 해야 할때면 더 줄어들기도 한다. 빨래라던가... 빨래라던가...


나는 할게 없어도 보통 의자에 앉아 있는 편이다. 노트북을 키고, 스탠바이미를 켜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둔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개발일을 계속하다보니 개발하는 일이 정말 재밌어서 스스로만의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는 블로그에 글을 작성했었다.


신입으로 입사하고 첫 블로그를 개설했었다. 예전에는 스택오버플로우나 티스토리 같은 기술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었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도움이 되었음해서 만든 블로그였다. 꾸준히 글을 썼었고 나름 방문자도 많이 생겼었다. 하루에 2~300명은 방문할정도로.

요즘은 글을 거의 올리지 않는데, AI가 활성화되면서부터 나조차 AI를 먼저 찾다보니 그런 것 같다. AI가 무조건 원하는 답을 주진 않는다. 질문을 하면 답변에 따라 맞는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기 때문에 2차검증이 필요하다. AI에서 답을 찾는것보다 구글링이 효과적일 때도 있긴한데, 그래도 타율로 보면 AI가 낫다.

신기하게도 ChatGPT가 진화하면서부터 방문자도 줄어들었다. 짭짤했던 광고 수익이 아쉽다...


아무튼, 요즘은 나의 시간에 서비스의 기능을 더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고민한다.

나만의 서비스를 런칭하는게 목표였는데 이루고나니 참 뿌듯하다. 사용자도 어느정도 있어서 이제는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개인 연락처로 문의가 오기도 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보통의 하루는 이렇다. 금요일은 음주와 함께 한주의 끝을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토요일은 쉬거나 근처로 데이트를 나간다.


일요일은 노트북을 챙겨 카페에 간다. 최근 여자친구도 본인만의 서비스를 런칭하면서 서로의 작업물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같이 서비스를 만들기도 하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설득하기 위해 싸우기도 하고 재밌다. 일(?)을 끝내고 저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가끔 이런 일상이 반복되고 지칠때쯤 리프레쉬할겸 멀리 다녀오기도 한다.


이 글은 최근 퇴근하면서 본 어떤 영상 때문에 작성하게 됐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루틴을 만들어 보세요'라는 주제였던 것 같다.

글을 쓰며 정리해보니 내 일상은 이미 하나의 루틴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루틴 안에는 내 취미이자 돈벌이인 '개발'이 항상 포함돼있다. 누군가는 어떻게 퇴근하고까지도 일을 하냐고 하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의 삶이 꽤 행복하다.


여러분은 어떤 루틴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