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에세이_10

by 석영

아직도 방에 모기가 있다. 날씨가 꽤 쌀쌀해졌는데 말이다. 불룩한 아랫배를 달고 벽지에 듬성듬성 붙어 있는 모습이 옆눈으로 보인다. 잡을까 말까, 둔다. 늦가을 모기는 느리다. 덮쳐오는 손틈 사이로 빠져나가 내 시야의 경계를 오가는 재간 따위 부릴 수 없다. 찬 공기에 둔해진 다리는 부른 몸을 벽에 밀착하는 용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손바닥만한 세계의 천장이 내려닥치는 그 순간에도, 배와 벽이 맞닿는 파열 직전의 감각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가만히. 모기의 세계는 가을의 끝에서 반으로 접힌다.

그러니 이 시기의 모기는 내게 별다른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생의 종지부를 찍어줄 수 있는 존재다. 내 그날의 컨디션이 그들의 내일을 기약한다.

눈을 돌린다. 수직의 세계에서 그들은 하룻밤을 더 지내게 되리라. 얼어죽지만 않는다면 그 다음밤도 문제 없을 것이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서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모기와의 전쟁은 겨울을 앞둔 시점에서 잠정 휴전이다. 속도를 잃은 저들이 더는 손바닥의 사정거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확신때문만은 아니다. 피. 저들의 아랫배에 담겨 장기를 데우고 밤을 버티게 하는 생의 오아시스가 다름 아닌 나의 피일 것이라는 짐작에서다. 그러니 말이다. 짐작이 맞다면 저들과 나는 피를 나눴고 같은 동력원으로 팔다리를 들어올린다. 같은 피를 머금고 웅크린 채 잠에 들었다 아침 햇살에 몸 마디마디를 까딱거린다. 우리는 한 방에서 피를 나눈 사이다.

지난 몇 달간 내 손으로 산산조각 낸 덩어리 뒤로 번져가는 핏물이 내 것이라는 건 너무나 가혹한 시나리오 아닌가. 저들에게나 나에게나. 그건 일종의 자해일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하여 피의 공동체는 겨울을 앞두고 휴전을 택했다. 시한부 동침은 계속된다. 서로 가는 숨을 색색거리며.

내일은 영하 3도까지 떨어진다는 소식이다. 살아 있다면 강이 얼기 전에 떠나라. 피를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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