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2편 : 전숙 시인의 '어미물떼새의 셈법'
@. 오늘은 전숙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어미물떼새의 셈법
전숙
검은머리물떼새가 알을 품고 있다
강변에 펑퍼짐하게 들어앉은 네 개의 알
지난 폭풍우에 용케도 살아남았다
실금이 가고 *줄탁이 시작되었다
첫알이 세상을 열자
어미는 냉큼 껍질을 집어삼켜 흔적을 지우고
둥지로부터 멀찌감치 날아가 새끼를 부른다
평생의 기둥이 될 어미의 울음소리를 각인하며
새끼는 어미에게로 달려간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알이 깨어나고
울음소리를 좇아서 쫑쫑쫑 달려가 어미날갯죽지로 파고든다
어미는 세 마리를 품고 한동안 앉아있다
한 마리는 잊었구나 싶을 때
어미가 몸을 일으켜 둥지로 날아갔다
아직 몸부림치고 있는 막내알을 쪼아서 꺼내주더니
다시 멀리 날아서 막내를 부른다
비실대며 엎어지며 어미 품에 든 막내
드디어 알 네 알이 모두 안착했다
까막눈어미도 새끼들 숟가락 수는 놓치는 법이 없다
- [눈물에게](2011년)
*. 줄탁(啐啄) :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가 안에서 울고(啐), 어미닭이 이에 호응하여 밖에서 쪼아야 한다(啄)는 뜻. 이 말에서 줄탁동시(啐啄同時)란 사자성어가 만들어짐
#. 전숙 시인(1956년생) : 전남 장성 출신으로 2007년 [시와사람]을 통해 등단. 보건소 소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지역과 경계를 뛰어넘는 왕성한 시 관련 활동을 함.
<함께 나누기>
백과사전을 보면 검은머리물떼새, 흰머리물떼새는 있어도 ‘어미물~’란 새는 없습니다. 그럼 왜 그 이름 대신 ‘어미물떼새’란 이름으로 했을까요? 그것은 검은머리든 흰머리든 물떼새 어미는 새끼를 보호하려는 행동이 유별나기 때문에 붙였습니다.
당연히 의문이 들 겁니다. 동물치고 자기 새끼를 보호하지 않는 종(種)이 있느냐고? 맞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미물떼새는 조금 더 유별나답니다. 물떼새 종류는 대체로 덩치가 작습니다. 이는 천적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물떼새는 나름의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첫째, 물떼새는 위장의 천재로 천적이 둥지 가까이로 쳐들어오면 도망가지 않고 어미새는 다리를 다친 듯이 절뚝거리거나 날개를 다친 듯이 퍼득거리며 천적을 알에서 멀리 유인하여 자기는 희생되더라도 둥지를 보호합니다.
둘째,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암수가 교대로 20여 일간 알을 품는데, 알이 상해 못 깨어날까 봐 너무 뜨거우면 날개를 펴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몸에 물을 묻혀와 알을 식혀주기도 합니다.
시로 들어갑니다.
검은머리물떼새가 알 네 개를 품고 있습니다. 이윽고 알속에서 새끼가 나오려 울어대자(啐) 어미가 밖에서 껍질을 쪼아대다가(啄) 새끼가 나온 뒤 껍질을 삼켜 흔적을 지웁니다.
첫째 알이 깨어나고 난 뒤 두 번째 세 번째 알이 깨어나고 어미 울음소리를 좇아 찾아오자 어미는 세 마리를 품고 한동안 앉아 있는데 마지막 네 번째 알을 잊은 듯이 보입니다.
한 마리는 잊었구나 싶을 때 어미가 몸을 일으켜 둥지로 날아갑니다. 아직 나오지 못해 몸부림치는 막내알을 쪼아서 꺼내주고선 다시 멀리 날아서 막내를 부릅니다. 막내는 이에 응하고
"까막눈어미도 새끼들 숟가락 수는 놓치는 법이 없다"
시인이 가장 힘준 시행입니다. 이 한 시행 때문에 이 시가 살아났고 아주 팔팔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자기 새끼를 놓치는 어미는 세상에 없습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어린 새끼를 지키려 합니다. 여기서 시인이 던지는 메시지가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 인간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부끄럽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도 많기에.
마지막으로 제목에 나온 '셈법'의 의미를 찾아봅니다. 단순한 계산이 아닌 '생명을 지키기 위한 어미의 헌신적이고 지혜로운 방식'을 뜻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 사진 두 장 모두 [한국생물자원관] 홈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