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9편 : 천양희 시인의 '단추를 채우면서'
* 목우씨의 詩詩한 소통(2026) *
♡ 천양희 시인 편 ♡
- 단추를 채우면서 -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오래된 골목](1998년)
<함께 나누기>
오늘 시 「단추를 채우면서」는 천양희 시인의 대표작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늦게 배달하는 까닭은? 네 그렇습니다. 이미 이십여 년 전 처음 시 배달 시작할 때 보냈기에 잊고 있었지요. 어쩌면 배달했다고 여겨 계속 잊고 지낼 뻔했는데….
읽으면 막힘 없이 술술 잘 넘어가는 시입니다. 참 편하게 쓴 시처럼. 허나 이분의 삶을 알고 읽으면 달라집니다. 시 한 편에 자신을 온통 담았습니다. 그래서 읽고 난 뒤 다시 돌아와 읽게 만듭니다. 시의 무게감도 만만치 않고요.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화자의 과거에 빗대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왜,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즉 이 시구를 먼저 읽는 이에게 맞춰 읽어봅니다. 한 번쯤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경험, 첫 연애와 그로 인해 첫 결혼으로 이어진 잘못이 있다면 더더욱.
시인은 박두진 선생의 추천으로 이화여대 3학년 때 당시 유일한 문예지이자 힘든 관문인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합니다. 이 등단을 계기로 정현종 시인을 알게 돼 고전 음악감상실을 함께 기웃거리며 클래식에 몰입하기도 하는 등 순수하고 아름다운 연애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학 졸업 뒤 원하던 대학원 진학도 아버지가 권하시던 유학도 포기하고 정현종 시인과 결혼합니다. 남편의 박봉으로 홀시아버지 모시고 어렵게 신혼생활을 시작했는데, 결혼 6개월 만에 생활난으로 할 수 없이 모교인 이화여대 앞에 작은 의상실을 차립니다.
먹고살기 위해 아침 일곱 시에서 밤 열한 시까지 가게에서 자기도 하며 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시도 잃고, 문학도 잃고...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갑작스런 이별 통보, 이어 당시 네 살 된 아들과 강제로 헤어져야 했고. (두 분이 이혼한 사연에 관해선 인터넷을 참고하시길)
이후 십여 년간 가까운 이들의 죽음과 찾아든 병마와 외로움에 죽음 밖에 생각 안 날 때 시인을 일으켜 세운 건 바로 시. 어느 정도 ‘홀로삶’에 익숙해지면서 당신 삶을 돌이켜보며 시 한 편을 썼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라 많은 사연이 담길 수밖에...
“잘못 채운 단추가 / 잘못을 깨운다 / 그래, 그래 산다는 건 /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는 결국 ‘잘못 채운 첫 단추’ 때문인데 잘못 채운 단추가 시인 자신의 잘못임을 깨달았습니다.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채워야 할 구멍, 그리고 단추를 쥔 손 등 결부되는 문제가 여럿임도 알았습니다.
거기서 얻은 진리는 ‘산다는 게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 하나하나 조심하며 끼우지 않으면 어긋나고 맙니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얼마나 옷이 비틀어지는지를 알기에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자신의 삶도 생각지 않게 비틀어졌음도...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마지막으로 앞에서 한 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결론을 내립니다. 단추를 채우다 보면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알겠고, 나아가 옷 한 벌 제대로 입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고. 그 쉬워 보이는 단추 채우기가. 별것 아닌 듯이 보이는 인생이.
#. 천양희 시인(1942년생) : 부산 출신으로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하던 해인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은 물론 [소월시문학상]도 받은 우리나라 대표 여성시인.
1965년 등단했으니 시력(詩曆)이 60년 지났으니 참 대단하지요, 그토록 꾸준히 시를 써왔음이. 1984년 첫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을 펴낸 뒤, 2024년 [몇 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를 82세에 펴냈고, 작년엔 시선집 [너에게 쓴다]를 펴냈습니다.
현재 상계동 작은 아파트에 가족 없이 전업시인으로 살면서 팔순도 훨씬 지난 나이에 열심히 시를 쓰고 계십니다.
(시인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은지라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진은 모두 구글 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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