땔감을 준비하면서

목우씨의 '달내마을' 이야기(91)

* 땔감을 준비하면서 *



요 며칠 땔감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돈을 주고 사면 간단하나 놀고 있는 처지라 공짜로 구할 방법을 찾으니 보였다.


냉장고 같은 큰 물품을 지탱하는 사과 궤짝 모양의 나무받침을 팰릿(Pallet : 흔히 ‘파레트’라 함)이라 한다. 아는 이가 '당근마켓'에 무상으로 가져가도 된다는 안내가 떴다는 정보를 알려줘 트럭을 빌려 가서 싣고 왔다. 팰릿 나무는 땔감으로 충분치 않다. 불은 잘 붙지만 흔히 말하는 불땀이 약하다. 하지만 그것도 많이 때면 되지 않은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침실을 황토방으로 옮겼다. 낮에는 25° 아래위라 해도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고, 밤에는 꽤 쌀쌀하다. 그러니 온돌방에 뜨뜻하게 등 지지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방을 옮긴 건 당연한 일. 그에 따라 땔감 마련은 필수.

작년 트럭 한 차 분량의 장작이 반쯤 남아 있다. 비용이야 70만 원의 거금이 들지만 그걸로 2년을 버티니 비싼 편은 아니다. 참나무 장작에다 팰릿까지 마련했으니 겨울나기는 웬만큼 된 셈이다. 허나 장작 준비됐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불쏘시개와 밑불용 나무가 필요하다.


92-2.png (불쏘시개로 마른 솔잎이 최고)



다 알겠지만 성냥개비로 굵은 장작에 바로 불을 붙일 수 없다. 먼저 준비해야 할 게 불쏘시개다. 불쏘시개 감으로 가장 좋은 재료는 바로 경상도에서 ‘갈비(표준어 ‘솔가리’)’라 일컫는 마른 솔잎이다.

성냥이든 라이터든 불만 갖다 대면 갈비는 즉시 불이 붙는다. 허나 갈비도 바로 장작에 불을 붙이기 어렵다. 다음으로 필요한 게 밑불용 나무다. 밑불용 나무로 작은 나뭇가지면 된다. 이는 팰릿을 쪼개 쓰면 된다. 밑불용 나무에 불이 붙으면 이제 장작에 불붙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면 밤새 뜨끈뜨끈 해질 테고.


이처럼 시골에서 온돌 데우기 위해 불 지피는 데도 순서가 있다. “성냥 → 불쏘시개 → 밑불용 나무 → 장작”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듯한 장작불 지피는 일에도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불이 붙지 않는다.

불쏘시개가 없다면 밑불용 나무에 붙이기 어렵고, 밑불용 나무가 없다면 장작에 붙이기 어렵다. 물론 억지로 하면 안 되는 건 아니다. 장작 대신 밑불용 나무가 대신할 수야 있지만 그 양을 어찌 감당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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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와 단계!

그렇다 바로 순서와 단계를 지켜야 한다. 순서를 지키지 않을 때 탈이 난다. 어디 장작불 붙일 때만 그러랴. 가정도, 사회도, 정부도 순서를 어긋나게 하거나 단계를 뛰어넘으면 필연적으로 사고가 이어진다.

얼마 전 뉴스에 서울 지역 젊은 학부모들의 지출 속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문이 ‘영어 조기교육’에 드는 비용이라는 내용을 보았다. 이젠 초등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니 어쩔 수 없지만 빠른 아이는 태아 때부터 시작하고, 2/3 이상이 3~4세부터 한단다.


영어 조기교육의 문제점을 많은 학자들이 줄줄이 발표하고 있건만 줄어들지 않고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모국어가 완성되지도 않은 어린 나이에 외국어를 익히게 되면 두 언어를 익혀야 하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정신적, 신체적 발달에 지장을 주며 특히 사춘기가 올 경우 심각한 말더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반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와, 영어전문학원을 다니는 아이의 창의력을 비교한 결과, 영어전문학원을 다니는 아이의 창의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해도 그쪽으로만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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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못하면 학교에서 낙오자가 되고, 학교의 낙오자는 사회의 낙오자로 사회의 낙오자는 인생의 낙오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부모님들의 강박관념이 3살밖에 안 되는 아이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지금 우리들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영어공화국’이다.


*. 오늘 글은 예전에 올렸는데, 내용을 보강하여 다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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