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한 소통(469)

제469편 : 정호승 시인의 '혀'

* 목우씨의 詩詩한 소통(2026) *


♡ 정호승 시인 편 ♡


- 혀 -


어미개가 갓난 새끼의 몸을 핥는다
앞발을 들어 마르지 않도록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온몸 구석구석을 혀로 핥는다
병약하게 태어나 젖도 먹지 못하고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죽은 줄도 모르고
잠도 자지 않고 핥고 또 핥는다
나는 아이들과 죽은 새끼를
손수건에 고이 싸서
손바닥만 한 언 땅에 묻어 주었으나
어미개는 길게 뽑은 혀를 거두지 않고
밤새도록 허공을 핥고 또 핥더니
이튿날 아침
혀가 다 닳아 보이지 않았다.
- [이 짧은 시간 동안](2004년)




<함께 나누기>

정호승 시인을 대중이 끌리는 좋은 시를 많이 쓰는 시인이라 소개하면 되겠지요. 읽으면 입에 착 달라붙고, 거기에 담긴 의미도 좋습니다. 입에 착 달라붙는다는 말은 운율을 잘 살리고, 담긴 의미가 좋다는 말은 읽고 나서도 생각거리를 많이 준다는 뜻으로 봐야 하겠지요.
대표작으로 알려진 작품 몇만 예로 들어도 ‘아 그렇구나!’ 하실 겁니다.
"슬픔이 기쁨에게",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고래를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수선화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시인은 혀를 글감으로 한 시도 많이 썼습니다. 오늘 시 말고도 "혀를 위하여" "나의 혀" "오늘의 혀" 등을 남겼습니다. 같은 혀를 글감으로 시를 썼지만 다 다르게 방향을 잡았습니다. 특히 오늘 시는 앞에 든 작품과 달리 사람의 혀 아닌 '동물의 혀'를 다루었습니다.


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특히 새끼 낳는 광경을 지켜본 적 있는 분이라면 이 시가 더 다가올 겁니다. 그 가운데서도 새끼 여러 마리가 태어났지만 한두 마리가 죽어버린 일을 겪었다면...
그때 어미는 새끼가 죽은 줄 모르고 계속 그 새끼를 핥고 또 핥습니다. 사람이 곁에서 떼어놓지 않으면... 전에 우리 집 태백이도 그랬지요. 한 마리가 죽었는데 끝까지 혀로 핥는. 그냥 두면 다른 새끼에게 피해 간다고 해서 간신히 떼어놓았습니다.

시로 들어갑니다.

“병약하게 태어나 젖도 먹지 못하고 /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죽은 줄도 모르고 / 잠도 자지 않고 핥고 또 핥는다”

반려견 전문가가 쓴 글을 읽었는데, 어미는 새끼가 죽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라 계속 새끼를 핥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답니다. 그럼에도 버리지 못함은 사람과 달리 그렇게 해야만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에 계속 핥는다고.
이 시행에서도 특히 ‘죽은 줄도 모르고’란 시구에서 갑자기 먹먹해집니다. 다들 그렇겠지요. 새끼 죽은 줄도 모르고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어미의 몸부림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기에.

“나는 아이들과 죽은 새끼를 / 손수건에 고이 싸서 / 손바닥만 한 언 땅에 묻어 주었으나”

표현의 섬세함이 엿보입니다. ‘손수건에 고이 싸서’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진 표현 같지만 새끼가 그만큼 작고 여리다는 뜻을 담았고, 새끼가 죽으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묻어 주는 일. 하필 그날이 땅이 꽁꽁 얼었다니. 이런 설정이 읽는 이를 몰입하게 만들지요.

“어미개는 길게 뽑은 혀를 거두지 않고 / 밤새도록 허공을 핥고 또 핥더니”

혹 더운 여름날 개가 길게 혀를 빼고 더위에 할딱이는 그 광경을 유심히 본 적 있다면 ‘야, 개 혀가 생각보다 훨씬 길구나!’ 하실 분도 더러 계실 터. 더위에 지쳐 할딱거리는 긴 혀가 새끼 태어나면 또 다른 쓸모를 발휘하게 만들어줍니다. 바로 새끼를 핥아주게.

짐승 어미가 새끼 태어나면 혀로 핥아주는 이유로 보통 세 가지를 듭니다. 하나는 새끼의 털과 피부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해 청결을 유지하려고. 두 번째는 체온 조절과 혈액순환을 돕는데 도움이 되려고, 나머지는 혀로 핥음으로써 어미와 새끼 사이의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려고.

마지막 시행, “이튿날 아침 / 혀가 다 닳아 보이지 않았다”에서 시인은 읽는 이를 다시 한번 울립니다. 저 한없이 숭고한 어미개의 애무가 새끼의 죽음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 핥고 또 핥아 결국 닳아 없어졌다고.


(네이버블로그 'Overseas and'에서)



#. 정호승 시인(1950년생) : 경남 하동 출신으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를 통하여 등단. 고교 교사,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40세 때 직장을 그만두고 시를 쓰고 강의를 다니는 전업 시인으로 생활.
태어난 곳은 경남 하동이나 성장한 곳은 대구라, 이런 이유로 대구시 수성구에 '정호승 문학관'이 있으며, 노래로 불린 시만 해도 수십 편이고 교과서에도 수십 편이 실린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


(시인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은지라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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