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한 소통(471)

제471편 : 강영란 시인의 '요자기'

* 목우씨의 詩詩한 소통(2026) *


♡ 강영란 시인 편 ♡


- 요자기 -


요자기라 써볼까? 아니면 소리 나는 대로 요작이라 써 볼까
요자기라고 쓰면 무슨 이조백자항아리 냄새가 나고
요작이라고 쓰면 작은 꽃잎이 살풋 벌어진 듯하고
“요 며칠 전”이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이
요 며칠 동안 볼 붉었다
요자기라 써서 항아리 고운 곡선을 흘러내리는 빛으로나 볼까
요작이라 써서 꽃술이나 세어 볼까
그대의 사랑이 왔다 말하려는
요자기, 요작이부터
갸웃, 갸웃 거려지는 이 고민
- [염소가 반 뜯어먹고 내가 반 뜯어먹고](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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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강영란 시인은 아는 이가 적습니다. 제주도라는 문학 변방에 사는 데다 직접 감귤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민 겸 시인이기 때문이지요. 저도 몇 년 전에야 알게 된 뒤 시에 이끌려 해마다 배달합니다. 그만큼 제주를 노래하는 좋은 시를 많이 쓰는 시인이란 뜻이겠지요.

오늘 시도 제주도에서도 제주도 방언을 글감으로 잡아 쓴 시입니다. 우리야 좀 신기할지 모르나 제주 토박이에겐 흔히 쓰는 '요자기' 그 원뜻은 '요 며칠 전( 또는 요즘, 요사이)'입니다. 제주도민이 쓴 글에 나오는 쓰임의 예를 들어보면,
원문 : "요자기 곱들학 감 따당..."
해석 : "요 며칠 전 아주 매끈하고 고운 감 따다가"

동식물이 계체수가 줄어들게 되면 ‘멸종 위기 식물(동물)’이 되어 국가와 UN에서 관심을 갖게 됩니다. ‘제주어’가 2010년 유네스코에 의해 소멸 위기 4단계로 분류되면서 이를 지키려는 제주도민과 정부에서 공을 들이고 있답니다.
오늘 시는 그 어렵다는 제주 방언을 들먹이지만 특별히 각주를 달지 않아도 그 속뜻을 쉬 알아볼 수 있어 읽기 편한 작품입니다. ‘요자기’의 뜻을 제주도 토박이가 아니라면 시에서처럼, '요자기라고 쓰면 이조백자항아리 냄새가 나고, 요작이라고 쓰면 작은 꽃잎이 살풋 벌어진 듯'으로 풀이해도 되겠지요.

아니면 저처럼 경상도 토박이라면 ‘요짝 조짝에(이쪽 저쪽에)’ 할 때 요짝으로 새겨도 되고,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하다면 '요+자기'로 읽어 귀여움을 나타내는 감탄사 ‘요’가 붙어 (‘요, 귀여운 것!’ 할 때처럼) ‘요, 귀여운 자기’로 해도 되겠지요.

“요자기라고 쓰면 무슨 이조백자항아리 냄새가 나고 / 요작이라고 쓰면 작은 꽃잎이 살풋 벌어진 듯하고”

앞 시행은 충분히 이해할 듯한데, 뒤 시행이 좀 어렵군요. 요작이라 쓰면 꽃잎이 살풋 벌어진 듯하다는 말. 혹 ‘요 작은’의 뜻으로 새겨 많이 벌어지지 않고 꽃잎이 아주 작게 벌어진 듯하다는 뜻으로 새겼을까요?
시의 흐름으로 보아 계절은 봄으로 짐작됩니다. 봄에 피어나는 빨간 꽃이라면 우선 동백꽃이 생각날 터. 뒤에 오는 시행 ‘요작이라 써서 꽃술이나 세어 볼까’와 연결이 가능해 새봄이 되자 여기저기 꽃잎이 살포시 벌어지는 모습을 표현함인가.

“그대의 사랑이 왔다 말하려는 / 요자기, 요작이부터 / 갸웃, 갸웃 거려지는 이 고민”

여기 나온 ‘그대’를 굳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새기지 않고 봄날 꽃이 피어남 그 자체가 사랑이 아닐까로 풀어봅니다. 겨울을 이기고 얼굴 내민 따뜻한 봄에 빠알간 꽃 피어남이 바로 사랑 그 자체라 해도 되겠지요.

지금 추위가 한창이라 그대의 사랑이 오기를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아직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느릿느릿 봄이 길을 옮기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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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란 시인(1968년생) : 제주도 서귀포 출신으로 1998년 [한라일보] 신춘문예와 2010년 [열린시학]을 통해 등단. 현재 제주도에 감귤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데, 시 속에 제주의 문화를 담은 내용이 많음.

*. 시에서 직접 동백꽃이라 한 적 없으나 임의로 그 꽃이 아닐까 해서 실었고, 둘째 사진은 시인이 감귤 농사짓는다 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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