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한 소통(481)

제481편 : 정현종 시인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목우씨의 詩詩한 소통(2026) *


♡ 정현종 시인 편 ♡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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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튀어오르는 장면을 보면 자연과학도는 떨어질 때의 발사체 운동에너지와 충격을 받은 반발 계수를 통해 저런 현상이 이뤄진다고 설명하겠지요. 저 같은 인문학도에겐 그런 과학적 원리보다 늘 보는 일이라 자연스런 현상이라 여겼을 터. 여기에 시인은 상상의 숟가락을 얹습니다. 그러면 의미 지닌 시가 되어 생각거릴 주고.
‘살아 있다’는 생동감을 도형으로 나타내면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아니 이런 다각형보다 둥근 공의 모양이 아닐까요? 우주를 그려도, 태양계를 그려도, 수많은 별을 그려도, 대부분의 꽃과 나무 열매나 짐승의 알을 보아도 다 둥급니다.

오늘 시는 둥근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반드시 튀어오르는데, 이 튀어오르는 공을 글감으로 하여,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튀어오르는 공처럼 다시 일어서는 삶의 자세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래 살아봐야지 / 너도 나도 공이 되어 /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이 시행은 두 개의 도치법이 교묘히 사용되었습니다. ‘너도 나도 공이 되어 - 그래 살아봐야지’와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 그래 살아봐야지’로. ‘공이 되어’를 반복함으로써 화자는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떨어졌다가 다시 튀어오르는 공처럼 살아보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

“살아봐야지 /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 왕자처럼”

이 시행도 도치법 사용은 같습니다.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 살아봐야지’와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 살아봐야지’로. ‘쓰러지는 법이 없는’은 자기 뜻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화자는 쓰러지지 않는 공처럼 살고자 다짐합니다.
그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에서 ‘왕자’는 무엇을 비유할까요? 네 그렇습니다, 공을 비유합니다. 그러니까 한 번 떨어진 공은 결국은 바닥에 가라앉겠지만, 그러기 전에 수없이 많은 좌절을 겪으면서도 계속 위로 튀어오릅니다.

“가볍게 떠올라야지 /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 둥근 공이 되어”

공의 반발계수는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커져 탄성이 붙어 높이 튀어오릅니다. 이는 언제든 떠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공처럼 살고자 하는 다짐을 드러냅니다. 곧 나는 튀어오를 준비가 되어 있으니 내 삶은 언제나 생동감 있게 역동적으로 활기차게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시인이 가장 힘준 시행입니다. 특히 마지막 시구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가 중요합니다. 살다 보면 떨어질 때도 있고 바닥에 가라앉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튀어오르는 공처럼 잠시 쓰러졌을 뿐 이내 곧 일어나야 합니다.
이제 곧 우리는 겨우내 죽어 있던 나무와 풀에 새움이 돋고 꽃이 피어남을 보게 됩니다. 거기서 강력한 삶의 탄력을 느끼게 됩니다. 자연은 공처럼 되살아나고, 우리네 얼굴과 몸에 활기가 돌고, 거리마다 삶의 탄력을 느끼게 돼 참 좋습니다.

여기저기서 봄이 공처럼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통도사에 홍매인 자장매가 만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봄이 공처럼 튀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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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종 시인(1939년생) : 서울 출신으로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방문객」 등 좋은 시를 많이 썼으며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봉직하다가 정년퇴직함.
앞서 배달한 천양희 시인과는 부부였다가 헤어졌는데, 그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으니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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