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달내마을' 이야기(135)
우연히 뉴스를 보는데 외국인들은 없어서 못 먹으나 한국인들은 줘도 잘 먹지 않는 채소로 ‘가지’가 떴습니다. 요즘 들어 먹는 가정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아직 가지는 우리 국민들에겐 인기 없는 채소임은 분명합니다.
가지는 보랏빛이 뚜렷한 식물입니다. 그리고 식물이 가진 다양한 색감은 단순한 컬러가 아니라 ‘식물 영양소’가 내는 색감이랍니다. 특히 가지는 퍼플푸드(보랏빛을 내는 식품)의 대표적인 식품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한 퍼플빛 영양소를 채워주는 채소랍니다.
우리 집 텃밭에도 해마다 가지를 심습니다. 다른 작물에 비해 고작 두 그루만 심습니다만 그 두 그루만 해도 부부 둘 먹기에는 넘칩니다. 가끔 아는 이들이 찾아와 오이 상추 아삭이고추는 가져가도 가지는 욕심을 내지 않으니 굳이 많이 심을 필요가 없는 채소입니다.
이 가지가 서양에선 아주 각광받는 채소라 합니다. 누가 주면 절대 사양하지 않고, 아파트에서도 화분을 이용해 키우는 가정이 꽤 된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인기 없는 작물입니다. 많이 심지도 얻어가려 하지도 않는.
우리 마을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술 한 잔 할 기회를 자주 갖습니다. 특히 초복ㆍ 중복ㆍ 말복으로 이어지는 복날에는 닭을 잡거나 고기를 굽습니다. 이미 지나간 초복과 중복에도 모였고, 오는 목요일 말복날에도 모여 한 잔 할 예정입니다.
문득 지난 중복 때 일이 생각납니다. 보통 우리 마을 청년(?) 회원들만 모이는데 그날은 우연히 들른 회원의 동서도 함께 했습니다. 옻닭을 삶았는데 옻닭 못 먹는 사람 위해 삼겹살도 구웠고. 두 고기에 이어 상추, 오이, 고추 등을 소쿠리에 담아 제법 푸짐하게 차렸습니다.
그때 마을 회원의 동서가 상추와 아삭이고추를 보고 한 마디 했습니다.
“야, 역시 시골이라 다르네요. 도시에선 상추가 금추가 돼 비싸서 잘 못 사 먹고, 먹더라도 몇 장 겨우 내놓을까 말까 하는데...”
그 말에 제가 의아해서 물었습니다.
“상추가 금추 되다니요?”
그럴 만하지 않는가요. 요즘 우리 식탁에 날마다 빠지지 않고 오르는 게 상추요, 아삭이요, 오이냉국이니까요.
최근에 얼마나 채소가 귀해졌는지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서 상추와 고추와 오이와 깻잎을 신나게 먹는 그의 모습을 보며 웃어야 했습니다. 집에 와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사실이라 합니다. 장마로 인해 채소류가 다 녹아버리거나 썩어버려 값이 크게 치솟았다나요.
우리는 자기가 사는 곳에 흔하면 다른 곳에도 그러리라 여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해외여행 나가본 사람은 잘 알 겁니다. 와이파이 안 터지는 곳이 얼마나 많던가요. 아니 스마트폰 안 터지는 곳은 또 얼마나 많던가요?
거리를 돌아다니다 공중화장실 찾기도 힘들고, 찾았다 해도 돈을 줘야 들어갈 수 있는 유료화장실뿐. 게다가 식당에 가 음식 시키면 우리나라 식당처럼 물을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고 추가로 시키면 돈을 줘야 하고...
그럴 때마다 왜 이리 인심이 사납나 하며 불평을 털어놓기도 하는데 그곳 사람들은 아주 당연하다고 여길 뿐. 하기야 우리 집엔 짜장면도 치킨도 배달되지 않습니다. 먹고 싶으면 차 몰고 읍내까지 나가야 합니다. 도시에선 별것 아닌 일이 여기선 별것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사람들은 대체로 내게 풍족하면 남들에게도 다 풍족한 줄 아는 모양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글을 쓰고 난 뒤에 후회할 때가 종종인데 특히 손주들 얘기를 다룬 글을 썼을 때입니다.
날마다 아는 이에게 글을 보내는데 지난 금요일(8/4) 올린 글에도 시골 외가를 찾아온 손주들과 즐겁게 지내는 얘기를 썼습니다. 그때까지는 몰랐습니다. 오후에 댓글 몇몇이 달리고 나서야 ‘아차!’ 했습니다. 예전 같은 직장 은퇴 동료 모임 단톡방과 고교 동기 단톡방에서 말입니다.
동료와 동기 가운데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거나 결혼할 의사가 없는 자제를 둔 분들이 꽤 됩니다. 저로선 [산골일기]가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지만 그분들에겐 자식이 비혼주의자든 뭐든 염장 지르는 일일지도 모르는데...
또 자제의 직장에 관한 인사말도 그렇습니다. “자네 아들(또는 딸) 요즘 어디 다니나?” 생각 없이 무심코 내뱉다가 아차 하니까요. 이 말은 당연히 취업을 해 직장에 다님을 가정해 던진 말인데, 아직 취업 못한 자제를 둔 사람에겐 참 난처한 질문이 되겠지요.
그래서 요즘 모임에 가 자식 결혼 이야기와 취업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어리석다는 평가를 받는다지요.
다른 지방에선 장마 때 수해를 입어 농작물이 엉망이 되었다 하나 이곳은 비가 적당히 와 오히려 더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요즘 텃밭에 나가보면 신이 납니다. 가지와 오이, 고추와 상추 말고도 참외와 수박마저 잘 익어가고 있으니까요.
이미 참외는 몇 번 따먹고 아들딸 집에 보내는 식료품 택배 상자에도 담아주었고, 애플수박도 미니사과도 하나둘 따먹고 있습니다. 이러는데 태풍 카눈이 방향을 틀어 동해안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하필 예정 경로에 제가 사는 곳을 지나치는지라 걱정입니다.
아 오늘 올리는 글이 ‘요시래방정’ 떨게 돼 우리 마을로 올라온다면... 제발 일본 쪽으로 붙어 불었으면 합니다만.
*. 요시래방정(또는 요시라방정) : 서부경남 사투리로 하는 행동이 무겁지 않고 경망스러울 때 씀.
*. 오늘 글은 2023년 8월에 올렸는데, 내용을 보강하여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