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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Dec 08. 2023

목우씨의 긁적긁적(64)

제64화 : 목우씨의 집 이야기


     * 목우씨의 '집' 이야기 *
     - '북콘서트'를 대신하여-


  제가 [그림책 자서전 만들기] 수업을 받고 책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서점 판매용 아니라 '개인 보관용' 딱 한 권입니다. 책 만든 김에 '북콘서트'를 여는 대신 글로 전합니다.

  일단 북콘서트를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작가가 자신이 쓴 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독자와 질의응답 갖는 행사'입니다. 제목은 <목우씨의 '' 이야기>며 그림 속에 글을 넣어 누가 보든지 그 내용을 짐작하게 돼 있습니다.

  앞뒤 표지 포함하여 모두 18쪽 (그림으론 9장) 분량이며, 그림 하나하나 설명을 붙이려 하는데 첫 그림은 앞표지입니다.





  표지 그림은 제가 꿈꾸는 집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와 아내, 아들 딸, 손주들이 시골에 흙 밟으며 함께 모여 사는 광경입니다.


  맨 위 오른쪽 땔감 해 지게 지고 오는 분은 아버지며, 왼쪽에 소 몰고 밭을 가는 두 중년남녀는 우리 부부입니다. 그리고 맨 아래 오른쪽 나물 캐는 네 여자는 어머니ㆍ아내ㆍ딸ㆍ며느리고, 왼쪽 세 어린이는 손자ㆍ손녀입니다.

  '꿈꾸는 집'이라 했으니 실제로는 이뤄질 수 없지만 저는 자주 이런 꿈을 꾸며 지내곤 합니다.


  <1~2쪽>




  어릴 때 부산시 연지동 럭키회사 뒤 팔칸집에 살던 때 일입니다.

  여덟 가구(아마도 50 명쯤 되었을 듯)에 딸린 변소는 달랑 하나, 그러니 집집마다 아침엔 밤새 사용한 요강을 비운 뒤 한 곳에 진열합니다. 비록 방 하나, 부엌 하나 구조였지만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또래들이 워낙 많아 뛰놀기 좋았으니까요.

  그림을 확대하면 지붕과 벽과 문 아래에 검은 점들이 보일 겁니다. 혹 아시는 분들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지붕은 도단(함석)으로 돼 있어 녹슬지 말라고 골탕(콜타르)을 발랐습니다. 그게 여름이면 녹아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하려 했는데...


  <3~4쪽>




  남자아이들은 제법 넓은 마당에서 공을 찼는데 그만 제가 찬 공이 날아가 맨 가에 놓인 요강을 박살 냈습니다. 알고 보니 주인집 요강이었는데 봄날 따스한 볕살을 즐기던 어머니들은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고 얼마 뒤 제 뺨에선 불이 났습니다.

  비상식적으로 길게 표현된 주인아줌마의 팔, 거기에 얻어맞은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쓰러졌고..  나중에 들으니 당시에 그 집 요강이 깨지면 일 년 내내 재수 없다는 속설이 떠돌았다고 합니다.

  눈썰미 있는 글벗님들은 요강 수를 헤아렸을 테고 주인아줌마의 팔 빛깔이 점점 붉어짐도 보았을 터.  나름대로 표현한다고 했으나 그림 솜씨의 미숙으로 다 드러낼 수 없지만 그래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6쪽>




  일 마치고 저녁에 집에 온 아버지는 제가 뺨 맞았다는 소릴 듣고 주인네를 찾아가 주인 부부를 박살 냈고, 당연히 우리는 쫓겨나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산중턱 깎아내 집터를 마련했고 우리는 임시 천막에서 지내다 이웃의 도움받아 흙집을 지었습니다. 나중엔 블록으로 벽채를 바꾸었고.

  집 완성된 지 얼마 안 지나 담벼락에 칠해진 시뻘건 줄과 '철거'란 두 글자. 부수면 다시 짓고 부수면 다시 짓고, 세 번째는 구청에서도 포기했는지 그냥 둬 십 년 넘게 살았고. 비록 시뻘건 페인트칠이야 남아 있었지만.
  

  <7~8쪽>




  집안 형편이 좀 나아져 아랫마을 사거리 동네로 옮겼고 아버지는 게서 만화방을 열었습니다. 제가 한 일은 만화 실컷 보는 일과 무협소설 제목을 한글로 바꿔 다는 일. 한자를 제대로 몰랐으나 이웃 형들 덕에 해결했고.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쓴 작가 '김훈'의 아버지도 우리나라 초창기 무협소설 작가였다는데,  아마 아들 김훈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을 걸로 생각되는데, 저 역시 변변찮으나 글 쓰는 힘은 만화와 무협지 덕분인 듯.



  <9~10쪽>




  직장을 부산에서 울산으로 옮겼고, 결혼 후 거기 사학재단에서 제공한 사택(아파트)에서 딸 아들을 낳고 키웠는데, 연탄 때는 난방(온수온돌)이라 방문 앞에는 늘 연탄 쌓였으나 아이들에겐 더없는 놀이터. 흙바닥에서 하고 싶은 놀이 하며 마음껏 놀았으니.

  그러던 중 어머니가 쓰러졌고...


  <11~12쪽>




  울엄마가 생명은 건졌으나 치매와 중풍을 동시에 앓게 되었고. 우리는 할 수 없이 방이 더 필요해 ㅇㅇ시장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로 이사했고. 울엄마는 온종일 창 없는 베란다에 나와 시장 오가는 사람 바라보거나 말 걸기로 시간 보냈고...


  <13~14쪽>




  날이 갈수록 증세가 호전되긴커녕 악화돼 방법을 찾다가 문무대왕면 용동리에 주말주택을 마련했다. 1000만 원 주고 사서 1000만원 들여 고친 집. 정말 보잘것없었으나 울엄마는 여기 오는 걸 그리도 좋아했으니...

  특히 여름이면 활짝 핀 해바라기를 좋아해 집 이름을 '해바라기 집'이라 이름 붙였다. 어쩌면 울엄마가 밝게 웃는 꽃처럼 다시 웃음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으리라.


  <15~16쪽>



  울엄마 하늘로 가시고 몇 년 뒤 도시 떠나 지은 소위 '전원주택'. 400평 가까워 전보다 훨씬 넓고, 연못도, 정자도, 그네도, 100년 된 뽕나무도 있지만 울엄마는 없다. 아, 아버지도 없다.

  사랑받고 싶은데 그분들은 떠나고 사랑 왕창 갖다 부어야 할 아이들만 태어났다.


  <뒤 표지>




  "은 쉼터이자 정이 오가는 곳,
  비좁아도 몸 누일 공간만 있다면,
  무허가라도 당장 쫓겨나지 않는다면
  울엄마 울아부지 딸 아들 손녀 손자,
  함께 모여 한 에 살 수 있다면..."


  *. 지루한 북콘서트에 참가하신 글벗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늘 글만 쓰다가 전혀 다른 장르인 그림을 만지다니... 형편없는 그림 솜씨로 만든 책이라 볼 게 없지만...
  이왕 만든 것 이렇게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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