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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위에 내리는 비 Jul 18. 2024

목우씨의 詩詩하게 살자(153)

제153편 : 문인수 시인의 '굿모닝'

@. 오늘은 문인수 시인의 시를 배달합니다.


          굿모닝
                         문인수

  어느 날 저녁 퇴근해 오는 아내더러 느닷없이 굿모닝! 그랬다. 아내가 웬 무식? 그랬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후 매일 저녁 굿모닝, 그랬다. 그러고 싶었다. 이제 아침이고 대낮이고 저녁이고 밤중이고 뭐고 수년째 굿모닝, 그런다. 한술 더 떠 아내의 생일에도 결혼기념일에도 여행을 떠나거나 돌아올 때도 예외없이 굿모닝, 그런다.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수고했다 보고 싶었다 축하한다 해야 할 때도 고저장단을 맞춰 굿모닝, 그런다. 꽃바구니라도 안겨주는 것처럼 굿모닝, 그런다. 그런데 이거 너무 가벼운가, 아내가 눈 흘기거나 말거나 굿모닝, 그런다. 그 무슨 화두가 요런 잔재미보다 더 기쁘냐, 깊으냐. 마음은 통신용 비둘기처럼 잘 날아간다. 나의 애완 개그, '굿모닝'도 훈련되고 진화하는 것 같다. 말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고 민망하고 시끄러운 경우도 종종 있다. 엑기스, 혹은 통폐합이라는 게 참 편리하고 영양가도 높구나 싶다 종합비타민 같다. 일체형 가전제품처럼 다기능으로 다 통한다. 아내도 요즘 내게 굿모닝, 그런다. 나도 웃으며 웬 무식? 그런다. 지난 시절은 전부 호밋자루처럼, 노루꼬리처럼 짤막짤막했다. 바로 지금 눈앞의 당신, 나는 자주 굿모닝! 그런다.
  - [배꼽](2008년)

  #. 문인수 시인(1945년 ~ 2021년) : 경북 성주 출신으로 마흔한 살의 나이에 1985년 [심상]을 통해 등단. “입학이 늦었으니 졸업도 늦게 해야죠.”는 말대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시다가 2021년 이맘때 돌아가심




  <함께 나누기>

  우리나라 전통 인사말은 ‘안녕하세요(또는 안녕)’인데, 저는 ‘반갑습니다’로 바꿔 썼습니다. 첫 학교 출근할 때 신참 교사다운 박력을 보여주고자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반갑습니다’ 하고 크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고 한 달쯤 지났을까 선배교사 한 분이 슬쩍 부르더니, 아침마다 선생님의 활기찬 인사가 너무 좋다고 하며 이리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반갑습니다’로 하면 반갑지 않은 분도 계실 테니 ‘반갑습니까?’ 하고 물으면 반가운 사람은 반가운 대로 반갑지 않은 사람은 반갑지 않은 대로 답하겠지요.”

  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듣고 출근할 때마다 ‘반갑습니까?’ 하고 인사했더니 다들 웃더군요. 알고 보니 그 선배가 일부러 신참 놀린다고 한 말이라나.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란 우리말 인사법에 대응하는 영어 인사법이 ‘굿모닝’인데, 그게 시의 글감이 되다니.

  시로 들어갑니다.

  “어느 날 저녁 퇴근해 오는 아내더러 느닷없이 굿모닝! 그랬다. 아내가 웬 무식? 그랬다.”

  아내 입장에선 저녁이니까 굳이 영어로 인사한다면 ‘굿이브닝’ 해야 어울린다는 말이겠지요. 화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매일 저녁 ‘굿모닝’ 하고 인사합니다. 왜냐구요? 간단히 답합니다. ‘그러고 싶었다’고.
  저는 ‘굿모닝’ 하는 인사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말로 바꿔 ‘좋은 아침입니다’ 하는 인사말은 더 듣기 싫더군요. 다만 그리 말하는 분의 면전에 대고 그런 인사말 하지 마라 하지는 않습니다. ‘인사해 주는 것만 해도 어디냐’ 정색할 분이 계실까 봐.

  “나의 애완 개그, '굿모닝'도 훈련되고 진화하는 것 같다.”

  늘 쓰는 인사말도 자꾸 쓰다 보면 진화한다고 합니다. 복잡한 세상에는 짧은 인사가 더 어울린다는 신념으로. 이왕이면 고저장단을 줘서 ‘굿모닝!’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인사하면 영롱한 아침 이슬처럼 싱그러움 줄지도.

  "일체형 가전제품처럼 다기능으로 다 통한다"

  굿모닝이 굳이 아침 인사로만 쓰는 게 아니라 낮에도 저녁에도 쓸 수 있다는 뜻으로 읽습니다. '웬 무식?' 하는 말을 들을지라도. ‘굿모닝’이 영국이란 나라가 워낙 날씨가 좋지 못해 맑은 아침을 바라는 뜻에서 비롯된 인사말이란 것쯤은 다들 아실 겁니다.
  우리의 ‘안녕하십니까’도 그렇지요. 하도 어수선한 시절에 밤새 무슨 일이 있지 않았느냐고 걱정하며 묻는 말에서 왔다 하니까요. 원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에서 나왔다고 하니 일리 있는 풀이이지요.

  무슬림이 사용하는 ‘앗살라무 알라이쿰(평화가 그대에게 있기를)’에도 나름의 뜻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슬람 세계에선 예부터 부족 간의 분쟁과 외세의 침탈이 잦은 탓에 평화가 간절해서 나온 인사말이라고 합니다.

  시인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란 우리말 인사말 대신 '굿모닝'이라 함은 높임과 낮춤 없이 쓸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제가 국어교사란 천직을 버릴 수 없음인가, 인사말로는 굿모닝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냥 '안녕하세요'가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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