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 칡의 지구 정복 시나리오(제3부)


* 칡의 지구 정복 시나리오(제3부) *



“그래도 하… 정말… 하…”

“자네가 뭘 걱정해서 한숨을 내쉬는지 이해를 한다만 사람들이 똑똑한 척해도 결국 어리석다는 내 말은 확신에 가까워. 누군가 이게 좋지 않다고 하면 누구는 이래서 좋다 하고, 누군가 이게 좋다고 하면 누구는 이래서 좋지 않다고 반박하는 걸 그들은 아주 즐기지. 그래서 자기들에게 불리한 꼭 없애야 할 많은 것들이 사실은 아직도 살아 팔팔 뛰고 있잖아.”

“어르신의 말씀을 들으니 용기가 나는군요. 그러면 구체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몇 가지가 있어. 자 이제… ”

하더니 말을 잊지 못하고 기침을 심하게 합니다. 칡들은 쉬라고 하지만 자기의 마지막 의무라도 되는 양 계속하여 말을 잇습니다.


“오늘이 아니라면… 오늘이 아니라면 내년엔 내가 여기 없을지도 모르니… 억지로라도 얘기해야겠네.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 뭐라고… 생각해?”

누구를 가리키지 않고 던진 질문에 가장 먼저 대답한 건 ‘돌배나무칡’입니다. 돌배나무를 감고 올라가기에 얻은 이름이지요.

“그건 어르신께서 아까 말씀하신 왕성한 번식력과 생명력이지요. 우리가 중간중간에 뿌리를 내리기에 쉬 없앨 수 없고, 일 년에 15m까지 뻗을 수 있다고 하신 말씀이잖아요.”

“그래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해. 좀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뻗어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해.”

“혹시 어르신께서 생각하신 게 있다면 말씀해 보시지요.”

“음 나는 말야… 등나무와의 교배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등나무, 아니 녀석들은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잖아요. 우리 영역을 시시때때로 침범하는 놈들이잖아요.”


“그건 그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을 걸. 우리가 자기들 영역을 침범한다고.”

“아무리 우리 쪽에서 필요하다고 해도 동맹을 맺기엔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저는 놈들을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거든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등나무와 관계를 맺어야 해. 아니 동맹을 맺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고 교배를 해야 해. 그 이유는 다음 몇 가지가 있지.”

하고는 잠시 숨을 고릅니다. 칡들은 늙어 숨 쉬기조차 힘들 텐데도 자기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헌신하는 칡대왕의 입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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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등나무는 우리보다 성장 속도가 두 배나 빨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날 뿌리내리면 우리보다 먼저 올라가 우리가 설 자리를 없애지.”

“맞습니다. 제 새끼를 옆의 돌배나무로 옮겼는데 뒤에 나온 등나무에게 빼앗겨 버려 다른 자리로 옮겨가야 했어요.” 하고 ‘돌배나무칡’이 맞장구칩니다.

“둘째는 말이야 등나무는 도시에서 뿌리내리는 데는 우리보다 유리해. 왜 그런지 알아?”

“저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큰 건물에는 여름에 강렬한 햇살을 피하게 해주는 그늘막을 있잖아요. 그걸 만들 때 등나무를 이용하니까요.”

하고 대답한 건 썩은 참나무 등걸을 전리품인 양 달고 온 참나무칡입니다.


“너 참 똑똑하구나. 맞아. 다음 셋째로는 우리가 장차 지구의 지배자가 되려면 적당히 덥고 적당히 추운 지역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더운 곳에도 추운 곳에도 뿌리를 내릴 수 있어야 해. 그런데 우리는 열대지방에 가 살 수 없지만 등나무는 그곳에서 아주 잘 자라. 게다가 녀석들은 추운 지방에도 우리보다 훨씬 잘 적응 ….”

하다가는 기침을 쿨럭쿨럭 합니다.


“… 그리고 한 번 생각해 봐. 우리는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고 올라가잖아. 만약 우리 둘이 힘을 합하여 오른쪽 왼쪽 양쪽에서 똘똘 감고 올라가면 죽이지 못할 존재는 하나도 없어. 그러니 꼭 등나무와의 동맹이 필요해.”

칡 모두가 동시에 박수를 칩니다. 존경하는 마음을 가득 담고서 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곧 될 것 같습니다.”

하고 말한 건 계곡의 암칡입니다.


“아니 아직 부족해.”

“또 필요한 게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다음으로 노루나 고라니 같은 연약해 보이는 동물을 이용해야 해.”

“아니 동물은 또 왜…?”

“우리가 시골에서 아무리 세력을 뻗쳐도 도시 사람들은 끄덕도 안 해. 결국 우리는 도시를 점령해야 해. 등나무의 힘을 빌리면 그늘막 정도는 가능하겠지. 그러나 정자나 그늘막은 얼마 안 돼. 그걸로는 어림도 없어.

다행히 한 가지 길이 열렸다네. 사람들은 도심공원이나 고수부지를 새로 만들거나 보수하려는 추세거든. 맑고 깨끗한 공기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곳이 바로 우리의 목표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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