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 칡의 지구 정복 시나리오(제2부)

* 칡의 지구 정복 시나리오(제2부) *



칡대왕이 분위기를 살피면서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잇습니다.

“우리가 지구상에 영원히 살아남는 길은 지구의 주인이 되는 길밖에 없어.”

“뭐 뭐라구요?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는지요? 지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저로선 어르신의 말씀이 잘 이해되지 않는데요. 자세히 좀…”

다시 칡대왕의 말을 받은 건 버드나무칡입니다.

“우리라고 해서 지구의 주인이 되지 말라는 법 어디 있어? 우리가 지구를 지배하는 거야. 최초의 지구 지배자는 공룡이었어. 무려 2억만 년 동안이나 지구를 지배했지. 그 뒤가 사람들인데, 고작 250만 년밖에 안 됐어. 그때 우린 사실 기회를 놓쳤지 뭐야. 조금만 머리 썼더라면 됐는데...

사실 이 지구상엔 우리가 사람보다 먼저 왔거든. 공룡이 무너지면서 동물이 물러나고 식물이 지구의 주인이 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사람들에게 빼앗겼던 거야. 아니 바보처럼 내줬다고 해야지.

사람들은 주도권을 잡자마자 좀체 내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또 영원히 지구의 지배자가 될 거라고 떠벌리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천만의 말씀. 그들은 욕심이 많아. 욕심이 많으면 언젠가는 무너지게 돼 있어. 우리에게 기회가 온단 말이지.”



칡들은 칡대왕이 들려주는 처음 듣는 얘기에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맨 처음 말을 꺼냈던 ‘소나무칡’이 나섭니다.

“어르신께서 너무 뜻밖의 말씀을 하셔서… 아직 뭐가 뭔지 제대로 알진 못하겠습니다만… 우리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인지요?”

“자연계의 순환원리는 아주 단순해. 식물이 있고 동물이 있으면 동물들이 먼저 식물을 먹지. 그리고 동물들은 먹고 난 뒤 배설물을 반드시 식물에게 돌려주게 돼 있어. 우리는 그걸 거름으로 하여 살아가고.

한쪽에서 주면 다른 쪽에서 받고, 다음은 또 받은 쪽에서 주는 게 자연의 순환원리야. 즉 받는 게 있으면 주기도 해야 하는 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몰라. 가져가기만, 아니 빼앗아 가기만 할 뿐 내놓지를 않아. 주지는 않고 먹어치우기만 할 뿐이야.

자연의 순환원리를 뒤엎고 있지. 그러니 지구상에는 시간이 언제인가가 남았을 뿐 사람은 반드시 멸망하게 돼 있어. 그럼 다음 주인공은 다시 동물? 아니야. 사람들로 하여 다른 동물들도 매우 영리해졌어.

영리하다는 건 잠깐 동안은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아주 나쁜 거야. 저만 살 궁리를 하거든. 그래서 나는 앞으로 지구는 식물에 의해 지배될 것이며, 그것도 우리 같은 덩굴식물이 주인이 된다고 확신해. 우린 그럴 만한 능력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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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들은 칡대왕이 들려주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어선지, 아니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선지 아직 가슴에 와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걸 대표해서 ‘소나무칡’이 다시 묻습니다.

“저… 우리가 굉장히 대단한 존재라는 건… 그래요 알겠어요.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리 할 수 있다는 건지…”

“다들 모르고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충분한 능력이 있어. 우리의 엄청난 번식력과 생명력이 큰 자산이지. 더 큰 희망적인 건 아직 인간들은 우리 칡이 얼마나 강한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야. 자 이제부터 내 말을 들어 봐.”

하고는 나이 들어서 힘에 부친 지 바위에 등을 기댑니다.


“우린 잘만 자리 잡으면 일 년에 15m까지 뻗어갈 수 있어. 단지 뻗어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뿌리를 내릴 수도 있지. 빨리 자라고 아무 곳에나 뿌리내린다는 그 둘만 잘 이용하면 사람들이 우릴 아무리 죽이려고 해도 우린 절대로 죽지 않아.”

“우리가 저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여기게 되면 사람들은 그 영리한 머리로 우릴 박멸시킬 약을 개발할 거잖아요.”

“좋은 지적이야. 그런데 아까 내가 한 말 생각나? 영리하다는 건 결국 자기 무덤을 향해 나아가는 거라고. 어떤 약이든 한쪽에게만 피해를 주는 약은 없어. 반드시 만든 자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그러니 가해자도 피해자가 되는 거야.

그렇지만 우리로선 만의 하나 그런 약을 개발할지도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는 해야 해. 즉 아직까진 사람들이 안심하고 있으니까 이때를 이용해 도저히 손을 대지 못할 만큼 퍼뜨려야 한다는 거야.

다행스러운 건 시골 사는 사람들 중에서만 우리의 무서움을 얘기하고 있지 도시 사람들은 끄덕도 안 하거든. 사실상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모두 도시사람들에게 있잖아.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자기들 몸에 좋다고 우리를 이용하거든. 예를 하나 들어보면 음식 개발에 열 올려 칡국수, 칡냉면, 칡수제비 등을 마구 쏟아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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