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는 원래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몸집이 작은 민첩한 새였습니다. 그러나 체구가 작고 부리조차 뭉툭하다 보니 다른 새들에게 위협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독수리나 매 등 사나운 날짐승의 먹잇감이 되어야 했습니다.
어느 날 타조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제 명대로 살지 못하겠다는 생각에서였지요. 함께 모여 오랜 시간 의논했지만 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각 부족의 우두머리들이 신에게 찾아가 사정해 보는 걸로 회의를 마무리했습니다.
각 부족의 우두머리들이 신을 찾아 신전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었습니다.
“신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우리는 날개가 있어 날 수는 있지만 너무 힘이 약해 힘센 새들의 먹잇감밖에 되지 못합니다. 신이시여, 제발 우리를 도와주소서.”
사흘 낮 사흘 밤을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도하는 정성에 신이 마침내 앞에 나타나 그들의 사정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 너희들의 정성을 갸륵히 여겨 단 한 가지 능력만 주도록 하겠다. 그러니 무엇을 원하는가?”
부족의 우두머리들은 신에게 감사드리고 다시 거기서 의논하였습니다. '새들 중에 가장 튼튼한 날개를 달라', '가장 날카로운 부리를 달라', '가장 힘센 두 다리를 달라'는 등 여러 가지 안이 나왔으나 최종적으로 선택된 제안은 '새들 중에 가장 큰 몸집을 달라'는 거였습니다. 몸집이 크면 어떤 새도 건드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신이 말합니다.
“내 너희들의 청을 들어줄 것이나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한 번으로 끝이다. 그러니까 다시는 더 도와줄 수 없다. 그래도 그것을 원하느냐?”
신의 다짐에 모두들 그러마고 대답합니다. 그 덕에 타조는 새들 중에 가장 몸집이 큰 새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독수리도 매도 쉬 건드리지 못하고 슬슬 피합니다. 그들보다 워낙 덩치가 크니 건드릴 수 없었지요.
그런데 너무 큰 몸집을 원했던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전에는 덩치는 작아도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었는데 몸무게가 엄청나게 불어나다 보니 날개야 있지만 쓸모없게 된 겁니다. 날 수 없게 된 타조는 할 수 없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헌데 말입니다. 하늘에서는 독수리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큰 체구였으나 땅에서는 타조보다 훨씬 덩치 큰 동물도 있고 무엇보다 사자, 표범, 치타 같은 맹수들의 날카로운 이빨에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몸집이 크다 보니 동작이 느려져 그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고요.
타조들은 회의를 했고, 부족의 우두머리들은 다시 신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신은 그들이 말도 꺼내기 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희들 말을 들어주기 전에 먼저 나랑 약속한 걸 확인하도록 하자. 분명히 단 한 번 단 한 가지만 들어준다고 했을 텐데.”
“그러나 신이시여, 잘못된 선택으로 우리는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신이시여, 다시 한번만 어여삐 여겨 도와주소서.”
그러나 신은 신전의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고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사흘 낮 사흘 밤을 빌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족의 우두머리들이 별 소득 없이 돌아오자 다시 회의를 했습니다.
신도 돌아선 마당에 자신들이 살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지요. 여러 안이 나왔으나 꼭 필요한 방안이 맹수들에게 잡히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아나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타조들은 그날부터 달리기 연습을 했습니다. 뛰고 또 뛰었습니다. 넘어지고, 구르고, 자빠지고, 발을 부러뜨리고… 그래도 일어서서 달렸습니다. 마침내 엄청난 덩치에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타조에게 덤벼들 맹수는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날지 못하는 새 타조는 역설적으로 가장 빨리 달리는 새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