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귀금속점에 습도 조절을 통한 실내 공기 정화를 위해 한 켠에 놓여 있는 숯 이야기입니다.
숯은 귀금속점에서 일하게 되면서 어깨를 곧추 세우고 삽니다. 왜냐구요? 함께 숯막에서 포대에 담겨왔지만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불고기집이나 가정집으로 팔려갔는데 자신은 으리으리한 귀금속점에 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숯이 얼마 전부터 얼굴이 잔뜩 부어 있습니다. 주인이 홀대를 해서, 아니면 갖다 버리려 해서? 아닙니다. 바로 곁에 있는 다이아몬드와 자신이 같은 성분으로 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부터입니다. 무슨 말씀이냐구요? 혹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숯과 다이아몬드는 둘 다 원소기호 'C', 즉 탄소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숯은 자신이 다이아몬드와 같은 성분으로 된 걸 알았을 땐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자기 얼굴은 너무너무 시커멓는데, 다이아몬드는 티끌 하나 떨어지면 표가 날 정도로 투명한 얼굴이지 않습니까.
뿐일까요? 불 피우는 데 사용되는 숯은 고작해야 한 자루를 꽉 채워도 적은 돈이면 살 수 있지만 다이아몬드는 겨우 눈에 보일 동 말 동한 아주 조그마한 것이라도 엄청난 가치를 가지니까 말이죠. 지금도 다이아몬드는 진열장 한가운데를 차지하는데, 자기는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숯은 다이아몬드에게 시비를 겁니다.
“너는 참 좋겠다. 날마다 쫙 빼입은 신사 숙녀들의 환영을 받지만 나는 고작 해야 눅눅한 습기나 빨아들이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다이아몬드는 듣는지 못 듣는지 형광등 불빛을 받으며 형광등보다 더 빛을 낼 뿐입니다. 대신에 곁에 있던 녹색 보석인 '에메랄드'가 끼어듭니다.
“넌 요새 왜 자꾸 다이아몬드를 건드리니?”
“쟤랑 나랑 사촌인데도 대접이 너무 차이 나잖아. 내가 열 안 받게 됐어?”
다이아몬드가 ‘사촌’이란 말에도 아무 반응 없이 번쩍번쩍 빛을 내는데 더 열중입니다. 혹 듣고서도 괜히 대꾸했다간 그걸로 꼬투리를 잡힐까 두려워서인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역시 이번에도 끼어드는 친구가 있습니다. 붉은색 보석인 '루비'지요.
“금시초문인데, 진짜 너랑 다이아몬드랑 사촌이니?”
“맞아. 확실해. 며칠 전 저기 놓인 텔레비전에서 <과학의 신비>란 프로그램을 봤는데 나랑 다이아몬드는 같은 성분이랬어.”
이번에도 다이아몬드는 형광등 불빛 말고 다른 빛이 있는지 두리번거립니다. 누군가 끼어들 친구가 있다는 걸 눈치챘을까요? 아니나 다를까 보라색 보석인 '자수정'이 나섭니다.
“그래도 믿을 수 없네. 빛깔도 모양도 품위도 다른데…”
“아니야. 같다고 했어. 우리 둘 다 열을 받아 탄소로 변형된 것이라고 했어.”
숯의 트집이 그걸로 끝이 아니다 보니 귀금속점에 있는 친구들이 죄다 끼어듭니다. 그럴 때마다 숯의 기는 더욱 살아납니다. 그냥 두면 온종일 시끄럽게 굴 뿐 아니라 내일도 염려스럽습니다. 다 한 마디씩 한 뒤에야 그제사 다이아몬드는 입을 엽니다.
“네 기분 이해는 한다만… 내 얘기 잠깐만 들어볼래. 내가 이만큼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얼마나 엄청난 고통을 받았는지 아니?”
“고통은 무슨 고통? 늘 좋은 대우받고 살았으면서.”
“그래 맞아. 지금 네 눈엔 어마어마한 대우를 받는 내 모습만 보일 거야. 그렇지만 엄청난 고통 뒤에 얻은 수확이란 걸 알아야 해.”
“엄청난 고통? 네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몰라도 나도 내가 나무로 불에 탈 때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알아?”
다이아몬드가 한참 열을 내는 숯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다시 잇습니다.
“그래 너도 불에 탔지. 그런데 몇 도에 숯이 됐니? 아마도 몇 백도밖에 안 됐을 걸. 그리고 그 시간이래야 고작 몇 시간밖에 안 되었을 게고.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아.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 과거를 떠올리긴 힘들 거야. 나는 몇 백도가 아니고 몇 천 도의 열과 수천 년 동안 엄청난 압력을 견뎌야 했어. 그래서 오늘날의 내가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