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혼자일 때 더 잘 들린다.
???: 샤워할때 소음이 차단되거든요 물소리는 지금내가 놓여있는 다른 피부감각으로 대체해서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청각적인 요소로 많이 포함이 안됩니다.
뭐라노,
가 아니라
"죠습니다."
그렇다. 사실은.
맞다. 어처구니없게도.
확실하다. 자명하게.
<Ludovico Einaudi - Walk>
└ Track 01: 네가 먼저 튼 노래.
혼자가 된다는 건,
세상이 덜 시끄러워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도,
나의 말도 줄어드니
어느새 감각이 들리기 시작하더라.
커피 향기에서 누군가의 장난이 떠오르고,
에어팟 너머의 음악에서 그 사람의 눈동자가 번진다.
내게 그런 '첫' 기억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길게' 남은 기억은, 하나 있다.
<2NE1 - 아파>
그저 여자 아이돌 노래 하나일 뿐이지만,
내겐 '중학교 시절 반에서 제일 예뻤던 아이가
같이 듣자며 추천해 준 곡'이라는 타이틀로 위장되어 머물러 있다.
지금은 질려서 잘 듣지 않지만,
한때는 그 음악이 들릴 때마다
그때의 향, 흙냄새, 운동장 풍경,
그리고 야자시간 저녁을 먹으러 급식실을 걷던
해질녘의 어스름한 기억들이 따라왔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감각은, 기억의 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을 넘지 못한 채,
매일 사랑을 다시 걷고 있다는 것도.
음악은 늘,
내가 잊은 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날 배신하더라.
└ Touch 02: 네 손 끝의 흔적
감각은 기억보다 정직하다.
'정확'이 아닌 '정직'.
우리는 사랑을 잊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기억에 대한 회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은
후각 속에서 살아 있고,
촉각 위에서 웃고 있다.
무심코 지나친 바람이
옛 골목의 냄새를 데려오고,
핫플레이스 맛집 거리를 걷다 보면
문득,
어디선가 맡아본 향수가 코끝을 건드리고,
함께 걷던 밤길의 공기가 되살아난다.
우리는 사랑을 잊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은 말로 끝나지 않는다.
말의 마지막이 감각의 시작이니까.
그래서, 사랑은 감각 속에 아직도 살아 있다.
몸이 기억하지,
싫은 사람이랑 함께 했던 그 동네는 의도적으로 애써 다른 길로 돌아서 간다는 걸 나도 모르게 알고 있었지.
└ Echo 03: 혼자 있을 때 울리는 소리
그래서 나는 혼자 있고 싶었다.
사람을 지우기 위해 혼자가 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잘 지우는 법보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혼자가 더 나았기에.
누군가는 새로운 사람으로 사람을 덮고,
누군가는 더 큰 사건으로 지난 일을 지워내지만,
나는 아마,
감각으로 사람을 품었나 보다.
그렇다. 사실은.
맞다. 어처구니없게도.
확실하다. 자명하게.
혼자가 되면,
기억은 맑아진다.
슬프게도,
그리고 아름답게도.
└ Archive 04: 기억은, 무의식의 아카이빙
바람이 불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나는 그게 온도 때문인지, 냄새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외로움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기억은 떠오른다.
내가 의식적으로 "왜?"를 품기도 전에,
무의식이 아카이브된 파편을 꺼내온다.
어쩌면 '촉(觸)'이다.
바람을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스쳐간다'는 그 피부의 감각이니까.
맞아,
바람은 촉감으로 먼저 도달하고,
그 촉감은 뉴런을 타고 중추신경계를 지나
다시,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는 거겠지.
그럴지도.
이걸 '공감각'이라고 부르더라.
한 감각이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
가령,
"어, 너는 파란색 같아."
"어, 이 그림은 쓴 맛이 나."
감각끼리 뒤섞여 기억을 만든다.
라마찬드란 박사(Vilayanur Subramanian Ramachandran, 1951년 8월 10일 ~, 인도계 미국인 신경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이 공감각은 전 세계의 1%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관련 신경 경로들이 서로 교차 연결되어,
한 감각이 자극되면 다른 감각도 함께 깨어난다더군.
지미 헨드릭스,
빌리 아일리시,
니콜라 테슬라,
and 삥이.
Let's go~
ㅋㅋㅋㅋ;
ㅈㅅ.
└ I YOU 05: 결국, 당신
나,
너,
우리.
당신은 내 마음을 채워 넣었고,
나는 그 감정의 결을 느꼈지.
filling의 feeling.
때문에,
우리라는 단어,
"We"는 단순한 With가 아니더군.
서로의 이유로 귀결되지.
I, EYE, and everything between.
eventually, YOU become the HUE of my memory.
나는 나였고,
당신을 보는 눈이었고,
그 사이의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당신은 내 기억의 색이 되었지.
그리하여,
감각은 결국, 당신이다.
그런데 왜,
때로는 당신이 점점 더 기억 같지?
왜일까,
당신이라고 믿고 싶었던 건
사실은 나 혼자만의 신념이었단 생각이 들지?
결국 그 감각은,
늘 나의 언어로 번역된
당신의 잔상일 뿐이었는지도.
어쩌면 그럴지도,
그 사람은 실재가 아니라
내 감정이 만들어낸 편집본.
기억을 만든 것도
그 사람이 아니라 나의 감정일 수도,
결국에는 감각적 허상(虛像)일지도 모를 일이지.
그래도 괜찮다.
내 기침에 튄 침 속 바이러스가 그 이를 향하지 않노라면,
그리하여,
내 손에서 끝날 허상이라면,
그 기쁨 영원히 품고 끝낼 지어니.
그리하여,
감각은 결국,
결국, 당신이다.
감각은 나의 기억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실체로 향해 있으니.
확실하다. 자명하게.
└ Meta 06: 기억을 감각하는 감각
우리는 감각을 통해 기억을 회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감각조차 '기억 중 하나'로 저장되는 때가 있다.
이를 후향적 기억 회상(biographical recall)이라고 한다.
요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생각에 대한 생각,
기억을 감각하는 감각.
즉, 기억을 다시 바라보는 나의 감각이다.
그렇다면,
기억을 일으킨 건 감각이었을까?
아니면,
감정을 부른 감각이었을까?
그날의 커피 향이 기억을 데려온 게 아니라,
그 커피 향에 묻어있던 내 감정이 나를 다시 끌고 간 건 아닐까?
우리는 때때로,
기억이 아니라
그 기억을 떠올리던 '나'를 회상하기도 한다.
더듬어 본다.
내가 나온 초등학교를 가서,
"아 내가 여기서 볼을 찼지."
만져 본다.
내가 살던 옛날 집도 가서,
"내가 여기서 엄마한테 혼났었지."
맡아본다.
그 골목을 다시 걷다,
"아, 내가 이쯤에서 울었었지."
아, 어쩌면 나는,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기억하던 내 감정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도.
그때의 웃음,
그때의 기쁨,
그때의 행복,
그때의 설렘,
그때의 온도와 농도,
그 슬픔,
그 떨림,
그 후회,
그 불행,
그 냉기.
그 모든 감각의 총합.
기억은 사건이 아니라
감정으로 번역된 감각의 잔상인 것 같다.
확실하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하던 나를 떠올리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마저
내가 감각으로 다시 저장하고 있더라.
기억을 감각하는 감각.
감각을 기억하는 마음.
자명하다.
결국 기억은,
감각에서 피어나,
감정에서 물들어서,
나만의 해석으로,
나의 방식으로 번역된 언어.
확실하더라.
자명하게.
맞더라.
어처구니없게도.
그렇더라.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