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 Jun 11. 2024

설득과 책임

부모님 설득 작전

그녀의 설득


언젠가부터 나에게 어른들이란 나의 삶, 나의 선택을 반대하는 이들로 여겨졌다. 나의 생각과 선택을 부정하는, 아니 더 나아가 나를 부정하는 사람들로 인식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언제나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였다. 작은 걱정 한 마디가 나에게는 백 마디, 천 마디로 들리고, 지나가는 하나의 의견조차도 나를 향한 공격으로 여겨졌으니까. 


결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안정적이지 않은 직장, 불안정한 미래, 다른 가치관들까지 여러 모양으로 부모님에게 우리의 결혼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큰 반대에 부딪힌 후 거의 1년간은 부모님께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아마 서로가 그 문제(?)를 꺼내지 않는 편을 선택한 듯했다. 그 와중에 나는 캐나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고,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마 부모님의 마음도 조금씩 조급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의 두 손 두 발을 들게 만들고야 말았다. 30년간 곁에서 지켜본 나란 사람은 결국 현실을 덮어두고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의 허락 후, 한때 우리 결혼을 반대했던 친척들도, 친구도 이제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너를 믿는다는 말과, 잘 살라는 응원을 받은 나는 감사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무거운 책임도 어깨에 한가득 놓인 느낌.


나 잘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이제는 주저하기보다 앞으로 나아갈 때였다. 결국 내가 살아내야 할 내 인생이기에, 또 아무도 살아보지 않은 내 인생이기에 나를 믿고, 나를 믿어준 사람들을 기억하며 더 잘 살아내자고 다짐했다.



그의 설득


아직 방심할 때는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전시 결혼에 대한 부모님의 허락은 아직이었다.

우리는 회사에서 하던 것처럼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내용은 맨 아래에 첨부) 우리의 계획이 너무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특히 우리가 이 전시 결혼을 위해 여러 공간을 직접 방문하면서 느꼈던 점(프레젠테이션에는 3군데지만 실제로는 더 많이 방문)을 공유드리고, 결혼 전시가 어떻게 채워질지에 중점을 두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부모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약간 달랐다.


우리의 열띤 설명으로 부모님은 전시결혼이 어떤 건지는 이해하신 것 같았으나, 부모님들께 중요한 것은 바로 손님이었다. 어떻게 그분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멀리서 오시는데 교통편이 불편하면 어떡하며, 전시라면 시간이 길 텐데, 그 긴 시간 중 언제 초대를 해야 하며, 그분들을 맞이할 부모님들 역시 그 긴 시간 동안 공간에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이고 결국 손님들만 생뚱맞게 남는다는 것


생각해 보면 그동안 우리는 의미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 부모님의 현실적인 문제도 분명 있었다. 우리의 컨셉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부모님의 대한 입장을 간과했다. 사실 부모님들은 우리 방식이 낯설다기 보다 우리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손님들이 겪을 일종의 혼란들과 불편함에 대해 걱정을 했던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결혼을 완전히 전시로 하는 옵션도 있었지만, 오전에 오프닝을 작게 하면 어떨까 하는 옵션도 혹시나 해서 가지고 있었으므로,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오프닝에 대한 내용을 부모님께 공개했다. 다행히 부모님과 우리는 이 일을 함께 다듬어 나가고 당일날 동선이나 손님 초대 일정 등을 같이 논의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부모님들이 부족한 우리의 모습을 채우게 되었고, 우리의 프로젝트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되었다. 




이전 02화 우리의 방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