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 Mar 20. 2024

우리의 방식

우리만 할 수 있는 것

자, 우리는 그렇게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다음은?

이제부터 같이 살기 시작!이라고 카카오톡 프로필을 고치고, 둘이서 그냥 살기 시작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우리도 그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 걸까? 굳이 정통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혼의 핵심은 같이 '삶'을 사는 데 있는 것이지, 꼭 결혼식이 필요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결혼식이라는 게 세상에 있으므로 이번에는 결혼식을 할지 말지 한다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다.


1. 우리가 부부가 되고 결혼하게 됨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2.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와 축복을 받고 우리가 이제 가족이 된 것을 인정받기 위해

3. 결혼을 통한 우리의 관계가 무엇인지 고찰해 보고,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받기 위해


이런 의미를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결혼식으로 그 의미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까?


1-2번의 이유로는 보통의 결혼식으로도 충분했겠지만,

3번의 이유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안으로 나왔던 후보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결혼식 대신 여행을 한 달간 다녀와 글과 사진을 담아 책을 내고 사람들에게 보내주는 것(결혼 Book). 두 번째, 미리 사람들에게 굿즈를 나눠주고 운동회/등산대회/마라톤을 개최하는 것. 세 번째, 소박하게 결혼 약속식과 파티를 여는 것.


하지만 이 후보들은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결혼식을 7월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한여름 땡볕에서 과연 누가 즐겁게 운동회나 마라톤을 즐길 것이며, 책을 보내준다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내용에 공감하고 실제로 읽을 것이냐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럼 가장 우리답게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계속 질문했다. 


‘전시는 어때?’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그거였다. 문화예술 기획관련 일을 계속 해온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회사에서 만난 우리가 마치 프로젝트하듯 재미있게 결혼식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 가장 우리다운 일.

결혼전시라니. 지금껏 들어본 적 없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뚜렷하게 그려지는 그림은 없었지만 여러 이야기가 담길 수 있는 좋은 시도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노트에 전시 아이디어를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너와 나

세상의 테두리 안에

갇혀 지내 잊고 있던

사랑하는 수많은 방식들을 알잖아

용감했던 그 눈빛을 기억해

내 모든 걸 다 잃어도

가장 우리 다운 방식대로 해


‘우리의 방식’ - 권진아

이전 01화 결혼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