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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Mar 20. 2024

우리의 방식

우리만 할 수 있는 것

자, 우리는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다음은 뭘 해야 할까?

이제부터 같이 살기 시작!이라고 카카오톡 프로필을 고치고, 둘이서 그냥 살기 시작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우리도 결혼식을 올려야 하는 걸까? 굳이 정통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혼의 핵심은 같이 '삶'을 사는 데 있는 것이지, 꼭 결혼식이 필요한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결혼식은 세상에 있으므로 이번에는 ‘결혼식’ 자체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다.


1. 우리가 부부가 되고 결혼하게 됨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2.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와 축복을 받고 우리가 이제 가족이 된 것을 인정받기 위해

3. 결혼을 통한 우리의 관계가 무엇인지 고찰해 보고, 다른 이들에게 공감을 받기 위해


이런 의미를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결혼식으로 그 의미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까?


1-2번의 이유로는 보통의 결혼식으로도 충분했겠지만,

3번의 이유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안으로 나왔던 후보는 몇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결혼식 대신 여행을 한 달간 다녀와 글과 사진을 담아 책을 내고 사람들에게 보내주는 것(결혼 Book). 두 번째, 미리 사람들에게 굿즈를 나눠주고 운동회/등산대회/마라톤을 개최하는 것. 세 번째, 소박하게 결혼 약속식과 파티를 여는 것.


하지만 이 후보들은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결혼식을 7월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한여름 땡볕에서 과연 누가 즐겁게 운동회나 마라톤을 즐길 것이며, 책을 보내준다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내용에 공감하고 실제로 읽을 것이냐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럼 가장 우리답게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결혼식을 할 수 있는 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계속 질문했다. 


‘전시는 어때?’ 명준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그거였다. 문화예술 관련 일을 계속 해온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회사에서 만난 우리가 마치 프로젝트하듯 재미있게 결혼식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 가장 우리다운 일.

결혼전시라니. 지금껏 들어본 적 없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뚜렷하게 그려지는 그림은 없었지만 여러 이야기가 담길 수 있는 좋은 시도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노트에 전시 아이디어를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너와 나

세상의 테두리 안에

갇혀 지내 잊고 있던

사랑하는 수많은 방식들을 알잖아

용감했던 그 눈빛을 기억해

내 모든 걸 다 잃어도

가장 우리 다운 방식대로 해


‘우리의 방식’ - 권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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