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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Feb 01. 2024

결혼의 의미

모험을 떠나요!

그의 생각


내 결혼식 모임에서 어느 지인이 물어 본 질문이 하나 있었다. 아마 본인도 같은 고민이 있나보다

"결혼을 결심한 이유가 뭐에요?"

나는 이 질문이 여러가지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일수도 있겠고, 그게 아니면 오랜 연애를 졸업하게 되는 어떤 계기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일수도 있겠다.


나는 언뜻 첫 번째에 대한 답변이 떠올랐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고, 말주변이 없어 대답을 잘 못할것 같아서 두번째 결혼을 결심한 계기에 대한 답변만 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질문을 받는 다면 늦게나마 첫 번째에 대해 대답해보고 싶은데 이 자리를 빌어서 글로 남기는 편이 구두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말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항상 하는 물음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왜 사람들은 '결혼'을 할까였다. 마음이 맞으면 그냥 같이 살면 되는 것 아닌가? 뭔가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면서 또 전 세계 사람들이 대부분 하는 일이라면 일반인인 나도 당연히 똑같이 하는게 맞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이유와 배경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게 현 시대의 우리의 상황에서 꼭 해야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꼭 결혼을 해야만 되는건 없을 것 같은데, 누군가 그럴듯한 이유로 나를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튼 내게 결혼은 그런 어렴풋한 존재였다. 어딘가에 있지만 딱히 어디라고 할 수 없는 곳,  결혼은 그렇게 남겨져 있었고, 그런 와중에 우리는 한국에서의 삶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여러 방면으로 그러다가 외국으로 가서 살아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그러기 위해서 여자친구는 결혼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갑자기 급하게 결혼이라니, 외국에 같이 간다면 결혼은 외국에 나가서 해도 되지 않을까? 결혼을 하고싶지 않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까지도 결혼은 내게 뭔가 어림없는 얘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왜 결혼을 하는지 결혼이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직 현실 감각이 없었다.


나는 무언가 할 때, 이유를 알고 싶은 편이다.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건강과 즐거움이고, 외국에 가는 이유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기 위해서처럼 이유를 급조하더라도 뭔가 만들어야 일을 진행시켜볼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물었다. 각자의 삶 속에서 결혼의 의미가 뭔지, 마치 일하는 것처럼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하나의 공유 노트를 열어놓고, '우리의 결혼'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었다. 아내는 서로의 성장을 지켜봐주는 평생 친구, 소울프렌드를 만드는 것이라 적었고, 나는 인생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고, 사랑으로 삶의 공허함을 채울 있는 사람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 적었다.


또 결혼에 대한 키워드도 뽑아보았다. 커플마다 분명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성장'과 '모험'이라는 두 단어가 결혼의 핵심이었다. 나는 그 키워드를 보면서 그건 "내 인생과 비슷한데?" 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나 역시 내 삶 속에서 나름의 도전을 해왔으니까, 다만 결혼을 통해서 "이제 우리 그렇게 어려운 걸 같이 해볼래?" 하고 서로 합의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결혼은 그런 가상의 합의를 위한 계약이라고 볼 수 있겠다. 중요한 일이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구두만으로 이뤄진 계약은 아무런 효력이 없을테니까, 그리고 조금 특별하게 계약을 위한 계약식도 있는 그런 것 그게 결혼이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결혼은 함께 '삶'을 사는 것, 나는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생각


결혼. 요즘 세대에게 결혼은 결코 가볍지 않은 단어이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한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결혼이라는 미래를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하는 것이든 하지 않는 것이든. 내가 그렸던 미래에 결혼은 어쩌면 굳이 재고 따지고 하지 않아도 항상 당연하게 한 파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문자 N 인간으로서 현실적인 감각은 크게 없었던 나. 결혼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경제적인 득실은 글쎄, 나에게 그리 중요하진 않았다. 아마 이런 성격과 가치관 덕분에(?) 큰 걱정과 고민 없이 결혼을 결정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3월 회사에 첫 출근한 어느 봄날, 나는 그 사람을 만났다.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아 이 사람 나랑 결이 비슷하네’ 하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본 그는 성실했고,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와 있으면 늘 마음이 편안했고 차분했다. 불안함이나 걱정이 종종 올라오는 나였지만, 그에게 안겨있던 순간에는 그런 생각들을 잠시 접어둘 수 있었다. 살면서 불안하지 않을 때가 있을까. 그래도 그가 있다면 내 작은 마음 한 조각 정도는 언젠가 다시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껏 가족과 친구들은 나를 나로 설 수 있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유년 시절 우리 집은 늘 화목하지만은 않았지만, 부모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늘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은 내가 나를 의심할 때조차 나보다 나를 더 믿어주는 존재들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그 모든 과정을 함께 지켜봐 준 증인들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가족도 친구도 다 각자의 인생이 있음을 조금씩 더 깨닫게 되었다. 부모님으로부터 건강한 독립이 필요했고, 친구들도 각자가 꿈꾸는 미래를 향해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가야 했다. 


그래서 나에겐 서로의 성장을 지켜봐 주고 인생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가 필요했다. 그게 나에게는 결혼의 의미였고 필요였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지, 집을 가질 수 있을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돈을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지만, 각자가 그리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고 꿈을 이룰 수 있게 서로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은 되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나에겐 여전히 두렵고 부족한 것 투성이다. 어딘가 철이 없고, 종종 허무맹랑한 상상을 하는 내게 한 번쯤은 그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옆에서 매일 밤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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