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 Jul 11. 2024

모험을 떠나요

회고


드디어 우리가 목표한 마지막 편이다. 거의 2월 초부터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7월 8일까지 장장 5개월 정도 걸렸던 우리만의 장기 프로젝트, 1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 다시 이렇게 브런치북으로 만들어나가면서 다시금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 봤던 그때의 순간들을 추억해 보았다.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면 절대 못했을 것들이지만, 몰랐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결혼전시에 대해 우리는 마지막으로 회고 및 팁을 나누고자 한다.


전체 5개월의 과정에서 우리는 사실 이 전시 말고도 결혼에 대해서 전반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상견례도 해야 하고, 청첩장 모임도 해야 하고, 소원한 친척들에게도 연락해야 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더군다나 돈도 벌어야 한다. 우리도 스케줄을 공유하면서 나름 체계적으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물론 업무분장을 해두긴 했었지만, 모든 내용을 알고 있는 게 신랑신부 둘 뿐이니 결국 현장에서 우리에게 질문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당일 도와주시는 분들, 스태프가 있다면 꼭꼭 미리부터 내용을 잘 공유하고 일을 잘 분배하자. 


위와 비슷한 내용이지만, 신랑신부 둘이 만들어가는 셀프 웨딩이라고 해도, 결국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돈을 아끼겠다고 직접 하려고 했던 것도 많았지만, 결국 약 30명 정도의 친구, 가족, 동료들이 현장 설치를 도와주셨다. (1-2시간이라도 함께해 주신 게 큰 도움이 되었다) 진짜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당일까지도 마무리하지 못했을 것 같다. 조금 돈을 쓰더라도 당일 신랑신부의 컨디션을 생각해 본다면 전문가분들께 맡길 것은 맡기는 것이 아주 지혜로운 길이다.


포토부스 업체는 정말 추천! 사진 퀄리티도 좋았지만 계속 직원분이 상주해 계시면서 문제가 없는지 계속 확인해 주셨다. 처음에는 두리번거리시며 이게 지금 진짜 결혼식을 하는 거냐며 엄청 놀라셨던 기억이. (원본 영상, 사진도 모두 빠르게 받을 수 있었다)


우리의 청첩장은 티켓과 웹플라이어(노션 제작)로 디자인해서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컨셉에 진심이라면서 꽤나 흥미로워했다.
티켓으로 만든 청첩장


구캔갤러리라는 갤러리에서 대관을 진행했는데, 조금 장점과 단점이 있었던 것 같다. 주차가 된다는 사실은 좋지만 정작 출입구를 찾기 힘들어서 헤맸던 분들이 많았다. 조금 더 인력이 있었다면 안내원을 좀 더 두었을 것 같다. 하지만 공간 자체는 행사도 가능하고 갤러리도 가능한 곳이어서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고 해도 당장 더 좋은 곳을 찾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때도 이미 5군데를 방문한 상태에서 결정했던 공간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있다면 자기가 원하는 조건에 맞추어 더 좋은 곳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문에서는 다 소개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다. 무대백에 관한 이야기, 기존에 갤러리에서 전시를 진행하고 계시던 분께 연락했던 일, 노션으로 청첩장(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https://bit.ly/3VYwQ5Y)을 만들었는데, 어른들이 보시기 불편하니 이미지를 크게 볼 수 있는 옵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급히 만들었던 이야기, 어머니(신랑 쪽)가 메이크업을 마친 후 갤러리를 못 찾아서 정말 시작 직전에야 들어온 이야기, 화환을 버리는 이야기(일반 결혼식장에서는 화환을 알아서 처리해 준다. 그렇지만 우리 결혼식에서는 죄송스럽게도 아버님(신부 쪽)이 수고해 주셨다), 음향 장비를 빌리기 위해 전 직장에 찾아간 이야기 등등 지금은 웃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정말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당일날 벽에 붙인 홍보물


지금까지의 우리의 글을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정말 감사한 일일 것 같다. 우리가 스스로 추억해 보기위해 적는 글이기에,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추억이 낯설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다.


전시 의도처럼 우리는 또 다른 모험을 위해 외국에 나와있다. 첫 번째 결혼기념일이 바로 어제였는데, 결혼 전시가 우리의 커다란 자산이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한동안 나눴었다. 단순 성취감 같은 것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자산은 문제를 해결해 갔던 과정에 우리가 '함께' 있었던 것과, 그동안 우리 곁에서 우리를 '도와준 이'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못할게 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모험, 도전 이런 단어들로 가득했던 결혼전시 이후에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정말 '현실' 그 자체였다. 사실 신혼여행부터 여러 시련과 고난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아, 말조심해야지. 모험을 외치고 다니니 인생이 정말 너무 다이나믹해지네?' 하면서 '아, 난 이제 그냥 편한 인생을 살 거야'라고 진심반 농담반으로 이야기하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러나 우린 알고 있다. 사실 우리 두 사람은 태어나기를 현실에 안주하는 삶보다는 흔들려도 우리를 더 성장시켜 주는 삶에서 끌림을 느끼는 사람이며, 우리가 매순간 선택하는 그 길이 우리가 가장 우리답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https://youtu.be/QPb-vmq4aRw


이전 11화 웨딩드레스에 검은 줄을 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