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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Jul 03. 2024

I Dreamed a Dream

꿈을 꾸다 / 노래하면 춤 추고

이번 글부터는 전시 자체에 대한 내용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어떻게 전시의 파트를 나누고 내용을 구성해야 우리가 고민했던 결혼에 대한 의미를 하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만든 내용들을 하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할까? 전시로 결혼을 준비하는 이상 우리의 의미를 분명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정했던 내용의 구성은 크게 3+@가 되었다. 

1. 처음 공간에 들어왔을 때 만나는 [사이니지와 가이드 파트] 

2. 우리의 과거와 성장을 담은 [꿈을 꾸다(I dreamed a dream) 파트]

3. 우리의 현재와 만남을 담은 [꿈만 같은(Like a dream) 파트]

4. 우리의 미래와 모험을 담은 [인생은 한바탕 꿈(Life is but a dream) 파트]

5. 공간을 나갈 때 만나는 [신랑 신부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공간 및 답례품 수령 파트]


2017년에 대림 미술관에서 한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토드 셀비의 전시를 본 기억이 있다.

사진 출처: https://hypebeast.kr/2017/4/todd-selby-daelim-museum-exhibit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전시였다. 사진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토드 셀비의 사진과 일러스트레이트 작품들 특히 본인의 방을 재구성 한 공간들을 볼 수 있었다. 어지럽고 풍부한 색감의 그의 방들, 잠깐 눈길만으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만 같았다. 방은 그 사람이 누군지 보여주는 가장 거짓 없는 곳이다.


우리가 대관한 공간은 ㄱ자 모양의 가벽을 사용할 수 있었다. 1부 '꿈을 꾸다'의 공간을 구성할 때, '나의 방'이라는 아이디어를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1번과 2번 부분의 구성은 아래와 같이 출입구를 통과하고 초록색 부분인 메인사이니지에서 우리 결혼의 의미를 하객들이 한 번 읽어볼 수 있도록 한 후, 1부 순서로 진행하는 동선을 구성했다. 그리고 출입구에는 큰 통창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투명한 시트지를 붙여서 전시의 컨셉이 드러나도록 했다.


전체 공간 배치도 중 1부 파트
전시에 들어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소롱이'(하트 모양 캐릭터)


입구부터 사람들이 전시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이곳을 지나면 전시의 기획의도를 읽을 수 있는 메인사이니지 파트를 만날 수 있게 설계했다.


출입구 쪽 메인사이니지 / 현수막으로 제작



결혼을 전시하다.

결혼은 무엇일까. 저희는 결혼을 생각한 시점부터 결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해석해 보고 싶었습니다. 서로 결혼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었지만, 결혼에 대한 어떤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결혼을 선택했고, 그 이유를 결혼식을 통해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다음으로는 결혼식의 형식을 고민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우리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할 매체 중에 전시가 가장 적합해 보였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자랐고, 만났고, 살아갈지 여러분과 나눠보고자 합니다.


Like a Dream

미래에 고도로 발달한 AI와 인간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꿈꿀 수 있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희에게 이번 결혼전시는 정말 '꿈'만 같습니다.

꿈으로 향하는 서로의 성장을 지지하면서 서로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평생 지켜보고, 건강하게 서로를 의지합니다. 우리의 사랑은 서로를 보듬고 서로의 성장을 평생 돕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의 인연이 그렇듯 우리의 만남도 꿈같았습니다. 적절한 순간에 우리가 있었고, '쿵'하고 부딪힌 운명 같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순간 서로가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사람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꿈같은 사람은 아닐까?

We like a dream. 우리는 모험과 도전에 삶의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이 상황이 몽환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먼 일처럼 느껴졌던 결혼을 하는 것도, 갑자기 작가가 되어 전시를 준비하는 것도, 외국에 나갈 준비를 하는 것도 그랬습니다. 혼자서는 힘들고 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꿈을 향해 씩씩하게 발을 뻗어보려고 합니다.


(메인 사이니지 내용)


출입구에서 본 전시 전경


메인사이지니를 거치면 1부 기획의도를 지나 서로의 방에 이르게 되고, 신랑 신부의 하객들은 신랑과 신부에 대한 삶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신랑과 신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길 바랐다. 과연 이 사람이 신랑이나 신부와 잘 맞는 사람일까? 이런 성격과 과거를 가진 사람이라면 서로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단지 누군가의 하객으로서 결혼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길 바랐다.


서로의 방은 서로의 사진들과 영상들로 그리고 서로를 나타내는 오브젝트들로 채워져 있다. 태어났던 순간부터 지금의 순간까지 거쳐왔던 사람들과 과정들, 힘든 순간들과 즐거웠던 기억들, 서로가 가진 삶의 태도와 철학들도 전시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다.


그때의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노래하면 춤 추고





1부 기획의도 <꿈을 꾸다 I dreamed a dream>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였습니다.

호기심 많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 소년과 똑 부러지지만 어딘가 덤벙거리는 소녀.

아빠와 산을 오르고, 엄마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친구들과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게

그들의 하루였습니다.

그 아이들은 꿈을 꾸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어있을까.

현실의 벽과 사소한 유혹들이 우리를 좌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꿈이 있기에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막힌 길 끝에 돌아서기도 했지만, 그곳에서도 삶의 새로운 색깔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꿈 그 자체로 충분했습니다.

이 공간에는 명준과 솔의 방이 있습니다.

방 안 가득 켜켜이 쌓여있는 지난 시간들을 따라 걸으며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온 추억의 한 페이지를 열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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