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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마 May 30. 2024

산이 주는 위로 1

혼자가 좋지만 때때로 외로운 당신에게

아침마다 산길에 오른다.

등산이라기엔 너무 거창하고 어느 동네나 있을 법한 동네 뒷산, 남산이다. 높지 않아 적당히 1~2시간 운동 삼아 오르내리기 좋다.


산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사연은 알 수 없으나 팔 한쪽이 없이 큰 진돗개를 산책시키는 아저씨

철봉에 매달려 울끈불끈 근육을 키우는 할아버지

삼삼오오 모여 등산을 시작하시는 아주머니 그룹

그렇지만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은 혼자 라디오를 들으며 가는 사람이다.

심각한 정치 이야기, 희로애락 사연 많은 청취자의 편지, 쿵 짝짝 노래들.

제각각 좋아하는 라디오도 다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산에서 스쳐가듯 만나지만

사실 나는 혼자 있고 싶어서 산에 온다.

그래서 산에 올라갈 때도 앞에서 다른 사람이 내려오면 일부러 다른 길로 빠지기도 한다. 산에 길이 여러 갈래라는 것이 참 다행으로 여겨진다.

대인기피증까지는 아니라도 낯을 가리고 나서기 싫어하며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하는 내게 퇴사 전 직장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였다.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학부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동학년 선생님들과 협의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새로운 관계 맺기가 1년마다 다시 리셋되었다.


많은 사람 속에 있다 보면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이 절실히 갖고 싶은 때가 있다. 재잘거리는 말들, 수많은 시선, sns 속 많은 잘난 모습들 속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나는 산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나무들 속에서 그저 자연의 일부인 양 그렇게 스며드는 것 같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재촉하지 않고 그저 그냥 말없이 있어주는 나무가 좋다.

‘널 다 알고 있어. 그대로도 좋아.’라고 말없는 마음이 느껴진달까.   


하지만 참 이상하다.

혼자 있고 싶어서 산에 들어와 아무도 없는 숲길을 찾아 헤매다가도 청설모 한 마리를 발견하면 그렇게 반갑다. 한참을 도망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를 보며 눈싸움하듯 서로 바라본다.

어떤 날은 노란 벼슬이 있는 새 한 마리, 다른 날은 고양이도 본다.

혼자이고 싶지만 한편으론 혼자가 아니어서 안도하며 반가움을 느끼는 이상한 사람.

그게 나다.


오늘도 산에 다녀오겠습니다.


<혼자가 좋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당신에게>
산에 가 보세요.
혼자 있지만 외롭지는 않게 해 줄 친구들이 많이 있답니다.
떨어져 있지만, 당신에게 따스한 응원과 온기를 보냅니다.

 

오늘의 산책코스
청설모와 눈싸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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