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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마 May 31. 2024

산이 주는 위로 2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당신에게>


가보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인생이 게임이라면?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게임에는 전체 맵이 있다. 내가 어느 퀘스트를 열면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 언제든 전체 맵으로 돌아와 되돌리거나 다른 퀘스트를 열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인생에서는 전체 맵을 들여다볼 수 없으며 내가 한 선택이 어떤 길로 이어지는지는 가봐야만 알 수 있다. 무슨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길이 열린다.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길이 어떤지 알 수도 없다. 게임과는 다르다. 이건 진짜 인생이니까.


우리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두 갈래 아니라 수많은 갈림길이 있다. 갈림길의 초입에선 언제나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인생은 흘러가므로 그곳에 머물러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때로 선택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빠른 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가벼운 선택일 수도, 무거운 선택일 수도 있다. 아주 작게는 내일 아침에 입고 나갈 옷 선택부터 나아가서는 밥벌이 직장이 될 수도 있으며, 오랜 시간 함께 살아갈 배우자가 될 수도 있다.  


일단 선택을 하고 나면 다른 길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우리는 길을 나섰고 길은 끝까지 가야 한다.

물론 아주 가끔은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재 선택을 위해서는 반드시 지불해야 할 대가가 있다. 그것은 주로 세 가지로 치른다. 시간(젊음), 사람, 돈이다. 이 중 돈이 가장 가벼운 대가라 할 수 있다. 세 가지 중 하나 이상은 반드시 지불해야만 한다. 세 가지 모두를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재선택도 있다. 그 모두를 지불한다 해도 되돌릴 수 없는 선택도 있다. 그래서 누구나 선택의 갈림길에선 깊게 고민을 하고 신중해진다. 지금도 누군가는 밤잠을 설치며 선택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에 있어서 스스로 원하지 않는 선택을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했고, 오랜 시간 후회했지만 여전히 그 길 위에 머물러 있었다. 늘 ‘이건 내 길 아닌데…’ 고민만 하는 시간을 16년을 보냈다. 2023년 나는 인생의 재선택을 위해 퇴사를 했다. 내가 지불한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젊음. 어쩌면 돈도.    


재선택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후회 많은 아줌마가 전해줄 이야기는 이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머리 아파하고 있다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가보길 권한다. 산에는 수많은 갈래길이 있다. 오늘은 야자줄기로 만든 멍석이 깔린 번듯한 길로, 내일은 숲 속으로 난 작은 오솔길로, 내려올 땐 맨발 코스로. 가볍게 마음껏 어떤 길을 선택해도 좋다. 어느 길로 가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조금 멀리 내려갔다 해도 조금 더 걸을 뿐이다. 결국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머리가 복잡하고 고민이 많을 땐 몸을 움직여야 한다. 산에 가서 흙을 밟고 피톤치드를 깊이 들이마시고 지나다니는 귀여운 동물들을 마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가 정리될 때가 있다. 그때 떠오르는 것을 선택하라. 어쩌면 인생 전체 맵을 볼 수 있는 내 영혼이 알려주는 답일지도 모르니까.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당신에게>
산에 가서 수많은 샛길을 걸어보세요.
내가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오솔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일지 이미 알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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