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8개월 인생–(2) 아버지가 하이킥을 날리다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1993)

by 아남과소년

아버지와 엄마는 허구한 날 싸웠다.

고성방가 혹은 헤비메탈은 나의 배경음악이었다.


늦은 밤 집 앞 놀이터에서 두 사람이 맞서서 소리치는 모습이 흐릿하게 여러 장면 살아있다. 둘의 다툼은 뭐가 그리 시급했는지 아버지가 내린 차의 문은 열려있었고 시동도 그대로 걸려 있었다.


나는 작고 힘없는 어린 아이니, 두 사람의 진지한 감정 소모전은 내가 절대 통제할 수 없는 것임을 진즉에 깨우쳤었다. 그냥 주어진 이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했던 나는 동요를 혼잣말로 부르며 그네를 타고, 뱅글뱅글 도는 회전판기구 주위를 뛰어다니며 스릴을 즐기는 척하였다.

목적 없이 모래를 파고 덮고를 반복하기도 했다.


점점 나의 세계에 빠져들면 두 사람의 날카로운 고성은 물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처럼 웅얼웅얼한 부드러운 자장가가 되었고, 그제야 나는 스르르 잠들 수 있었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자극적인 장면이 또 하나 있다. 피아노학원 구석 주거 공간에서의 일이다. 다름없이 그날도 아버지의 낮은 베이스 음성은 데시벨을 높이기 위해 성대가 갈라지고 있었고, 귀를 찢을 듯한 엄마의 밤의 아리아가 어우러지고 있었다.


부모의 다툼을 멍하니 보고 있는 나에게 적절한 지시가 있었다. “너는 저쪽으로 가 있어!!!”.

나는 화장실 앞 거실과 시선만 연결되지 않는 공간에서 쭈그려서 대기를 하였다. 귀는 막을 필요가 없었다. 막아도 잘 들리니까. 말다툼에 오고 가는 어른들의 단어는 해석이 잘 안 되었고 왜 저렇게 화가 났을까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둔탁한 소리와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려, 나는 격리 지시를 어기고 현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눈에 펼쳐진 순간은 아버지의 하이킥이 정확히 타격지를 맞추고 발끝이 허공 고점에서 하강하는 찰나였다. 어머니의 코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빨간 피는 가뜩이나 생소한데, 아버지로 인한 엄마의 출혈은 무슨 일인지 해석도 안 되고 분간도 서지 않는다.

곧이어 그런 어려운 생각은 멈추고 나는 재빠르게 다시 숨어야 함을 깨닫는다.


내가 그 광경을 봤다는 것을 부모에게 들키면 안 될 것 같았으며, 하이킥에 따른 출혈을 꿋꿋이 목도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처세술이 발달되고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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