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8개월 인생 -(4) 5천원짜리 도파민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 (~1993)

by 아남과소년

어린이집을 다닐 때의 일이다.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선생님께 배웠는지, 친구와는 어떤 소꿉장난을 했는지는 기억 장면에 존재하지 않지만, 하루 나의 강렬한 일탈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빨간 어린이집 가방에 엄마가 노란색 돈봉투를 넣어준 날이었다. 엄마는 5,000원을 넣어 놨으니 단호한 얼굴로 주의하라고 하셨고, 나는 대답을 흐릿하게 했다.


200 원짜리 설탕 떡꼬치를 사 먹어 본 경험 많은 나는 돈이 물질 교환수단이라는 개념은 깨우치고 있었다. 그래서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가방 속 돈으로 장난감을 사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라왔다.

나의 불완전 범죄는 집 문을 나서면서부터 곧바로 실행된다.

먼저 어린이집 가는 길에 잠깐 골목으로 몸을 피해 가방을 열고 돈봉투를 찾아 선생님이 찾을 수 없는 깊고 구석진 곳에 숨긴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여 시간이 얼마 지나고 선생님이 가방을 여시고 봉투를 찾으신다. "지훈아. 혹시 봉투 엄마가 넣어주셨어?" 나의 은폐술이 통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귀엽고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어린이집 시간이 끝나기까지 조마조마한 나의 마음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갔다. 드디어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되어 신발을 갈아 신는다.


흥분하고 벅찬 마음에 발걸음은 평소보다 빨랐고, 떨리는 손으로 집 앞 문방구 문을 열었다.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려, 진동 소리가 머릿속을 크게 울렸다. 문방구 아주머니에게 나의 요동치는 가슴을 들키지 않기 위해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로잡고자 안간힘을 썼다.


우선 5,000원이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작은 로보트 앞쪽에 서서 아주머니에게 침착하게 "얼마에요?" 물어보고 답을 듣는다. 아줌마는 나를 이미 알고 있는 집 앞 문방구 사장님이라 거래가 불가능한 사이는 아니었다.

셈이 완료된 나는 5,000원짜리 로보트를 집어 아줌마에게 내밀고, 가방문을 태연하게 열며 돈봉투에 있는 5,000원을 다시 꺼낸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아주머니의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온다. “지훈아 이거 어린이집에 내야 될 돈 아니야?” 아뿔싸 봉투에서 걸린 것인가?

나는 지난 4년의 인생의 깊이와 지혜를 담아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한다. "네. 어린이집에 내고 거스름돈 받으면 엄마가 사고 싶은 것 사라고 했어요."

아주머니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으나 참으로 다행히 거래는 성사되었다. 문방구 바깥에 나선 뒤에 손에 들려있는 로보트를 매우 흡족하게 들여다보았고, 바로 꺼내 로보트 팔다리를 이리저리 꺾어 보며 변신을 시켰다.


이제 마지막 관문은 우리 집이다. 거추장스러운 포장은 버리고 적당히 로보트 팔다리를 구겨 가방에 넣었다.

"다녀왔습니다아." 엄마의 눈은 보지 않는다. 눈동자의 진동이 도저히 제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가방에서 새로운 로보트를 꺼내고 놀고 싶은 마음도 강인한 절제력으로 꾹꾹 참아 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엄마가 가방문을 연다. 온몸이 얼어붙었고, 멍하니 수색 장면을 쳐다본다. 할 수 있는 것은 구겨진 로보트가 안 보이길 빌고 또 비는 것이었다.

“지훈아 로보트 이거 뭐야?” 원래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엄마는 막 나의 범죄를 알아냈다. 이미 오늘의 거사는 그르쳤음을 느꼈으나, 나의 일탈은 이미 고속도로에서 달리고 있어 멈출 수가 없었다.

친구가 놀다가 빌려줬어. 정말이야”

“정말이야?” “응 진짜야

잠깐의 적막 이후 엄마의 가방 조사가 계속되었다. 나는 모든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내 뇌는 더 이상 비상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돈 잘 냈어?” “몰라, 선생님이 가방 봤어” “선생님이 가져가신 것 맞아?” “몰라”

내 무덤 구덩이가 아주 알맞게 파지고 있는 대화였다.


이어 엄마는 가방에서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장난감 포장재가 발견했고, 나를 쳐다보며 호통친다.


시야가 어두워지고 귀는 멍멍하고 눈물이 날 것 같다. 너무 무섭고 도망치고 싶다. 울음이 터지고 만다. 한번 터지니 목청이 높아져 꺼이꺼이 울었고, 하루 종일 도파민 때문에 미처 돋보이지 못했던 죄책감이 밀려온다. 사실 오늘 종일 계속 죄책감이 나를 괴롭히고 또 시달렸기에, 어서 죄책감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엄마가 나의 잘못을 알아내주니 안도의 눈물도 함께 터진 것 같았다.


이제 참회의 시간, 엄마의 손에는 회초리가 들려 있다. 아파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정해진 맴매 수는 버텨냈다.

5살 어린이의 일탈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나는 이후로 절대로 타인의 돈에 욕심을 지 않는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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