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유일무이한 한 통의 연애편지
이번 일지를 쓰기 전까지 엄청나게 망설였다.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실 안 써도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글을 끄적거리는 사람으로 이렇게 글쓰기 좋은 소재를 그냥 넘긴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지 않아, 치열한 고뇌 끝에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먼저, 아내에게...
여보! 난 당신밖에 없소! 혹시, 이 글을 읽으신 후에 행여나 티끌만 한 오해의 여지가 없기를 바라오! 나는 단지 예전의 내가 쓴 글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오다가 추억의 발길에 떨어진 연애편지가 밟혔을 뿐이오! 단지 그뿐이오!
이제,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양해를 구했으니, 이해해 주리라 믿고...
어쩌면, 그녀는 나의 첫사랑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피 끊는 젊은 시절...
나는 이성에 별 관심도 없었고, 이성이 날 좋아하지도 않았다. 여자들의 코 막힌 앵앵거리는 소리는 애교로 들리지 않고, 피를 쫓아 나르는 모기들의 소음으로 들렸었다.
그러나 그녀를 본 순간, 내가 그동안 머릿속에 갇고 있던 이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붉은 석양처럼 어느덧 사라져 버리고,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이 세상 시간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날 인도했다.
나의 눈은 카메라 앵글처럼 모든 포커스를 그녀에게 집중하고, 그녀를 제외한 모든 세상은 안개처럼 뿌옇게 나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있었다.
시내의 거리 소음은 그녀의 목소리를 더 뚜렷하게 들리게 하는 배경 음악이었며, 그녀를 만나고 온 날은 하루 종일 내가 무얼 했는지 기억 못 하는 바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어서, 더 애틋하고 절박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그 이유를 밝힐 수 없음을 독자들께서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의 만남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나는 그녀에게 이별의 의미가 담긴 편지를 보냈다.
그녀에게 애틋한 감정을 그 편지에 담아, 처음으로 고백했고, 바로 그 편지에 당신과 헤어져야만 한다는 애끊는 심정을 잉크처럼 찍어 써내려 갔다. 내 평생 연애편지를 써 본 적이 없지만, 처음으로 쓴 이별의 편지가 有一無二한 연애편지가 되어버렸다.
" 이렇게 넓은 우주에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을, 지구라는 공간과 현재(現在)의 시간에 당신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축복이고 행복한 일인지 말로 형언하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당신을 만나면서 나의 운명이 어쩌고, 저쩌고...(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상투적인 표현들...)
중략...
그러나 세상은 나에게 당신과의 만남을 축복하지 않았고, 당신과 나를 헤어지기를 강권(强勸)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는 것도 나의 운명입니다.
나는 그것이 너무도 괴롭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그리고 그 당시 젊은이들이 많이 읽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사이에 편지를 넣어서 전달했다.
그것으로 나의 사랑앓이는 끝이 났다.
그 후 며칠간의 나의 심정(心情)은,
브런치(brunch)에 올려놓은 졸문(拙文) '장편(掌編) 소설' 주인공의 독백으로 갈음한다.
" 갑자기 내 주변의 전깃불이 모두 나가 버렸다.
내 주위는 온통 암흑세상으로 변하고,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려 뭘 먹으면, 계속 토하기만 했다.
나중에 토할 것이 더 이상 없었는지, 노란 쓸개즙과 붉은 피가 섞여 올라왔다. 그렇게 일주일을 앓아누웠었다."
연애편지에 헤어지자고 하는 놈은, 세상에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