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그라목손(Gramoxone)이라고 들어보셨는가? 그라목손은 제초제로 사용되는 농약으로, 성분명인 파라콰트(Paraquat)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골 노인분들에게는 성능이 뛰어난 전설의 '풀약'으로만 알려져 있다.
일반 제초제에 비하여 성능이 150배에 달한다고 한다. 힘없는 농촌의 노인들이 한 번만 뿌리면
장정 백여 명 분의 일을 해내는 제초제이니 얼마나 기특한 제초제인가?
그 엄청난 독성은 사람에게도 치명적 이어, 찻숟갈 두 숟가락의 분량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고 했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노인 자살률을 기록하던 대한민국이 2012년도 사용금지된 후부터 농촌 노인들의 음독 사망률 수치가 현저히 감소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그라목손은 잡초만 제거하는 농약이 아니라, 경제적 고통에 신음하던 농민들에게도 이승과 바로 하직하게 만드는 성능 좋은 독약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 효능을 잊지 못하는 일부 고집불통 농부들은 창고 깊숙한 곳에 몇 병 보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엄청난 제초제를 농민들은 그냥 '풀약'이라고 불렀다. '풀약'이라는 단어는 악마를 천사로 세탁하는 효과가 있다. 나도 귀농초기에는 풀에 살포하는 작물 영양제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잡초에 왜 영양제를 주지?' 이렇게만 생각했다.
'자기 식구 감싸기...'
세상의 거친 파도에 맞서서 가족을 안위를 걱정하고 보살피는 가장이 하는 행동이 아니다. 요즘 뉴스에 자주 접하는 문장이다.
추잡한 사진에 버젓이 얼굴이 찍힌 놈을 특정하지 못한다고 하던가, 수십억의 뇌물을 꿀꺽하고도 검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또는 서류에 전혀 맞지도 않은 경력을 초등생 수준의 문서로 제출한 범법자를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조사조차 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검사들, 그 검사를 싸고도는 판사들, 그 행태를 지켜만 보는 정의로운 척하는 정치가들...
표창장 하나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본인들이, 눈 뜨고 볼 수 없는 비리를 저지를 사람들에게 침묵하고 있는 행태를 '제 식구 감싸기'라고 했다.
진실이 없는 쓰레기 같은 언론, 접시 바닥이 보이도록 얇게 썰어놓은 복어회 보다도 얄팍한 지식의 소유자들, 신성하거나 전혀 정의롭지 않으면서 거룩한 신의 이름에 똥칠을 하는 종교인들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산골의 촌노가 죽음의 제초제를 풀약이라고 불렀듯이, 세상에 썩은 비리의 냄새를 진동하게 하고, 여러 사람의 인생을 파탄시키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제 식구 감싸기' 란 문장으로 미화시키는 거다.
살인을 거들거나, 일반 시민들에게 사기를 친 자들의 죄를 은닉하는 자는 '제 식구들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공범이다. 살인을 거들거나, 범죄자를 단죄하고 벌을 주어야 할 자들이 그들의 죄를 가려주고, 나아가 결백한 자에게 되 씌우려 하는 이런 세상이 올바른 세상인가?
죽음의 제초제가 '풀약'으로 불리듯이, '제 식구 감싸기' 란 해괴한 기술로 범죄자들과 공범들이 선량한 시민으로 둔갑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