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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정치

by 한지원

가슴이 답답할 때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모래알처럼 흩뿌려진 별들...

이럴 때마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을 느낀다.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같은 물리량으로 생각했는지...

빛의 속도를 한정 지음으로, 우리가 보는 모든 현상은 과거가 된 것이다.

우리가 올려다보는 우주는 모두 과거다.

수억 년이 지나더라도 변하지 않는 절대의 진리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볼 수가 없다.

그것은 엄청난 공포이고, 고통이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는 인간이 지구 상에 존재하면서부터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다.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 싶은 인간은 수 천년 동안 신에게 미래를 보여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나 우리의 신들 중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지만, 몇몇의 참을성 부족한 인간들은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계시록에 목숨을 걸거나, 예언자의 말에 운명을 내 맡기기도 하였다.


이천 이십이년 삼월 구일부로 대한민국의 미래 운명을 무속인이 결정했다. 건진 법사가 대통령이 될 사람을 예언했고 신천지가 승인했다. 그리고 이 땅의 삐뚤어진 종교지도자와 그 추종자들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로써 앞으로 돌아올 비상식과 주술의 정치가 가져올 폐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되었다.

합리적인 상식이 소멸된 사회...

즉흥적으로 내뱉는 말이 법이 되고 규칙이 되는 사회...


1985년 2월의 선거인단 선거라는 해괴한 선거는 전두환 정권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그때도 지금과 같은 상실감은 없었다. 나는 그 이후로도 수많은 선거를 치렀지만, 지금 같이 무기력하고 상실감이 큰 선거는 겪어보지 못했다.

그 상실감의 원인은 "상식의 실종"이다.

이제 공정과 정의는 대한민국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 명사에 지나지 않는다.


12년 전 식구들과 함께 괴산의 산골로 오면서,

세상의 부조리와는 결별하겠다고 선언했다.

나의 몸을 움직여, 정직한 노동만으로 먹고 살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내려왔다. 나의 개똥철학 때문에 아이들의 미래도 내 마음대로 결정해버린 셈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도 우리의 아이들에게 세상은 상식이 통하는 아름다운 사회라고 입에 거품이 나도록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강조했던 공정과 정의는, 금번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박제되고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더 이상 우리의 자식들에게 할 말이 없어졌다.

이제는 이렇게 얘기해야 된다.

"이 세상을 떳떳하고 정의롭게 사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루저가 되는 최상의 지름길이다. 남에게 사기를 치고, 약자를 밟고 일어서더라도 탑에 오르거라!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의 방법이다."

사기를 치고, 남의 재산과 생명을 빼앗아도 권력만 있으면 무마되는 나라...

거짓 인생을 살아, 몸을 팔아서라도 권력자를 잡을 수만 있다면 대통령의 영부인이 되는 나라...

자신의 권력을 오롯이 사적으로 사용하고도 그것이 공정과 정의라고 항변하는 인간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

강남의 아파트 한 채 때문에, 언론이 부풀어 놓은 진영논리에 빠져, 수구세력을 편드는 국민들...


금번 청와대집무실 용산이전 건은 쥴리 여사의 첫 번째 작품이자, 주술 행정의 시발점이라 단언한다.

또한, 국방부 이전으로 발생하는 천문학적 비용은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이권사업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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