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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원 Nov 17. 2022

호모 루덴스

현생 인류를 지칭하는 말 중 앞에 '호모'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많이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을 지칭하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져, 숫자로 따진다면 수십 가지를 웃돌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인간), 호모 로쿠엔스(언어적 인간),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 호모 파베르(도구의 인간), 호모 폴리티쿠스(정치적 인간)...등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단어들뿐만 아니라, 호모 모빌리쿠스(휴대 전화적 인간), 호모 디지피엔스(디지털적 인간)등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인간이란 의미의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그 중 단연코 '호모 사피엔스' 가 현생 인류의 속성을 대변하는 단어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합리적이며, 생각하는 존재라는 '호모 사피엔스'란 단어를 뒤흔드는 용어가 등장했다. 네덜란드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자신의 저서에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란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다.

 호모 루덴스란 '놀이하는 인간' 또는 '유희(遊戱)의 인간'이라고 설명한다.

 종교, 철학, 예술, 과학, 기술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인간의 놀이로 인하여 탄생하고 발전하여, 인류가 자랑하는 찬란한 각종 문명을 이룩하였다는 이야기다.

 

 결국, '인간의 본질은 놀이다'라는 명제가 성립한다.

 

 놀이가 없었다면, 인류가 지금껏 이룩해 놓았던 문명도 없었을 것이며, 인간의 문명이 없었다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의 주장도 근거가 희박해진다.

 여러분들은 지렁이나 말미잘 같은 하등 생명체들이 유희를 즐기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반려동물을 키워본 분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개나 고양이들은 혼자서 놀고 있을 때 가장 귀여워 보인다. 자신들만의 놀이문화가 인간으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작금의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K 문화를 꽃피우게 된 배경을 우리 젊은 세대들의 놀이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확신한다. 음악, 영화, 춤뿐만 아니라, 컴퓨터게임에 이르기까지...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모든 분야에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하나라도 빠지는 것이 있는가?

 지금의 기성세대라 부르는 50~60대들은 자신들이 자랐던 그 시대를 되돌아보라. 학창시절이라고는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도록 두 눈에 옆 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시험 성적만을 위한....오직, 국, 영, 수 성적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는 시대를 살았다.

 각자의 개성은 사회의 질서를 거스르는 반항으로 치부되고,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는 어른들의 눈을 피해 저지르는 일탈행위 그 자체였다. 우리의 부모세대들은 학생의 본분은 당연히 공부라고 생각했으며, 그렇게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진 학생들만을 사회의 지도층 자리로 올라가도록 신분 사다리를 설계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그렇게 자라고, 키워진 인간들이 대통령을, 또는 장관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놀이가 무엇인지 이해조차 못 하는 지적 수준의 소유자들....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세상의 모든 현상을 자신들의 수준에서 그들만의 잣대로 놀이문화를 재단하다 보니, 핼러윈축제는 젊은 친구들의 일탈 행위로 간주하여, 마약, 퇴폐...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이미지만으로 가득 차 있다.

 컴컴한 지하 룸살롱에서 히히덕 거리던 퇴폐적인 술자리가, 그들이 즐길 수 있던 최고의 놀이였으며, 모든 국민이 자신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들은 마약사범들의 단속 실적을 핑계로 바닥을 긁고 있던 정권의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는 좋은 호재로만 생각하여, 이번 10.29 참사를 일으킨 것이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일반 가정의 명절 차례나 제사에 조상의 지방(紙榜)이나, 고인의 영정을 모시는 것이 일반 제례 중 가장 먼저 하는 행위이다. 이로써 가족 행사가 시작된다.

 그러나 위패(位牌) 하나 모시지 않고, 오롯이 꽃으로만 장식된 10.26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에, 닷새 동안 추모를 했다던 국가의 최고 책임자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인간인지 의심스럽다.

 본인의 생각으로 그렇게 하였는지, 아니면 '천공'이 시켜서 그랬는지 따져봐야 할 지경이다.   차라리 꽃의 종류나 진열상태가 좋은 양재동 AT센터에 입주한 꽃 가게에서 조문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국가의 행정력 부재로 희생된 희생자들을...  

 일탈을 꿈꾸며 이태원에 놀러 갔다가 사고로 죽은 사망자로 부르며, 국가적인 참사를 사고로 위장해주던 정권의 시녀같은....

 화장실의 휴지만도 못한 일부 언론들은, 이제야 밝혀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한 신생언론을 패륜으로 매도하고 있다.

 꼴난 권력유지를 위하여, 여론을 조작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국민을 기만하는 정권은 빨리 사라져야만 한다.


<이제는 별이 된 우리의 젊은이들이여...>


이제는 별이 된 우리의 젊은이들이여!

너희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

단지, 인간의 본질에 충실했을 뿐인데...


모두 살릴 수 있었는데...

모지리들의 욕심이,

국가의 무능이,

너희들을 죽였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 국가.

남아있는 어른들의 애끓는 노력으로

대한민국이 제대로 서는 날....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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