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지원 Mar 19. 2023

돼지족발

 여러분이 주지하시다시피 충청도, 특히 괴산의 정치적 성향은 항상 보수였다.

엄밀히 말해, 보수는 아니고 기득권을 지향하는 정치적 정서를 지녔다. 현재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집단들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본인들 생명의 연장에 도움이 되었다는 경험이, 아무래도 역사적 배경으로 자리 잡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특히 충청도 지방 사투리에서 그 특이한 어법이 많이 등장한다.

 가.부를 확실하게 구분을 짓지 않는 말투....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두루뭉술한 문장의 대화들...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눈치 빠르게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들이 발달하였을 것이며, 이런 말투들이 그 증거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기술한 지리적,역사적 특성이 '충청도 사람들을 보수주의자로 만들었을 것' 이라는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충청도, 특히 괴산 사람들이 보수적으로 되었는지는 미스테리한 일이다.

 어찌 되었건 현재의 괴산 인구의 60% 이상이 국힘당의 추종세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특히 내가 근무하는 시골 버스 회사는 그 구성원 거의 대부분이 국힘당이나, 국힘당의 전신이었던 새누리당이나, 한나라당의 지지자들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시골 버스 기사는 진보적인 정치색을 주변에 전파하려고 지금도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동료기사들과의 대화나 토론중 질문을 하고 상대방이 내 질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대답을 하지 못하면, 나의 알량한 지식으로 설명하고, 또 질문하고....대답을 못하면, 또 설명하고...

 대화상대를 학생 가르치듯 하여, 대화의 상대가 아무래도 나에게 진절머리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근무하는 동료기사들은 시골 버스 기사를 슬슬 피하는 눈치를 보이며, 도무지 시골 버스 기사의 대화상대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럴 때면 시골 버스 기사는,

한 마리 외로운 표범처럼 신선한 먹잇감을 찾아

눈에 쌍심지를 키고 괴산 바닥을 헤맨다.


 그러던 중,

 청천 터미널에서...

 새로 입사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예비기사가 시골 버스 기사의 마수에 걸려들었다.

 그날도 신입 기사님을 꼬드겨,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는데...

궁지에 몰리셨던 그 기사분이 공산주의로 대화의 주제를 바꾸는 것이 아닌가...

 사실 나의 개인적인 성향은 그냥 보수도 아닌 완전히 꼴 보수다. 그러나 정치적인 성향이 조금 진보적임에도, 주변에서는 나를 공산주의자쯤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주변에 꽤 있다. 아마도 누구에게 사전 정보를 입수 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틀림없이 나에 대한 좋지 않은 가짜뉴스를 들으셨을 확률이 백 퍼센트다.


 주변에 변변한 토론상대를 만나지 못해, 이웃 음성군에 사시는 애꿎은 선배를 괴롭히는가 하면,  삶의 현장에서 인생고에 시달리는 아내를 붙잡고 나의 주장을 설파할 때도 있지만, 바로 치고 들어오는 아내의 면박에 깨갱 하기가 부지기수다.

 특히, 요즈음 뉴스 화면을 장식하며, 나라 팔아먹는 치욕의 외교를 치적같이 내세우는 굥이나, 국민이나 국가의 미래는 내팽겨진채 굥의 실수를 쉴드치는데 바쁜 추종자들, 항문이 헐도록 빨아대는 기레기들...

 그야말로 나라 망치는 좀벌레 삼위일체(三位一體)라 아니할 수 없다.


 오늘은 모처럼 집에 가서 나의 사랑하는 아내하고 와인 한 잔과 곁들여서 먹으려고,  내가 좋아하는 바베큐족발을 중자로 하나 사서 승용차 뒷좌석에 실었다


 배신자의 살을 씹듯이 돼지 발을 질겅질겅 씹어야지...


작가의 이전글 통탄(痛歎)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