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지원 Jun 13. 2023

본인은 잘 하는 줄 안다

 내가 속해있는 운행팀의 기본적인 배차는 짝수로 배차일정을 낸다. .

 이것이 어떤 뜻인지 설명해 드리자면...

가령, 괴산에서 강남터미널로 버스운행을 하고, 다시 강남터미널에서 괴산으로 운행한다. 왕복으로, 즉 짝수로 배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짝수로 운행하면, 최종 목적지가 괴산이 된다.


 운행을 마친 버스 기사는 사랑하는 아내가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놓고 기다리는 집으로 퇴근한다. 물론, 항상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 희망 사항이 들어있을 수도 있으니, 독자들은 위 문장을 갖고 따지시거나 팩트체크는 하지 마시길...


그러나 배차일정이 버스 기사의 희망처럼 짝수로만 나오지는 않는다. 한 달에 두 세 번 정도는 홀수로 배차되어, 어쩔 수 없이 강남터미널이 최종목적지가 되어 서울에서 일박(一泊)을 하고, 다음날 괴산행 첫차를 몰고 오는 일도 있다. 이런 날은, 다시 홀수로 배차되어 최종목적지가 괴산이 되도록 배차일정을 짠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경우를 벗어난 배차가 있다.

근거지가 서울인 버스 기사가 수로 배차된 버스를 운행하여 강남터미널이 최종목적지가 되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그 버스 기사가 다음날 휴무인 경우, 괴산에서 그 버스를 인수하러 괴산버스 기사가 서울로 간다. 다음날 괴산행 첫차로 그 버스를 운행하기 위하여, 다른 동료기사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강남 터미널 행 버스를 몰고 가는 기사의 운전습관, 즉, 가속, 감속, 차선변경 방법, 기어 변경 타임 등... 내가 알고 싶지도 않았고, 평가하고 싶지도 않지만, 동료기사의 운전습관을 알게 된다.


 그러나, 내가 직접 운행하는 버스는 버스가 거칠게 움직이는지, 편안하게 굴러가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평가할 수가 없다. 그 버스에 승차하고 있던, 내가 아닌 제삼자가 말해주기 전까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본인은 자신을 최고의 드라이버라 여기면서 나름 최선을 다해 운전한다. 남이 보기에는 실력이 형편없는 버스기사라 평 할지라도... 어쩌면, 내가 살아온 인생도 나의 최선이라 여기지만, 버스를 운전하는 것처럼 옆에서 지켜본 제삼자는 형편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란 버스는 온 힘을 다하지도, 능력도 없으면서, 더구나, 승객들의 사정은 하나도 아랑곳하지 않는 버르장머리 없는 기사가 운행하고 있다.

 한 번도 세상구경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길잡이들에게 길을 물어보면서, 벼랑 끝의 위험한 길을 운행하고 있다. 세상에 그런 바보도 없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이 엄청나게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 줄로 안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벌겋게 상기된 것이 술도 처먹은 것 같다.

 아주, 총체적(總體的) 난국(亂局)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의 현실에 대한 단상(斷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