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식과 철학을 가지고, 자기 종점을 향하여 인생이란 사막을 항해하고 있다. 자신이 목표한 종점만을 위하여 옆 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한쪽만을 보면서 자신들의 종점을 향해 달린다.
중간에는 무수한 사구(砂丘)와 모래 지옥들이 곳곳에 깔려 있어서 혼자 넘기에도 벅찰 지경인데, 그 중 몇몇은 주변을 되돌아보기도, 뒤처지는 사람이 있는지도 신경을 쓰면서 함께 가고자 노력을 하는 사람도 있다.
도착한 종점은 사막 가운데 시원한 물이 고여있는 오아시스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나, 도시일 수도 있겠다. 각자 목표한 최종 목표는 다른지만, 자신만의 종점에 도착한 것으로도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다. 크게 숨을 쉬지도 못하고 내달려온 노고에 대한 보상을 누구나 예외 없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나, 기차의 종착역에는 항상, 우리의 육체적 배고픔을 채워줄 국밥집이나 우동집들이 있었고, 달걀 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나, 쌍화차를 파는 종점 다방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종점 다방의 실내는 정육점 쇼케이스의 시뻘건 조명이 은은히 퍼지고, 습기 머금은 눅눅한 공기는 공팡내를 가득 담고 있었다. 그 다방에는 주홍색 립스틱을 촌스럽게 바른 마담이 있고, 그 마담은 그곳이 종점인 노선버스를 운행하는 버스 기사 중 누군가의 애인임이 확실하다고 하였다.
시대가 바뀌어서 요즘 세대들은 깔끔한 실내장식으로 치장한 터미널 내의 커피를 파는 전문점이나, 카페에서 목적지로
떠나기 전의 자투리 시간을 보내지만, 예전에는 종점다방이 그 역할을 했었다고 했다.
여기서, 독자들에게 분명히 밝히지만, 종점다방 마담 이야기는 지금은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롯이 선배 기사들의 전언이니 오해 마시길...
내용이 잘못 전달되어 불쌍한 버스 기사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집에서 쫓겨나는 불상사가 있을까 두렵다.
괴산에서부터 검은 아스팔트 길을 따라 두 시간여를 눈 돌릴 틈도 없이 쉼 없이 달려온 버스 기사는 세트럴시티 터미널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화장실부터 간다. 예전에 비해 팽창계수가 현저히 저하된 방광의 성능을 의심하면서...
오늘도 버스 기사는 자판기에서 뽑은 500원짜리 블랙커피 한잔과 '파파도너스' 에서 구매한 크림크로켓을 먹으며 가녀린 허기를 달래고, 창에 비친 자신의 광경을 맥빠진 얼굴로 쳐다본다.
커다란 국사발에 퍼담은, 푹 끓인 떡국같이 풀어진 그의 두 눈에는 죽음의 사막을 건너와 시원한 오아시스에 몸을 담그고 대추야자 열매를 따먹는 모험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