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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원 Mar 26. 2021

새벽은 아직도 추운 기운이 남아 있지만, 버스를 몰고 아스콘으로 포장된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검은 길 위로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모습과 산봉우리에 산이 뿜어내는 안개를 보면 봄이 가까이 왔음을 느낍니다.
 죽은 고목처럼 보이던 강가의 나무들은 강둑 위를 연두색으로 채색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봄을 계속 즐기고 옆에 두고 싶어 하지만, 봄은 우리의 곁에 잠시 머물다가 먼 곳으로 떠나려 합니다. 그래서 더 애틋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인생의 봄날은 아직 와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벌써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 몇 년 후에는 노인이 되겠지요.

 춥고 어두운 겨울의 고통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생동하는 봄을 맞이 하듯이 우리 민족은 압제와 폭력 속에서 잉태된 자유에 대한 갈망을 봄을 기다려 눈망울을 터뜨렸습니다.
 봄마다 느끼는 원인모를 서글픔을 얼마 전 속리산 밑 너와집에 살고 계시는 마농 형님의 말씀에서 깨달았습니다.
 우리 민초들의 DNA에는 험난한 세상과 맞서 온 경험이, 봄이면 되새김질되어 저항과 불의에 맞서는 감각세포를 하나하나를 깨우고 있습니다. 3.1 독립운동, 4.19 의거, 5.18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봄 앓이는 우리 민족의 숙명인가 봅니다.

 저도 여름의 열기가 봄의 따뜻함을 삼키기 전에 나의 봄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봄>
나의 오랜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검은 鋪道위로 아지랑이를 피우며
먼 산 아련한 구름으로 눈치는 챘건만
바로 옆에 와 있을 줄은...

남은 자의 슬픔은
내버려 둔 채
곧 떠날 여행길에
마음 들뜬 철부지 애인처럼
강가의 수양버들은
연둣빛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만남은 헤어짐의 약속이라던
卍海의 詩처럼...
화려한 나의 봄은
아직 시작도 안 한 것 같은데

白依에 핏빛으로 물든
수많은 생채기만을 남기고
소리 없이 나를 떠나려 하네

매년 앓는 持病이건만
항상 서툰 이별
언제 익숙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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