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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평 Jun 04. 2023

순수열망적 이성

나는 무엇을 열망하는가

나는 항상 나에게 주어지지ㅡ않은 것을 열망한다.
예를 들어, 대를 걸쳐 이어진 부를 통한 문화자본이랄지, 부모님의 서재 속에서 발견한 오래된 서적이랄지, 그게 아니라면 저녁밥 먹음서 나누는 학문적 대화랄지...

소위 그런 것들을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실은 그거 말고도 부러운 게 많기도 많다. 하나하나 다 열거하자면 미세먼지에 가려진 달이 지고 해가 뜰 테니... 나는 주로 그대들에게 타고난 자질을 시기한다. 학업, 문화, 가족, 부, 명성... 사실 아등바등 살아보아도 다가서기 힘든 그런 것들을 시기한다. 아등바등 사는 것은 다가가는 것보다는 흉내 내는 것에 가까웁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위하는 삶이 결코 부족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말하지만 실은 그러하지 않다. 그저 말뿐인 말인 것이다. 현재가 나를 갉아먹는다. 정확하게는 현재를 살아가는 데에 불만족한 나의 정신이 나를 좀먹고, 나아가 나를 해체한다. 이 일그러진 시기심과 질투, 불만족은 순수한 열망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나의 비 오는 날은 결코... 먼지가 씻겨나가는 비가 아니다. 나의 비 오는 날은 안개가 끼는 스읍한 현상일 뿐이다.

타인의 삶은 나를 갉아먹는다. 살아가다 보면, 나는 상상치도 못했던 나의 생활 반경으로부터 천왕성 즈음의 거리에 있을 법한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통찰력, 희망찬 미래 비전, 그리고 그 비전을 이룰 만한 능력, 그를 뒷받침해 주는 재력... 그들의 부모가 가진 학력...

능력 없는 비관주의자의 삶은 무능력을 동반한 비관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능력 있는 자의 비관은 통찰력 있는 비판과 충고가 되지만 능력 없는 자의 비관은 그저 좋게 말하면 염세주의자, 나쁘게 말하면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할 뿐이다.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나는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열망하며 살아가는가.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그리고 가지지 못할 것들을 열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흉내 내기 위해 계단을 오르겠지. 실은 그것이 브레이크 없는 내리막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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