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술사와 증장천 (3)

by 아비드야

병원에서 나가면 헤어질 줄 알았는데 담희 누나는 집까지 나를 따라왔다. 근처에 사는 이웃이고 내가 자기 반려견을 구해준 은인이니 집까지 데려다주는 건 당연하단다. 내가 한사코 괜찮다고 해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왜 굳이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오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니라 사람을 들이고 싶지 않은데. 담희 누나는 내가 계속 거부 의사를 밝히자, 구응이를 치려 했던 오토바이 이야기를 꺼내며 화제를 돌렸다.

“그놈 어이가 없더라. 골목길에서 그렇게 대책 없이 달려놓고는 지가 화를 내더라니까. 급정거하느라 자기 몸이랑 오토바이에 이상이 생겼을 테니 보상하라고 꼴사납게 굴기까지 하고. 내가 콱 쏘아붙이려다 참았다.”

그러면서 본인이 책임지고 처리할 테니 나한테는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내 병원비는 물론이고 구응이가 받은 정신적 충격에 대한 보상까지 꼭 받아낼 거라 장담했다.


“야, 웅남아! 양웅남!”

사고가 났던 골목을 지나 내가 사는 빌라가 있는 거리에 접어들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단한 호박도 쪼갤 만한 걸걸하고 우렁찬 목소리. 상만이 형이다. 요즘 뜸하더니만 저 인간은 왜 또 여기 온 거지. 사고 소식이라도 들었나.

“너, 이 새끼, 꼴이 그게 뭐냐. 말라비틀어진 꼴뚜기 새끼도 아니고.”

담희 누나가 상만이 형을 보고 몸을 바르르 떤다. 공포영화의 순진무구한 희생자가 미치광이 살인마나 악령과 마주쳤을 때 나오는 행동과 비슷하다. 하긴 상만이 형을 처음 보는 대부분의 사람이 저런 반응을 보이긴 한다. 별명이 무려 ‘증장천’이다. 불교의 사천왕 중 하나인 증장천왕을 닮았다 해서 지어진 별명이다. 얼굴은 넙데데한 데다 흰자위가 유독 도드라지는 눈은 툭 불거져 나와 있고 머리카락은 한 올도 없는 빡빡이다. 거기에다 덩치는 휴전선 인근에 서식하는 멧돼지만큼이나 거대하다. 절의 천왕문을 지키고 있는 사천왕상 옆에 서 있어도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 없는 외모와 체격이다. 나도 처음엔 상만이 형의 외형에 겁을 먹고 말을 걸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때가 무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형은 4학년 때다. 산허 스님도 일곱 살 때의 상만이 형을 보고 동자승으로 거둬도 될지 밤새 고민했다고 우스개처럼 말씀하셨다. 한번은 오밤중에 화장실 가는 상만이 형과 마주쳤다가 기겁해 쓰러질 뻔했다고 눈을 질끈 감기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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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만이 형은 눈을 부릅뜨고 이마를 맞댈 만큼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너 인마, 어디 갔었어? 전화기도 꺼져 있고, 문 두들겨도 반응도 없고. 내가 오함마라도 가져와서 문 부수려고 했잖아. 혼자 콱 뒈져 버린 건 아닌가 싶어서.”

담희 누나가 상만이 형을 향해 눈을 부라린다. 조금 전까지 벌벌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연신 눈에서 불꽃을 피워댄다. 상만이 형은 그런 누나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닦달했다. 길 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힐끔힐끔 보며 수군거렸다. 나는 없는 힘을 짜내 형을 집으로 끌고 들어왔다. 담희 누나도 엉거주춤 우리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누나는 어떻게든 보낼 생각이었는데 상만이 형 때문에 그럴 짬이 나지 않았다.

“이게 어디 사람 사는 집이냐. 너 귀신이랑 살림이라도 차리려고 작정했냐?”

“으, 너 청소는 하고 살아? 이 먼지 좀 봐. 완전 딴딴하게 뭉쳐서 굴러다니네. 대체 얼마나 이러고 산 거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의 비난이 쏟아졌다.

“근데 이 여잔 뭐냐? 너 여자 사람 친구는커녕 휴대폰에 여자 번호 하나도 저장 안 돼 있잖아. 혹시 술 먹고 사고 쳤냐?”

상만이 형이 이제야 담희 누나에게 관심을 갖는다.

“이 남잔 누군데 너한테 함부로 대해? 이 동네 깡패야? 돌아다니면서 만만한 사람한테 시비나 걸고 다니는?”

담희 누나는 아까처럼 적개심 가득한 눈으로 상만이 형을 노려봤다. 아무래도 둘 다 본인 입으로 자기소개하기가 민망한가 보다. 내가 중간에 서서 각자의 소개를 해줘야 했다. 상만이 형에게는 간밤에 일어난 사고와 병원에 입원한 일도 함께 이야기했다.

“외롭고 불쌍한 애 꼬드겨서 돈 떼먹으려는 거 아니지? 얘 돈 없어. 완전 빈털터리라고. 그리고 세상에서 지가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구질구질한 놈이니까 건드리지 마. 여차하면 거기 인생도 같이 꼬일 거야.”

스님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이 참 곱기도 하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형을 스님으로 보지 않는 거다. 아, 평소엔 지금처럼 승복을 입지 않으니, 스님으로 보려 해도 볼 수가 없겠구나. 영락없이 동네 건달이나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전과자로 보겠지.

“아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별 이상한 문어 머리가 속을 긁어놓네. 그러는 그쪽이야말로 뭐 뜯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던 거 아니에요?”

“웅남아, 조심해. 얼굴 반반하다고 헤헤거리면 안 돼. 돈은 물론이고 까딱하면 장기까지 털린다.”

“아니, 이 사람이…….”

담희 누나의 음성이 살짝 누그러졌다. 얼굴도 여전히 뾰로통해 보이지만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대던 적의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뺨이 불그레해지고 손으로 쓸데없이 신발장의 먼지를 긁어 덩어리로 뭉치고 있다.

다행이랄까, 두 사람은 금방 집을 떠났다.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상만이 형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났다며 황급하게 휴대폰을 들고 나갔고, 담희 누나는 뒤늦게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있기 불편하다며 다음에 보자는 인사와 함께 돌아섰다. 영양실조로 기운 없는 불쌍한 중생을 위해 집 청소라도 해 주려나 기대했던 나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