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ape of Water

사랑은 모양이 없다

by 맥키아



처음엔 이 영화를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인간의 형상을 닮았지만 어딘지 이질적인 바다 생명체와 말 없는 여성의 사랑 이야기라니. 너무 비현실적이고, 너무 동화적이었다.

'미녀와 야수’의 또 다른 변주처럼 보였다.

그저 아카데미 13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타이틀이 나의 편견을 조용히 흔들어 놓았을 뿐이다.

도입부에서 나는 졸았다.


언제나 그랬듯 관심 없는 세계는 내 의식을 쉽게 가라앉히고,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곳에서 나를 떠돌게 만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 달랐다.

물방울이 버스 창문을 타고 흐르다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건 단지 영상미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의 모양’이라는 제목처럼, 이야기 전체가 고정된 형태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무언가를 규정하지 않는 태도. 이 영화는 그것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그 질문들에 명확한 답은 없다.
그저 흐를 뿐이다. 물처럼, 마음처럼...

영화는 세상에서 비껴 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흑인 여성, 늙은 게이 화가,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 여성, 그리고 괴물. 사회가 흔히 ‘비정상’이라 부르는 존재들이 이 영화에선 가장 선명한 인간성의 빛을 발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연대와 이해, 그리고 말없이 나누는 감정들은 언어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사랑이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는 믿음, 사랑은 남자와 여자 사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 사랑에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는 세상의 속삭임들이 이 영화에선 물속에 잠겨 사라진다.

사랑은 결국 ‘틀’이 아니며, 정의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이야기한다. 사랑을 정의하는 순간, 사랑은 폭력이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의심하거나 부정할 자격이 없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조용히 반성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불편해한 적이 있지 않았는지. 그 다름을 나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 적은 없었는지...

우리 사회가 이 영화에 시큰둥했던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 모른다. 너무 낯설어서, 너무 솔직해서. 그리고 그 진심이 너무 불편해서...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불편함 너머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감정의 결마다 섬세한 빛이 묻어나는 영상들. 그 영상들을 더 깊이 끌어올려주는 음악. OST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나는 사랑을 정의하지 않으리. 그저 흐르게 두고, 다름을 받아들이리... 그리고 내 안의 폭력을 조금씩 지워나가리...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특이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물처럼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깊고도 조용한 선언문이다.


여기까지 부푸는 살만큼 터지는 감성의 중년아저씨가 긁적인 영화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