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사라짐은 곧 다시 오는 것

by 맥키아



제주의 하늘은 늘 넉넉하다.
도시의 빽빽한 풍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그 하늘은
처음엔 조금 낯설지만
곧 포근하게 안아주는 담요 같다.
그 안에서 하루의 끝에 찾아오는
노을은 마치 말없이 다정한 친구처럼
슬쩍 조용히 옆자리에 앉는다.



노을은 언제나 사라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도
다 갔다고... 어쩌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라짐은 슬프지 않다.

오히려 노을이 지고 난 뒤의
어둠 속에서 나는 다음 노을을
기다릴 수 있는 여백을 느낀다.
우리는 그렇게 익숙해진다.

떠나는 것과 다시 오는 것
사라짐과 기다림...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떤 감정은 지나가야만 제 자리를
찾는다. 사랑도, 외로움도, 기쁨도,
언젠가 사라질 것 같아도, 그것들은
다시 온다. 다만 같은 모양은
아닐 뿐.... 그 사실이 나를 위로한다.

지금 눈앞에서 천천히 사라지는
노을을 보며...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참 아름답다고 느낀다.

삶은 늘...

뭔가를 잃어가며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 빈자리마다 또다른 빛이 들어온다.

오늘 사라지는 노을은 내일 다시
돌아올 것이고...오늘 느꼈던 고요한
행복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걸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이런 순간을 살아낼 수 있음에
감사한다. 고요하고, 찬란하고..

노을은 늘 같은 색이 아니고
늘 같은 자리에 머물지도 않지만
그 모든 불확실함 속에서
나는 확실한 걸 하나 배운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언젠가
또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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