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을 위한 斷想. 2

- 중년의 글쓰기

by 둘리아빠




☞ 항상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사람들의 표정은 단순해졌다.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눈동자의 움직임을 따라가거나 눈빛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신이 화나거나 기쁘다는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는 눈 주위의 근육을 움직이거나 눈이 경계를 벗어나 확장하듯 부릅떠야 했다...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자신의 감정을 얼마만큼 잘 표현하는지를 경쟁하는 대회가 있다면?


☞ 더 이상 부진아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다. 사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서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이,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의 책임이다. 사교육 시스템을 얼마만큼 활용하느냐는 부모의 능력에 달려 있다. 그런 부모를 만나는 것은 아이들의 능력이고...


☞ 하루라도 일기를 쓰지 않으면 하루치의 내 삶이 사라진다. 기록 중독에 걸린 사람처럼 그는 한 시간마다 자신의 행적을 휴대용 수첩에 메모를 했다. 나는 그가 저녁에 노트북 앞에 앉아 수첩에 쓰인 적힌 기록을 옮기는 것을 상상했다.


☞ 피할 수 없는 직장 생활이라면 회사 내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라. 일상의 각 부문에 에너지를 적절히 배분하는 방법... 삶의 특정 부분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에 대한 비경제성...그는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어디에 자신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앞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고 머리를 숙인 채 돌진하는 유형의 인간이다.


☞ 적군의 피를 물려받아 태어난 아이처럼 그는 항상 겉돌았다. 그의 소속은 불투명했다...몸속에 적군의 피가 섞여 있는 채 살아가야 하는 삶...


☞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으로 시간이 멈춰 있는 상태... 더 이상 그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흐르더라도 쉬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맴을 돈다...삶은 시간의 흐름이다. 그 흐름이 멈춘다... 삶이 정지한다...


☞ 요새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좀 촌스럽지 않니? 마치 예전에 학생생활 실태조사를 할 때 집에 TV가 있습니까? 전화는? 아버지의 직업은? 이라고 묻는 것 같은데...


☞ 취미와 직업의 차이는?... 재미가 있냐, 지겨우냐?...좋아서 하느냐, 어쩔 수 없이 하느냐?... 돈을 쓰느냐, 돈을 버느냐?...내가 싫을 때까지 하고 싶으냐, 지금이라도 가능하면 그만두고 싶으냐?


☞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소비는 미덕이다’... 소비를 멈추는 순간 자본주의라는 기계도 작동을 멈춘다...


☞ 미친 개에게 물렸다고 웃어 넘기기에는 세상에 미친 개가 너무 많다...그는 억울하거나 황당한 일을 당하면 ‘미친 개에게 물렸다’ 고 생각하는데 익숙하다. 세상에는 미친 개가 너무 많았고, 그는 여기저기서 개들에게 물렸다.


☞ 본래 의미가 과장된 단어를 사용한 문장도 비문이라 할 수 있다...달리 해석될 수 없는 명확한 단어를 사용하라...


☞ 시간이 없다, 없다 했지만 막상 시간이 남아돌자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시간이란 게 없을 때는 아쉽지만, 남아 돌 때는 또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 희귀한 질병이라 발병 원인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그 질병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달리 생각하여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게 아닌가?... 생각의 방향성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죽더라도 흔해빠진 질병으로,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질병으로 죽어야 산재 판정을 받기가 쉽다?...산재를 받으려면 신청자가 질병과 업무와의 상관관계를 입증해야 한다고?... 무슨 의학지식이 있어서?... 신청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닌가?...일하다가 죽으면 전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주되, 사업주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 다시 검토해보는 게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시스템 아닌가?


☞ 한 달 단위로 집세를 내는 사람들의 기분을 그는 짐작도 할 수 없었다. 학생 때 지적 허영심을 채우려고 세계문학전집을 월부로 샀는데, 매달 어김없이 돌아오는 입금 기한의 압박감 같은 걸까?





⁂ 계속 써라. 글쓰기란 결국 유희고, 유희에는 대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법이다.

당신이 진짜 작가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쓸 것이다. - 어윈 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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