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을 위한 斷想. 3

- 중년의 글쓰기.

by 둘리아빠




☞ 그에게 월급은 일종의 환각제였다. 매달 한 번씩 어김없이 투약되어 현실을 잊게 하는....중독되어 벗어날 수 없지만 자신이 중독되었는지도 모르는...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구나 하는 맹목적인 판단을 내리게 하는...아주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계속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주는...


☞ 태극기 집회 or 보수 집회에 참석했는데 시위 참가자들이, 세상을 바꿀 인물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연호해준다면?... 자신의 위상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으로 세상을 달리 보게 되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간다면?


☞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든 세상이다... 친구들과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 가을은 너무 짧았다. 그 대신 겨울은 길고 추웠다.


☞ 착실한 직장인이 출근하듯 겨울 추위는 하루도 빠짐없이 도시를 찾아왔다... 그해 겨울, 추위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는 착실한 직장인처럼 도시를 괴롭혔다.


☞ 말이 통하려면 생각이 비슷해야 한다...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말이 통하기를 바라는 게 무리였다.


☞ 아내의 폭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자기 중심적인 행동에 나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내는 그런 나를 무던하다고 나름 생각했던 모양이다.


☞ 그의 글은 그의 삶과는 유리되어 있다...글 따로 삶 따로... 그는 자신의 글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글 따로 삶 따로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 아무런 거리낌없이/자책없이 말 따로 행동 따로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 그는 마치 외출하듯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을 떠나기 위해 굳이 누군가의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다... 남은 자에게는 남은 자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 눈을 감는다고 보기 싫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부인한다고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감춘다고,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 죽고 싶어. 그런데 그만큼 살고 싶어...나는 내 미래가 궁금하다...내가 가보지 못한 길도 너무 궁금해.


☞ 착한 사람이 정신질환에 잘 걸린다? 정신적 부하를 외부로 발산하지 못하고 혼자 감당하려는 것 때문에?


☞ 죽음의 과정을 길게 끌고 싶지는 않았다...가능하면 빨리 숨을 멈추고 싶었다...가장 시간이 적게 드는 자살의 방법?


☞ 그의 얼굴 피부의 미세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그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그는 내 표정에서 뭔가를 읽으려고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았지만, 내 얼굴은 감정을 드러내는데 서툴다


☞ 내세울 수 있는 취향이 있는 사람들은 웬만큼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그는 남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취향이란 게 없었다. 그의 삶은 남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 결혼식장에서 식권을 받는 것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축의금을 건네주고 영수증을 받는 것처럼 식권을 건네받거나 답례품이라고 5천 원권 농협상품권을 받는 일...


☞ 그는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삶의 궤도를 벗어나 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자신의 삶의 궤도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의 삶의 궤도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었다...부모가 깔아놓은 삶의 궤도를 웬만하면 벗어나지 않고 따라가면서 인생을 마무리한다.


☞ 가족의 인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아내의 무지막지한 인력에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무력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 때로는 그 자체에 혐오나 배제, 경멸 등의 부정적 의미가 배어 있는 단어들도 있다.


☞ 서로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감의 계기도 되지만, 배제의 이유도 된다. 상대를 통해 자신의 상처가 더 도드라져 보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


☞ 그가 관계를 맺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신의 주위에 원 형태의 금을 긋는다. 그 금 안으로 들일 사람을 정한다. 그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푼다. 반대로 그 금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다...그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자신이 설정한 금 안으로 들일지 말지 결정한다. 그 결정은 그 후의 관계를 좌우한다.




⁂ 가능한 한 자유롭고 빠르게 쓰면서 종이 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라. 전체 원고가 완성되기 전에는 고치거나 다시 쓰지 마라. - 존 스타인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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