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을 위한 斷想. 9

- 중년의 글쓰기

by 둘리아빠




☞ 부당하다고 생각한 권력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고 최루탄에 맞아 머리 터지며 시위를 한 세대들...그들의 젊음을 바쳐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자식들이 힘겨워하는 것을 보는 느낌은 어떨까?...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려고 우리가 그렇게 싸워댔을까? 폭력과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면서까지...왜 지금의 젊은이들은 세상에 맞서려 하지 않느냐구?...싸움의 대상이 바뀌었다고? 화염병을 던져서 굴복시킬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애초에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고?...그때랑 지금의 싸움의 본질이 달라졌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싸움의 주체는 젊은이들이어야 하나?


☞ 그는 회사라는 피라미드에서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피라미드의 중간 위치는, 맨 밑바닥보다는 추락의 충격이 더 클 수 있는 자리다. 높이 올라갈수록 추락했을 때의 충격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어떤 조직이든 세모꼴의 피라미드 형태의 질서를 이룬다. 뒷골목의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 남자들의 서열의식은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어리숙한 수컷들의 본능에 불과하다.


☞ 그가 생각하는 고문은 너무 추상적이었다. 그는 손톱 밑을 대바늘로 찔리거나, 수건을 뒤집어 쓴 채 주전자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얼굴에 맞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결코 상상할 수 없었다...예전에는 ‘고문’이 자백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사용되었다. 가학적인 수사관들은 고문의 유혹을 벗어나기 힘들어했다.


☞ 쓰여진 문장은 머릿속에서 해석의 과정을 거쳐야 이해된다. 때로는 너무 의미가 강렬하여, 해석을 거치지 않고도 눈으로 보는 순간 바로 이해되는 문장도 있다...'너 죽을래?' 같은 것들...


☞ 포구에 버려진 폐선... 주인 없는 고양이들이 집으로 삼는,,, 목재는 썩어서 부스러지고, 밑바닥에는 따개비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녹슨 스크루에는 폐그물이 감겨 있고...밀물이 들 때마다 떠오르지 못하고 물속에 가라앉았다가 물이 빠지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보기 안 좋다고 치워버리려 해도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 왜 사냐?...단순하고 명료한 질문이지만 대답은 간단하게 할 수 없었다. 그러게, 내가 지금 왜 살고 있지? 무슨 영화를 보려고 지금 이 고생을 하며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 좋아하는 여자에게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아는 여자는 별로 없었다. 그나마 영화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 여자를 가려내는 것은, 건널목을 걸어가다 1등에 당첨된 로또 용지를 줍는 것만큼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 그가 인상적이라고 말할 때는, 별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나 말을 접할 때는 ‘인상적’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답을 찾아야 한다. 수험생들은 모르고 있을 거라는, 잘못 알고 있을 거라는 문제를 만드느라 끙끙대는 그들. 그들이 곳곳에 숨겨놓은 함정을, 그들의 관점에 서서 생각하며 피해 나가야 한다.


☞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나의 성격, 마음씨, 고집, 자존심, 타인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같은 것들, ...


☞ 변방의 분위기... 도심의 소음과 번잡함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의 한적함과 지루함 같은 것들...


☞ 마치 살갗에 새겨진 문신처럼 죽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고 나를 붙잡고 있는 기억의 편린들...


☞ 단순히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노동이라면 거기서 무슨 보람이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굶주림을 해결하는 게 단순하다고?...일자리는 삶의 수단에 불과한데, 그게 젊은이들에게는 삶의 목적이 되어버렸다. 막상 취직이란 걸 해보면, 대부분은 내가 이런 자리를 위해 젊음의 귀한 시간들을 낭비했나하는 자괴감에 빠진다.


☞ 목숨을 걸만한 신념 하나 없이 세상을 살아왔다...죽음과 바꾸더라도 꼭 지켜야 하는 나만의 신념 같은 게, 내게는 없다...자신만의 신념 같은 게 없이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 삼각 김밥이나 토스트 등 한 끼를 때울 만한 것들의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시각을 정확히 알고, 편의점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청춘이라면...가난한 취준생의 생존 지혜?


☞ 아무 하는 일 없이 노는 일도 재미없다...찌질한 노동에서 해방된다고 살아가는 게 재미로만 가득할까?


☞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내 목소리는 메마르고 짜증이 섞여 있는 듯했다...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는 느낌... 아내와 말다툼하면서 녹음해 둔 내 목소리를 듣는다면?...아내의 목소리는 자신감 넘치고 전투력이 최고로 상승된 목소리라면, 내 목소리는 의기소침하고 웅웅거리는 듯한...


☞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그물... 그 그물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세상이라는 그물은 너무 촘촘하여 내 일탈을 허용하지 않는다...


☞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는 어색한 질문?...최근에 언제 크게 웃어 본 적이 있어요?





⁂⁂ 비결 따위는 없다.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전부다. - 엘모어 레너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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