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글쓰기
☞ 살기가 팍팍하면 단조로운 일상으로 도망치는 사람도 있다. 단조로운 일상이 삶의 피난처인 사람들도 있다...아무 일도 없기를, 제발 하루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빌었다...
☞ 자신이 이 분야의 문외한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밝혔다...문외한이라면서 이것저것 아는 체를 한다...이것저것 아는 체를 하면서도 후렴구처럼 문외한이란 말을 덧붙였다.
☞ 나름의 신념을 갖고 세상을 살고 있다고 광고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해석은 엇갈렸다. 기자들은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한 자유라고 생각했다. 독자들은 기사의 내용으로부터 책임이 없다는, 기자들의 자유라고 이해했다...언제부터인가 언론의 자유는 '책임으로부터의 자유'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 내 기억에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장례식장에서 철야를 하면서 고스톱을 치던 풍경은 휴대전화의 등장과 함께 변한 것 같다. 서서히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짠! 하고 사라져버렸다.
☞ 생계를 위해...고의로 행인에게 시비를 건다...폭행을 유도한다...일방적으로 맞는다...병원에 드러누워 진단서를 끊는다...합의를 명분으로 돈을 갈취한다...퇴원하면 다시 길거리를 헤맨다.
☞ 활자화되어도 괜찮은 행동들...누구에게든 주저하지 않고 말로 설명할 수 있는 행동만 한다...자신의 행동이 활자화되어도 부끄럽지 않은지 항상 고려한다.
☞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턱없이 과신하는 부류들...
☞ 아빠는 위기에 몰릴 때마다...대답이 궁색해질 때마다...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때마다, 내가 기저귀를 차고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 어떤 사람은 외모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근거 없는 신뢰감을 줄 수도 있다...외모는 때로 강력한 재산이 되기도 한다.
☞ 고여 있는 삶은 썩게 마련이다. 썩지 않게 하려면 삶을 자주 저어 주어야 한다...삶을 저어 주는 방법?...직업을 바꾼다?...그가 매번 직업을 바꾸는 것은 정체된 자신의 삶에 영양제를 투입하기 위해서다...
☞ 아내가 죽으면 회사에 사표를 낼 생각이었다. 퇴직금으로 시골에 마당이 있는 빈집을 하나 사서, 사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만 리모델링을 하고, 마당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돌보는 재미로 살아야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아내는 죽지 않았다. 내가 덜컥 췌장암에 걸렸다.
☞ 부지런하지 않다고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 ‘뜨거운 감자’의 이미지?... 중학교 때 그의 별명은 ‘감자’였다. 얼굴 생김이 정말 놀랄만큼 감자의 이미지를 빼닮았다.
☞ 명함철을 뒤적이다 전화번호만 적혀 있는 명함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얼마만큼의 자부심/자존심이라면 이런 명함을 가지고 다닐 수 있을까?...네가 상대하는 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는 시그널. 굳이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도 될 만큼...전화번호 밑에 이름이라도 메모해두었을 텐데, 그런 흔적도 없다. 무턱대고 전화를 걸어 정체를 확인할 수도 없었다. 이런 정도의 자부심이라면 자신이 어느 정도 거물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일 것이다...그는 평범한 명함을 거부했다. 회사 이름, 직함, 사무실 전화번호, 휴대폰 번호, 팩스번호로 이루어진 흔해빠진 명함들. 그는 자신의 명함에 전화번호만 적었다. 명함을 받은 사람들은 눈치를 살피며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되물었고, 더러는 그 앞에서 명함에 메모를 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사람들에게 살짝 비웃음의 미소를 날렸다.
☞ 박물관이라는 거창한 상호와는 달리 초등학생쯤 되는 애들을 대상으로 공룡모형이나 보여주는 그저 그런 곳이었다. 전시면적이 100평쯤 될까말까한 허름한 1층 건물. 인상적인 것은 주차장 크기였다. 대형관광버스가 대여섯 대 주차해도 좋을 만큼 넓었다. 그 불균형이 눈에 거슬렸다.
☞ 아버지는 외출할 때마다 잊지 않고 사고를 쳤다...아버지는 집안에만 머물렀다. 어쩌다 친구라도 만나려고 외출이라도 하면 꼭 사고를 쳤다.
☞ 놀라운 일이 반복되면 일상이 된다...비일상적인 일이 매번 반복되면 또다른 일상으로 받아들여진다.
☞ 이거 은행에서 낼 수 있어?...예...현금으로 입금이 가능해?...가능할거야...고객이 멍하니 그를 쳐다본다...고객이 반말하면 나도 반말한다...고객은 자신이 전혀 모르는 직원에게 반말한다는 것은 의식 못했지만, 내가 반말을 했더니 이게 뭐냐? 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자신이 하는 말은 자신에게 잘 들리지 않는다.
☞ 조금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나가 버린 사랑을 잊는 방법은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것이다. 지난 사랑을 덮어버릴 만큼 강렬한 사랑을...
☞ 반려견이 어느 순간 유기견이 되기도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누군가의 유기견처럼 버려진 사람...한 번 유기견의 아픔을 겪었던 개들은 다시 그런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한 번 버려졌던 유기견이 새로운 주인에 간택 받기 위해 쏟는 노력...버려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개들의 처절한 몸짓들...
⁂⁂ 개를 화자로 내세우려면, 개가 되어야 한다. 개에 대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 정유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