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글쓰기
☞ 같은 소설이란 걸 쓰며 살아가는 사람인데도 누구는 대학 교수를 하고, 누구는 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의 글쓰기 강사를 한다...그걸 아이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납득할까?
☞ 그는 자신이 소설 속의 캐릭터라 생각한다.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캐릭터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그는 회사에서 별 볼일 없는 캐릭터였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동료들에게 인상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캐릭터로 인정을 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
☞ 우리의 삶은 관찰자들에 의해 재구성되고 재해석된다...나는 차를 살 돈이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사람들은 나를 매우 검소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 과거로부터 흘러나오는 중력은 그를 꼼짝도 못하게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과거의 좌절과 미래의 희망이라는 중력간의 싸움...
☞ 남들이 사는 만큼의 삶을 살아가는 게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 상대의 성의를 무시하면 마음이 불편해하는 성격이다...안부 문자를 받으면 꼭 답장을 한다. 누군가 저녁을 사면, 헤어지고 나서 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 고맙다는 문자를 꼭 보낸다.
☞ 책의 표지만 보고는 책의 내용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책의 뒷표지를 본다. 주체할 수 없이 감동스럽다는 독자의 찬사가 인쇄되어 있다. 영화감독이나 방송사 PD도 있었다. 대학의 심리학 교수도 있었다. 소설가라는 직함을 단 사람의 글도 있었다. 모두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 살아가는 것이 결국은 대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그런데 그 질문을 도저히 알 수 없어 절망하는 남자...삶이란 건 결국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자기만의 대답을 찾아가는 거야. 정답은 없어...인생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자신이 평가하는 거야...
☞ 문제에 대한 답은 반드시 채점을 해야 한다는 강박...정답이 정해져 있고 그 정답을 누가 알아맞히느냐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여러 개의 답이 있을 수 있다는, 사람의 수만큼의 수많은 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라면...
☞ 자신이 설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애초부터 설계능력이 없거나 설계할 여건이 안 되거나 그럴 의지조차 없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일까?
☞ 가정에서 TV를 붙들고 앉아 있는 아빠의 정체성...가족의 구성원으로 가족 유지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지만 가족과의 연결고리는 허술한, 정작 가족 내에서의 위치가 애매해져 버린...
☞ 생수도 예전에는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되었었다고?...예전에는 잘사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생수 판매를 금지했었다...적어도 가난한 사람들의 기분을 고려해 줄 정도의 사회적 아량은 있었다?
☞ 예전에는 자가용을 사면 차 앞에서 고사를 지내는 사람이 많았다. 제삿날에는 차를 위한 제물도 따로 만들어 차 안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사고를 막아달라는 의식이다...지금은 안전운행을 도와주는 비싼 옵션들을 장착한다.
☞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왠지 불안하다. 우리의 원시 유전자는 배부르면 동료들과 놀거나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자는데 익숙하다. 그런데 진화과정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도록 돌연변이를 일으킨 모양이다...생산성 강박증...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라,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원시인들의 ‘누구나 똑같이 나눠 먹어라’는 생활방식이 누군가에 의해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로 변해버렸다. 그게 누굴까?...
☞ 그는 세상의 운용방식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한다. 내가 얻는 게 있으면 그만큼 누군가는 잃는 사람이 반드시 생기게 된다는 믿음...
☞ 어느 한 순간의 해프닝이 그 사람의 일생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경우?...야구장에서 파울볼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는다?...호프집에서 맥주를 흘려 옆에 앉은 성질 사나운 조폭의 바지를 망쳐놓는다?...만원 지하철 안에서 치한의 누명을 쓴다?...출고된 지 한 달도 안 된 남의 차를 타고 가다 외제 스포츠카를 들이받는다?...
☞ 몰래 땅속 깊이 묻혀 있다가 폭우에 땅위로 드러난 생활쓰레기...처럼 뜬금없었다.
☞ 가족 같은 회사라고? 그럼 사장이 아버지가 되나? 어머니는 부장이고? 나는 집에도 가족이 있는데? 그럼 아버지 어머니가 둘이라는 이야기인데, 그게 말이 되냐고? 집에서 듣는 잔소리도 못 참겠는데 회사에서도 아버지 잔소리를 또 들어야 된다고?
☞ 바람이 없으면 나무는 심심해진다. 바람이 없으면 구름은 여행을 하지 못한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는 흔들릴 수 있다. 흔들려야 씨앗을 퍼뜨려 번식할 수 있다. 나무가 없으면 바람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다. 바람은 자신의 행로에서 마주친 나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 법적인 판단이 내려지면 사람들은 곧바로 믿어버린다. 그리고는 더 이상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게 진실이라고 받아들인다...그는 재판 결과가 곧 진실이라고 믿어버릴 만큼 순진하다. 재판을 하는 판사도 마누라에게 쩔쩔매고 과민성 대장증상에 시달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못한다.
☞ 함께 있으면 무슨 말인가를 해야 하는 사이는 부담스럽다...같은 벤치에 오래 앉아 있어도 대화의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이...나는 하늘을 보고, 그는 거리의 풍경을 보고...나는 바람의 소리를 듣고, 그는 햇살의 포근함을 느끼고...그러다 가끔 둘이 마주보면 의미 모를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 내세울만한 꿈이 없다고 헛되게 살아온 것은 아니다...눈에 보일만한 성취가 없다고 내 삶이 무의미했다고 말하지는 말라. 아직 살아남았다는 것만도 대단한 성과다.
⁂⁂ 글을 써보고, 또 써보고, 또 써보세요.
글쓰기는 재능과 숙련된 기술, 둘 다 필요한 작업입니다.
글은 쓰면서 배울 수 있어요.
- 제프리 A.카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