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글쓰기
☞ 사람들은 절망의 한계를 경험했던 나름의 바닥을 가지고 산다...바닥까지 절망했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삶의 바닥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 갑자기 사는 게 서러워서 목 놓아 울어보지 않은 사람들...
☞ 가오만 있으면 뭐 하냐? 돈이 없는데...가오만으로 버틸 수 있는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돈이 없는데 가오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돈이 있으면 가오는 저절로 따라온다. 그러나 가오가 있다고 돈이 아는체 하지는 않는다...사람들은 가오 있는 사람보다는 돈 있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
☞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누구에게나 확률은 동일해요. 리스크 없이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쫀쫀하게 구는 것보다 최대 금액에 베팅하세요...복권 판매점 주인의 권하는 말.
☞ 회사에 기생하여 자신의 인생을 방기하는...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기생하여 생존한다. 누군가에게 기생하지 않고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회사가 짜놓은 틀에 맞춰 자신의 고유한 특성들을 외면해버리는 삶...
☞ 지인의 부고를 받아든 느낌은 중년과 노년이 같을 수 없다. 노년의 느낌은 슬픔이라기보다는 체념이나 공포가 어울릴 것이다.
☞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 편집해 놓은 내 삶의 장면들... 내가 기억하는 내 삶의 순간들은 내가 아닌, 나의 삶에 관여했던 누군가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 영정 앞에 놓인 향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남기는 마지막 이야기다?... 숨을 거두는 순간 죽은 자와 산 자의 소통 통로는 닫힌다.
☞ ‘잉여’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지금의 내 상태를 가장 적절하게,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살아서 매일 숨 쉬고 있기는 하지만 존재의 목적이나 필요성이 불분명한,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삶을 표현할 완벽한 단어다.
☞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로, 누군가는 나를 죽일 놈으로 기억하고 있고, 나는 그걸 전혀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 수도...
☞ 두고 온 것이 무엇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시간들...나는 내 기억을 신뢰하지 않는다. 타인들의 기억 역시 믿지 않는다.
☞ 눈보라를 등 뒤에 매달고 온 바람은 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들판 위에서 갈팡질팡했다.
☞ 엑셀로 작성된 보고서의 수치가 맞았는지 계산기로 검산한다?..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 자신의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고집불통의 성격...
☞ 산동네를 허물어 재개발을 하고 아파트를 지으면 산동네 공동체가 허울어지고 통제가 쉬워진다...아파트는 삶의 파편화를 조장한다...동네의 골목길을 없애면 거주자의 유대감이 사라진다...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사람들을 아파트 단지 안에 몰아넣으면 관리하기가 쉬워진다...Divide and Rule...유대감, 연대감은 통제에 도움이 안 된다...관리를 쉽게 하려면 분리시켜 파편화하라.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난도 상품이 된다...노숙자 체험, 빈민체험, 쪽방체험 관광상품...
☞ 상식은 시간과 함께 변한다...어제의 상식이 오늘도 통하리라 생각하지 말자... 어제의 상식은 오늘의 아집이 될 수도 있다.
☞ 국민이라고 다 같은 국민은 아니다. 국민에게도 등급이 있다... 내가 헌법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라고 했을 때의 그 주권을 가진 국민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일?
☞ 부장이나 과장이 아니라 동료일 뿐이다. 똑같이 월급 받고 일해 주는 처지다. 부장이 일을 안 하면 누군가가 그 일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많은 월급을 받아 가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 돈은 열심히 일한 다른 누군가가 받아야 한다...지금 젊은 직원들의 생각이다...
☞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불평등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본질적인 속성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큰 불만이 없는 사람들이다.
☞ 사람은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 그러나 코로나는, 살아남으려면 서로 떨어져 있으라 했다. 죽지 않기 위해 죽을지도 모르는 모험을 감당하라?
☞ 나쁘지 않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불행하지 않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미워하지 않는다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 전염병 확산...누구나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추적해서 격리해라. 격리를 위반하면 사회적 비난이 쏟아진다. 감염되면 환자가 아니라 죄인으로 전락한다. 감염자의 동선에 대한 사회적 비평이 뒤따른다...감염자와 동선이 겹치는 밀접 접촉자의 연쇄적인 불안감...감염자와 밀접 접촉자의 동선에 있는 가게는 폐쇄되고...그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을 수도 없고...비난 받지 않기 위해 자기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하는...확진자는 몹쓸 바이러스로 취급받는다...
☞ 마스크를 쓰고 수화를 하는 느낌... 입 모양과 얼굴 표정을 드러낼 수 없는 불완전한 의사 전달...
☞ 내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내가 가진 것 중에 상품화하여 교환가치를 가질 만한 게 무엇일까?...
☞ 하늘의 시간, 땅의 시간, 역사의 시간, 인간의 시간...어느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간의 길이는 다양하다.
☞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변화...생산이나 노동 주체로서의 인간 ↣ 소비 주체로서의 인간...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생산 영역에서 배제되면 인간의 존재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노동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 콜센터 직원들에게 필요한 생산도구...전화기, 컴퓨터, 책상, 헤드셋, 상담 메모지...생산도구의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한 고전적인 구분에 의한다면 그들은 자본가 계급이다.
☞ 일자리가 있다는 것은 사회의 쓸모가 있다는 의미다...대부분의 일은 자동화되어 기계가 알아서 한다. 그 와중에도 일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 내 생각에 소설을 완성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덜어내기다. - 존 치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