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글쓰기
☞ 내가 내일 갑자기 죽는다면 내가 빌려준 돈과 빌린 돈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아마도 빌려준 돈은 떼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빌린 돈은 엉뚱하게 부피가 불어난 채 가족들을 압박할지도 모른다.
☞ 개인의 역사가 타인에 의해 낱낱이 검증되는 사회...연예인들의 학폭 전력 같은 거...예전에는 착한척하면서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다. 항상 착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지배하는 사회...
☞ 글쎄,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의 대답은 늘 그랬다. 이렇다 저렇다 명확한 게 없었다...이제부터 고민해 봐야지. 설마, 죽기야 하겠어. 설사 죽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삶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이니, 그냥 살아가다 죽으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 노동의 형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놀고 있으면 괜히 죄를 짓는 듯한 느낌...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심어 놓은 죄의식이다... 일과 삶은 분리될 수 없다고?...일은 노예의 몫이고 삶은 사람의 몫이다...이제 기계에게 일을 시키고 사람은 삶을 살면 안 될까?...
☞ 구글에서 검색이 된다는 것은 이미 누군가는 생각했거나 시도해보았다는 말이다.
☞ 시간을 들인다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선택의 질이 투입한 시간에 비례하지도 않는다...그래도 잘못된 선택이라도 선택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최소한 뭔가 변하는 게 있을 테니까...
☞ 벽돌조의 건물...벽돌을 쌓아 올려 벽을 만든 후 따로 시멘트로 미장하여 마감을 하지는 않음...벽돌의 일부에 구멍이 뚫려 창고 안이 들여다 보이기까지 한 허술한 건물...미관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기능에만 충실한 건물들...마치 레고로 쌓아 놓은 것처럼 장식은 철저히 배제된...
☞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구분...내 행복과 너의 불행을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 뱃속에서 아이가 만들어지고, 출산 후에 시간을 양분 삼아 자라나고 결국은 소멸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 남들과 똑같이 살면 남들과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되고 남들처럼 죽게 된다...내 삶이 없다.
☞ 소비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하게 소비해야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
☞ 그게 설령 가족일지라도 타인의 결정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그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누군가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이 싫어서 그는 혼자 산다.
☞ 완벽한 선택을 하기 위해 자기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갉아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일단 덤벼보고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기회가 생기면 이것저것 재지 말고 일단 덤벼들어라.
☞ 신이든 하느님이든, 이 세상을 창조한 누군가는 인간들이 이 세상을 공유하도록 했을 텐데, 내가 태어났을 때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세상의 모든 것은 이미 누군가가 가지고 있었다...내가 가질 게 하나도 없는 세상이라는 걸 모르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얼마나 불행할까?..내가 세상을 살아갈 최소한의 자원은 나눠주어야 하는 게 창조주의 뜻에 합치하는 게 아닌가?...단지 먼저 태어났다고 이 세상의 모든 권리를 주장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 죽음은 단순하다. 의사의 진단서 하나로 충분하다. 사망일시와 사망 이유를 적은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의사가 확인해주면 끝난다.
☞ 능력주의의 덫... 왜 사회는 엄청 잘 사는 사람과 하루 한 끼 해결하는 게 힘든 사람들로 나누어질까?, 왜 빈자는 부자들에게 저항하지 않을까? 왜 불평등이 극심한데도 사회는 조용하기만 할까?...너희들이 못 사는 것은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라는 부자들이 논리를 빈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사회에 불만을 터뜨리는 빈자들은, 자신이 능력이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외치는 꼴이니 내일 당장 죽더라도 입 다물고 있는 것이다...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원칙과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받아들여야 한다,라는 말과의 모순성...이 모순을 무마하기 위해 ‘능력주의’ 논리는 차용된다.
☞ 노동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철 지난 노동의 윤리에 갇혀 침묵하는 다수...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말 노동하려고 태어난 걸까?
☞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들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무리지어 다니는 개들은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밤이 되면 가로등 하나 없는 길에서 개들의 인광이 빛났다...마을 청년회에서 개 소탕 작전에 나섰다. 개들이 뒷산으로 도망갔는지 한동안 동네는 조용했다.
☞ 결혼 기간이 길어지면 사랑이 식어간다. 아이들은 그 사랑을 이어가기 위한 대체물이다...아이가 생기면서 부부 사이의 거리는 멀어진다...그 틈을 아이가 메꾼다...아이가 자라서 출가를 하고 나면 잊어버렸던 틈이 다시 벌어진다...그래서 황혼이혼을 한다...
☞ 그는 뭘 위해 사느냐는 물음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그는 누가, 너는 뭘 위해 그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느냐고 물어볼까봐 두려웠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은 알았다.
☞ 아버지가 어머니를 습관처럼 두들겨 팬 것은, 수컷이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는 행위와 다름없었다...자신의 소유를 확인하는 행위...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내재된 폭력...
☞ 살인의 추억이라니! 살인도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 제목을 기억한다. 영화는 보지 못했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으니, 보지 못한 게 아니라 안 본 것이다. 어쨌든 그런 영화가 있었다. 그런데 살인의 추억이라니! 살인의 기억이 아니고? 누군가에게는 살인도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 칠십을 넘기자 죽음이 슬슬 내 주변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렵다...죽음이라는 단어는 나이에 따라 민감도가 다르다.
☞ 사람 사는 곳인데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한낮의 시골, 마을을 관통하는 아스팔트 길에는 어슬렁거리는 사람 하나 없다...버스 정류장에 추레한 개 한 마리가 배를 땅에 대고 누워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 글쓰기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다. 비행기 모형을 만드는 식으로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 - 로젤린 브라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