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글쓰기
☞ 현생인류는 다양성의 부재로 멸종에 취약하다?...네안데르탈인이나 크로마뇽인들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코로나 사태에 세계의 모든 인류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었는데,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는 또다른 인류가 공존하고 있었다면 멸종의 불안감은 줄어들까?
☞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위에서는 다 보인다. 내 위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치들도 나의 두려움과 우유부단함, 치졸함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 상대어가 있는 단어들, 행복과 불행, 신뢰와 불신, 행운과 불운 같은 것들은 늘 상대의 존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행복 뒤에서는 불행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곧 믿음을 깨고 틈입하여 믿음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그는 세상에 대해 해소할 수 없는 적의를 갖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 생산 활동이 바뀌면 거리의 가게 풍경도 달라진다. 카지노로 먹고 사는 도시에는 전당포와 숙박업소가 거리를 점령한다.
☞ 질문을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그는 세상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마다 질문을 바꾸었다. 왜? 라는 질문 대신에, 누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 취향이란 돈이 있다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그는 취향이라 할 만한 게 없었다...‘소주 취향’이라는 말은 가소롭다. 최소한 한 병에 수백만 원쯤 되는 위스키들 중에 하나를 언급할 정도는 되어야 ‘취향’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
☞ 카지노가 들어서면 지역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카지노는 그 자체로 거대한 공동체였다. 카지노 안에 호텔과 식당, 사우나, 카페, 술집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시설들이 들어 있는 자급자족체였다. 자체적으로 포인트카드를 발급하고 이 카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카지노 단지에 들어간 사람들은 돈이 다 털릴 때까지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었다. 카지노가 들어서면 사람들이 지역에 똥만 싸고 갈 거라는 카지노 건설 반대자들의 주장이 현실화되었다.
☞ 그는 회사 외의 삶을 모른다...나이가 들었다고 세상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아침에 출근하고 낮에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퇴근하는, 특별한 굴곡이 없는 회사원의 삶뿐이다...
☞ 정년퇴직을 기다리는 회사원...나이가 들어 더 이상 경주에 참가할 수 없는 경주마...바닥을 맴돌다 구단에서 방출된 프로야구 투수...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아파트 경비원...
☞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은 내 삶이라는 차량의 조수석에 승객처럼 올라탄 채 같이 여행을 시작한다.
☞ ‘잡담’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잡답’이라는 단어가 자리하고 있다. 오타다. 문장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다...내 눈에는 이런 것만 보인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의 출신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는다...돈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묻지 않는다. 단지 돈의 규모만 궁금해 할 뿐이다.
☞ 그의 죽음은 그녀에게 아무런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가 죽은 다음날에도 그녀는 밥을 먹었고 출근을 했고 회식에 참석했다.
☞ 5만 원 권 돈뭉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빛났다. 내가 돈을 가방에 넣자 그녀의 시선이 따라왔다. 그녀의 시선은 한참을 가방에 머물렀다. 나는 일부러 모른척했다. 그녀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내가 뭘 하면 되는 거야?
☞ 그의 언어는 사전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언제나 정치적이다. 그는 그의 언행들이 사람들에게 입만 살아 나불대는 무책임한 정치인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 매일 퇴근하면서 그는 아내가 집에 없기를 바랬다. 그러나 아내는 안방의 붙박이장처럼 언제나 저녁을 준비하고 그를 반갑게 맞았다. 그때마다 그는 절망했다.
☞ 어린이집이나 미술학원, 태권도 학원이 있던 자리에 요양원, 요양병원, 노인복지센터가 들어섰다...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장례식장이 돈벌이가 되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센터 옆은 장례식장을 운영하기 위한 최적지였다.
☞ 살아가면서 매 순간 쓸모를 생각해야 한다면 삶이 참 팍팍해질 것 같다.
☞ 그는 차라리 회사에 나가는 게 편했다. 가족으로부터의 분립, 자신의 위치에 맞는 명확한 역할, 예측 가능성, 계속해온 일에 대한 편안함... 그는 일요일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회사에 출근했다. 그에게 집은 회사를 나오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는 장소에 불과했다. 그러니 그게 꼭 지금의 가족들이 있는 집이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 그에게는 은유가 통하지 않았다...그는 아내에게 은유법을 설명하다가 포기했다...그에게는 은유가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기 위한 말돌림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세상에는 은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 운구가 떠난 뒤 텅빈 영안실에 방치된 하얀 국화... 영안실 복도에 무질서하게 서 있던, 하나같이 모양이 비슷한 화환들은 운구가 떠나기 무섭게 들이닥친 꽃집 트럭에 실려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국화와 화환은 죽은 자의 영안실을 여러 군데 떠돌다 버려졌다.
☞ 그는 말이 빠른 만큼 행동은 굼떴다. 움직임에 필요한 에너지들이 모두 말하는 데 쓰이는 모양이다.
☞ 코로나19는 모든 것의 핑계가 되었다...가게를 그만 두었어요. 코로나잖아요...그이랑 헤어졌어요. 코로나잖아요...회사에서 잘렸어요. 코로나잖아요...차를 팔았어요, 코로나잖아요...결혼을 미뤘어요. 출산을 미뤘어요, 군대에 자원했어요, 아파트를 내놨어요, 이혼을 생각중이에요. 코로나잖아요...
☞ 그는 집안에서 아무런 존재감도 없었다. 하루 종일 자기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의 방에는 컴퓨터가 없다. 그는 휴대폰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게임도 하지 못할 것이다.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게 그의 시간 보내기 방법이라 짐작되었다. 밥때가 되어 어머니가 그의 방문을 두드리며 그는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식탁에 앉았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무어라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흔드는 것으로 답했다. 식구들도 처음에는 답답해했지만, 지금은 모두들 그런가 보다 했다.
⁂⁂ 생각하지 말고 일단 써라. 종이 위에서 생각하라. - 해리 케멜먼 ⁂⁂